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생활성가의 기쁨] 최선미

신동헌 기자
입력일 2019-03-19 수정일 2019-03-19 발행일 2019-03-24 제 3137호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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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죽음에 대한 고민 담아내”

■ 의로운 꽃송이

“삶과 싸우며 이기려는 꽃은 역시 꽃이던가”

‘의로운 꽃송이’의 악보를 받고 가사를 천천히 읽어봤다. 아름다운 시이긴 하지만 ‘생활성가의 기쁨’에 어울릴만한 곡인지 깊이 고민하게 됐다. 직접적인 찬미의 가사를 담고 있지 않다는 이유에서였다. 하지만 이런 고민은 음원을 들으면서 말끔히 씻겼다. 읽는 것과 듣는 것의 차이가 이렇게 클 줄이야. 최선미(로즈마리)씨의 목소리와 곡의 선율, 가사의 흐름이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담담하게 부르는 최씨의 목소리 너머 살며시 느껴지는 슬픔은 곡의 아름다움을 더욱 끌어 올리는 듯했다.

“지난해 돌아가신 아버지의 시에 생활성가 가수 강훈(바오로)씨가 곡을 입힌 성가입니다. 아버지는 요관암으로 병상에서 지내시는 동안 만난 수녀님을 통해 20대 때부터 써오시던 일기와 시를 한권의 책으로 엮어냈어요. 돌아가신 다음 날 책이 나와서 아버지께서 못 보고 세상을 떠나신 것이 너무 안타까웠습니다. 그런데 조문 온 강훈씨가 사연을 듣고는 아버지의 시에 곡을 붙여 보고 싶다고 했어요. 정말 감사했죠.”

아버지 고(故) 최병호(바오로)씨의 선종 1주기에 맞춰 싱글 음반을 선보인 최선미씨는 아직도 아버지가 남긴 책을 제대로 읽어볼 자신이 없다. 글을 채 읽기도 전에 눈물이 흐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의로운 꽃송이’를 무대에서 불러볼 엄두조차 나지 않는다.

“지난 2월에 이스라엘로 성지순례를 다녀왔습니다. 그때 함께 간 순례자들에게 ‘의로운 꽃송이’를 들려 드리고 싶었어요. 하지만 부를 수 없었죠. 부를 생각만 해도 울컥하는 마음이 들었거든요. 그래서 음원만 들려 드렸습니다. 그런데 순교자들을 떠올리며 묵상하신 분도 있고, 요한 세례자나 다른 성인들을 떠올리신 분들도 계셨어요. 그리고 많은 분들이 눈물을 흘리며 감동하셨다는 이야기를 해 주셨습니다. 그런 이야기들을 듣고 정말 놀랐던 것이 강훈씨도 순교자를 떠올리며 곡을 썼다고 했었거든요. 아버지의 삶과 신앙이 곡을 통해 전달된 것 같아 행복하고 감사했습니다.”

최씨는 고인에 대해 미사에 매일 참례하고 기도와 성경필사 등 신앙생활에 열심한 분이라고 소개했다. 그렇게 하느님과 가까워지기 위해 노력하고 삶과 죽음, 인생에 관해 고민한 흔적들은 고인이 남긴 여러 글들에서 찾아볼 수 있다.

“아버지는 사랑도 많으셨지만 외로움을 많이 느끼셨어요. 그렇기에 더욱 하느님께 다가가기 위해 노력하셨던 것 같아요. 지금은 아버지께서 어떤 마음으로 글을 쓰셨는지 여쭈어볼 수 없어 무척 안타깝지만, 아버지의 삶과 신앙은 우리 가족들 곁에 남아 있다고 생각됩니다. ‘의로운 꽃송이’를 듣는 모든 분들에게 이러한 마음이 전달되기를 바라며 특히 갑작스럽게 가족의 죽음을 맞이해야만 했던 이들에게 위로가 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신동헌 기자 david0501@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