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현장에서] 좋은 습관은 이웃 사랑 / 이주연 기자

이주연 기자
입력일 2019-03-19 수정일 2019-03-19 발행일 2019-03-24 제 3137호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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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전적 정의에 의하면 ‘순교’는 자기가 믿는 종교를 위해 목숨을 바치는 일이다. 라틴어로는 그리스어 ‘마르투리온’에서 유래된 ‘마르티리움’(martyrium)이 해당한다. 본래는 ‘증거’ 또는 ‘증언’이라는 의미인데 여기서는 ‘피 흘림으로 순교자가 됨’을 뜻한다고 한다.

이런 순교의 의미는 새롭게 해석되기도 했다. 초대 교회 학자 오리게네스는 “그리스도의 뒤를 따라 자기 십자가를 기꺼이 지고 가는 것이 그리스도인에게는 양심의 매일 순교”라고 간주했고, 알렉산드리아의 디오니시오는 전염병 환자를 기꺼이 돌보다 죽은 경우도 순교자로 여겼다.

사막 교부들은 그런 면에서 피를 흘리지 않고 하느님 사랑을 위해 자기가 사랑하는 것을 포기하는 ‘백색 순교’를 인정했다. 아일랜드 수도원에서는 고통을 극복하고 속죄하는 행위를 ‘녹색 순교’ 등으로 불렀다 한다. 박해 시대가 끝나고 피 흘림의 증거가 공식적으로 불가능해진 오늘날에는 백색 순교가 강조된다.

본당 설정 90주년을 맞아 백색 순교 운동을 펼치고 있는 대전교구 금산본당의 사례는 백색 순교의 의미를 곱씹게 한다. 전 공동체가 ‘좋은 습관은 이웃 사랑’이라는 실천 표어로 구체적인 지침들을 통해 삶 안에서 순교 영성을 살고자 노력하는 모습이 돋보였다.

극심한 이기주의와 물신주의의 시류 속에서 나를 위한 습관을 다른 이를 배려하는 습관으로 바꾸는 것은 극기와 보속, 나눔 희생이 강조되는 사순 시기에 또 하나의 묵상 거리로 다가온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사도적 권고 「기뻐하고 즐거워하여라」의 사소한 성덕을 실천하는 ‘옆집의 성인들’은 바로 이런 백색 순교의 삶을 살려 애쓰는 데서 비롯되지 않을까.

이주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