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생명대행진 코리아 2019 청년생명대회

성슬기 기자
입력일 2019-03-19 수정일 2019-03-19 발행일 2019-03-24 제 3137호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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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아도 생명 낙태죄 폐지 결코 안됩니다
‘낙태죄’ 위헌 여부 결정 임박
서울 청계광장에 모여 “낙태죄 폐지 반대” 외쳐
염 추기경 “국가, 태아 생명을 내치는 정책 펼쳐선 안돼”
프로라이프대학생회 탄원서도

프로라이프대학생회가 3월 16일 서울 청계광장에서 열린 ‘생명대행진 코리아 2019 - 청년생명대회’에서 생명 존중 내용이 담긴 공연을 선보이고 있다.

“생명은 사랑입니다!” 낙태죄 위헌 여부를 가리는 헌법재판소 최종 결정이 임박한 가운데, ‘생명 지킴이’로 나선 청년들은 3월 16일 오전 9시30분 서울 청계광장에 마련된 무대에서 이렇게 외쳤다. ‘생명대행진 코리아 2019 - 청년생명대회’는 헌법재판소가 심리 중인 낙태죄 헌법소원과 관련해 생명의 고귀한 가치를 선택하도록 촉구하기 위해 열렸다. 이번 행사는 생명대행진 코리아 조직위원회(위원장 차희제)가 주관하고 주교회의 가정과생명위원회(위원장 이성효 주교)가 주최했으며, 프로라이프대학생회(회장 이유진)가 함께했다.

“낙태죄 폐지를 반대합니다!”

꽃샘추위도 생명을 지키려는 교회의 간절함을 막지 못했다. 이른 아침부터 서울 청계광장에는 ‘낙태죄 폐지 반대’를 비롯해 생명 존중을 호소하는 피켓을 든 신자와 시민들이 하나둘씩 모여들었다. 추운 날씨였지만 어린 아이부터 어르신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참가자 1000여 명은 한 목소리로 연약한 태아의 생명을 보호할 것을 호소했다.

또 서울대교구장 염수정 추기경과 주한 교황대사 알프레드 슈에레브 대주교, 이성효 주교, 서울대교구 청소년담당 교구장 대리 정순택 주교와 가톨릭생명윤리자문위원장 구요비 주교 등 교회 지도자들과 수도자들, 관련 시민단체 대표들, 더불어민주당 이석현(임마누엘) 의원 등이 동참했다.

이날 무대는 ‘생명 수호’를 한 목소리로 외쳐 온 프로라이프대학생회가 꾸몄다. 청년들은 죽음의 문화를 조장하는 반생명 문화를 비판하는 퍼포먼스를 비롯해 하느님이 주신 생명을 지키는 문화가 조성되길 바라는 마음을 담은 공연 등을 펼쳤다.

프로라이프대학생회는 청주 꽃동네대학교를 비롯해 전국 6개 대학 50여 명 학생들로 구성된 생명운동 단체다. 청년들의 시각으로 생명문화 건설의 의미를 재조명하기 위해 결성됐으며, 2016년 7월 2일 발대식을 가졌다.

청년생명대회에서 염수정 추기경(맨 앞줄 왼쪽에서 세 번째)을 비롯한 교회 지도자들과 참가자들이 낙태죄 폐지를 반대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3월 16일 서울 청계광장에서 열린 청년생명대회 참가자들이 낙태죄 폐지를 반대하는 피켓을 들고 있다.

이성효 주교는 환영사에서 “인간 존재는 그 자체로 하나의 신비”라는 프랑스 철학자 가브리엘 마르셀의 말을 인용하며 “생명을 선택할 수 있는 사회 안전망과 지원 제도가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주교는 “생명 보호의 책임은 여성과 남성, 사회 구성원 모두에게 있다”면서 “임신한 여성이 낙태에 등 떠밀리지 않도록 임산 부모를 적극 지원하는 제도가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생명을 선택하도록 돕는 우리의 따뜻한 시선과 격려의 말”이라고 덧붙였다.

차희제(토마스) 위원장도 인사말에서 “낙태법만 없애면 모든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는 주장은 난센스이며 망상”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남성 책임법과 사회경제적 여건을 마련하지 않은 채, 낙태법을 폐지하는 것은 상황을 더욱 악화시킬 것”이라며 “낙태법 폐지를 논하기 전에 반드시 우선순위를 따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교회 지도자들도 청년들의 생명 수호 활동을 지지했다. 염수정 추기경은 “낙태는 깊은 어둠이며 죽음이고 생명과의 단절”이라면서 “국가는 어떤 이유로도 태아의 생명을 내치는 부당한 정책을 펼쳐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국가는 무고하고 스스로를 보호하지 못하는 작고 약한 태아의 생명을 존중하고 깊은 관심으로 보호하고 돌봐야 할 의무가 있다”며 “태아는 하느님의 존재를 드러내는 존재로서 대접받아야 마땅하다”고 말했다.

알프레드 슈에레브 대주교도 “현대사회는 산산히 부서지는 죽음의 춤에 빠져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프란치스코 교황님은 각국의 지도자들이 생존권을 지키는 정책을 펼치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기를 강하게 바라신다”고 전했다.

한편 이석현 의원은 “우리 사회에 생명을 존중하는 문화가 퍼져나갈 수 있는 정치를 하도록 노력하겠다”는 다짐을 밝혔다.

이어 프로라이프대학생회는 헌법재판소로 이동해 낙태죄 폐지를 반대하는 성명서를 낭독하고 탄원서를 제출했다. 성명서 낭독에는 염수정 추기경과 알프레드 슈에레브 대주교, 이성효 주교 등 교회 지도자들도 함께했다. 성명서에는 여성에게만 책임을 묻는 사회적 인식을 전환해야 한다고 호소하는 내용과 생명경시풍조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 등이 담겼다.

한편 같은 날 충북 음성 꽃동네에서도 낙태죄 폐지를 반대하는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한국가톨릭성령쇄신봉사자협의회(회장 윤영수, 담당 손광배 신부)는 낙태죄 유지에 힘을 싣기 위해 꽃동네 사랑의연수원에서 2019 성령쇄신 전국 대피정을 진행했다. 미사는 서울대교구 총대리 손희송 주교가 주례했으며, 전국 15개 교구 성령쇄신연합회 회장단과 평신도 등 4000여 명이 참례했다. 미사 후에는 “낙태법을 유지해 태아의 생명을 살리자”는 구호를 다함께 외치기도 했다.

성슬기 기자 chiara@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