■ 포도나무
노아의 홍수 이후 인류가 최초로 경작한 작물(창세 9,20)인 포도는 ‘하느님의 맏아들’(탈출 4,22)이 된 이스라엘에는 상징적인 존재다. 이사야서와 예레미야서에는 하느님이 포도원 주인으로 묘사됐고 시편은 하느님이 이집트에서 이스라엘 포도나무를 뽑아와 가나안에 심으신 것이라고 했다. 신약과 구약을 합해 가장 많이 등장하는 나무로 꼽힌다. 특히 포도주는 제물로서 중요한 산물이었다.(탈출 29,40) 성경에 언급된 술은 대부분 포도주다.
가나안 땅에서 무화과와 석류, 올리브나무 등과 함께 축복받은 7가지 식물 중 하나(신명 8,8)로 여겨지는 것처럼 지금도 이스라엘 북쪽 골란 고원에서부터 남쪽 유다 광야에 이르기까지 곳곳에서 포도원을 찾아볼 수 있다.
그리스 북방에서 기원전 4500년 것으로 추정되는 포도씨가 발견됐고, 기원전 2500~2350년대 고대 이집트 벽화에 포도주 제조기록이 있는 것을 볼 수 있는데 그처럼 포도는 성경에서뿐만 아니라 역사적으로 인류와 오랜 시간을 함께했다.
■ 올리브나무
지중해 지역에서 재배되는 올리브나무는 ‘나무 중의 나무’로 불릴 만큼 강한 생명력으로 유명하다. 중심 줄기가 잘려도 뿌리만 있으면 햇순이 올라온다. 성경에서는 노아의 홍수 시대부터 등장한다.(창세 8,11)
이스라엘에서는 열매뿐만 아니라 올리브기름을 얻을 수 있는 중요한 과수였다. 김명숙 박사(소피아·한님성서연구소 수석 연구원)는 “탈출기 30장 24~25절 내용에서 보듯 올리브기름은 예로부터 성유를 만드는 데 쓰였기 때문에 ‘메시아 나무’로도 불린다”고 했다.
솔로몬은 성전 건설을 위해 향백나무를 수입하면서 티로 임금 히람에게 올리브기름을 선물했다.(1열왕 5,25) 마태오복음의 ‘열처녀’ 비유에 나오는 기름 역시 올리브기름이다. 루카복음에서는 올리브기름이 치유의 효과(루카 10,34)도 지니고 있음을 볼 수 있다. 시편에서는 의인을 올리브 나무에 비유했다.(시편 52,10)
바오로 사도는 “올리브 나무에서 가지 몇몇이 잘리고, 야생 가지들이 접붙여졌다”고 했다.(로마 11,17) 여기서 올리브 나무는 이스라엘, 야생 가지는 이방인을 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