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성

[세상살이 신앙살이] (476) 그 한 분!(상)

강석진 신부(한국순교복자성직수도회)
입력일 2019-03-12 수정일 2019-03-13 발행일 2019-03-17 제 3136호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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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목 디스크가 재발된 후 어느 날, 후배 수사님 한 분이 자신이 아는 한의원을 소개해 주어서 찾아간 적이 있습니다. 한의원에서 처음으로 원장 선생님을 뵙는데, 그분의 눈빛이 예사롭지 않았고, 그 눈빛과는 달리 신앙이 몸에 배인 분 같았습니다. 우선 한의원의 전체 분위기도 그렇고, 직원분들의 모습도 그랬고.

그날 그렇게 만나 증상을 말씀드렸더니 침 맞는 곳으로 안내해 주었습니다. 등에 부항을 뜨고 여기저기 침도 맞았는데 통증이 서서히 가라앉았습니다. 그렇게 몇 차례 그 한의원을 다녔는데, 하루는 너무 일찍 한의원에 갔습니다. 그랬더니 한의원 내부에는 텅 빈 듯 아무도 없었습니다. 그런데 진료실에서 소리가 나기에 들어보니, 원장님과 직원들 모두가 다 진료실에 모여 하루를 시작하는 기도를 바치고 있었습니다.

기도가 끝난 후 진료를 시작했고, 나는 진료 후 침구실로 들어가 누웠는데 원장님이 오셨습니다.

“원장님 신앙이 참 좋으신 듯합니다. 병원 진료 시작을 직원들과 기도로 하시니!”

“아닙니다. 다행히 직원들이 천주교 신자라 함께 하는 거예요. 그리고 저 역시도 하느님 은총이 아니었다면, 지금 아무것도 안 되었을 겁니다.”

“왜요?”

“사실 제가 공부를 좀 늦게 시작했기에, 이 분야의 박사 학위를 받으려고 엄청나게 공부를 했어요. 그런데 박사학위를 끝마치고 나니 제 호주머니에 돈이 하나도 없었어요. 아니, 오히려 빚만 남았어요. 그리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그 당시에 암까지 걸린 거예요. 그래서 암 수술과 항암 치료를 받다 보니 머리도 다 빠지고. 그러다 보니 병원비까지 포함해서 빚이 더 늘었던 거예요. 그 당시 저의 상황을 생각하면, 정말이지 비참함 그 자체였어요.”

“아이고, 그런 일이. 큰 시련의 시간이었네요.”

“그런데 그때에 저는 신자가 아니었어요. 음…. 그 시기에 저는 내 능력, 내 실력만 믿었고, 내가 잘해서 잘 먹고 잘 살면 된다, 내 행복은 내 노력으로 되는 것이다, 뭐 그런 생각으로만 살았던 것 같아요. 특히 의술 분야에서 최고가 되면 누릴 수 있는 어느 정도의 풍요로움이라고나 할까, 뭐 그런 것을 누릴 수 있잖아요. 사실 그것만 바라보고 살았죠.”

“신자도 아니신데, 정말 그 힘든 상황을 혼자서 잘 극복하셨네요.”

“이런 저를 하느님은 잊지 않으셨는지…. 아무튼 그러다가 휴양을 할 겸, 고향으로 내려가 지내고 있는데, 내 상황을 옆에서 지켜보며 걱정하시던 어머니까지 스트레스가 심하셨는지, 중풍이 온 거예요. 생각해 보세요. 머리도 다 빠지고 기운도 없는 젊은 아들이 어머니 모시고 시내 병원으로 가던 모습. 그리고 병원에서 여러 가지 검사를 받았는데, 의사 선생님 말씀이 중풍이라는 말을 하는데 순간, 절망뿐이었어요.”

그분의 이야기를 침대에 누워 듣고 있는데 나는 마음속으로 ‘불행이 들이닥치기 시작하면 이렇게 무겁게도 오기도 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아무튼 담백하게 자신의 상황을 말해주는 원장님의 이야기는 말 그대로 최악이었습니다.

“그런데 신부님, 제가 그날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몰라도, 의사 선생님에게 이렇게 말씀드렸어요. ‘우리 어머니 치료를 일주일만 연기해 주십시오. 그때 다시 오겠습니다.’ 지금 당장 치료를 해야 한다는 의사 선생님의 말을 뒤로하고, 그날 어머니를 모시고 집으로 온 후에,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침술을 다해서 어머니의 중풍을 치료해 드렸어요. 정말 일주일 동안 기운은 없어도, 내가 할 수 있는 한 최고의 침술로 어머니를 치료해 드렸어요. 그리고 일주일 후, 다시 병원에 가서 검사를 받았는데 정상인 거예요. 그리고 더 놀라운 일이 있는데….”

(다음 호에 계속)

강석진 신부(한국순교복자성직수도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