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나눌수록 커집니다

[사랑 나눌수록 커집니다] 화재사고로 저산소성 뇌손상 입은 홍은서양

민경화 기자
입력일 2019-03-12 수정일 2019-03-13 발행일 2019-03-17 제 3136호 8면
스크랩아이콘
인쇄아이콘
“누워있는 동안만이라도 덜 아팠으면…”
5개월간 의식불명에 회복 가능성 희박
엄마는 휴직·아빠는 퇴직 후 간호만
병원비 막막한데 아파트까지 불에 타

김효선씨(왼쪽)는 뇌손상으로 의식이 없는 딸 은서양이 “누워있는 동안 덜 힘들고 덜 아팠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생사를 오가는 환자들이 치료받고 있는 순천향대학교 부천병원 중환자실 한쪽에서 아이들이 좋아할법한 동요가 흘러나온다. 노래 소리를 따라가니 천사같은 아이가 침대에 눈을 감고 누워있었다. 아이의 한쪽 팔에는 평소에 제일 좋아했던 여우 인형이 놓여있고, 발밑에는 갖가지 인형들이 아이가 깨어나길 기다리고 있었다.

금세 일어나 동요를 따라 부르며 인형놀이를 할 것 같지만, 뇌사상태인 아이는 5개월간 의식을 찾지 못하고 있다. 올해로 다섯 살이 된 홍은서양은 지난해 10월 31일 병원에 실려 왔다. 저녁 찬거리를 사기 위해 할머니가 잠시 집을 비운 사이 은서와 언니가 자고 있던 방에 켜 두었던 향초가 의자 위로 떨어지며 불길이 온 집안에 번졌다.

당시 여섯 살이었던 은서의 언니는 할머니를 찾으러 집 밖으로 나왔지만 옷을 입고 있지 않았던 은서는 창피하다며 집에 남아있다 변을 당했다.

은서양의 어머니인 김효선씨는 “회사에서 일을 하고 있던 중에 아랫집에 사는 분이 집에 불이 났다고 전화를 해서 정신없이 병원으로 갔다”며 “큰일이 아니길 간절히 바라며 병원으로 향했지만 병원에서 처음 본 은서는 연기로 까맣게 그을린 채 의식이 없는 상태였다”고 말을 잇지 못했다.

은서양의 상태는 일산화탄소 중독과 저산소성 뇌손상. 의식이 회복될 가능성도 희박하지만 회복된다 해도 식물인간이 될 거라고 의사는 진단했다.

김씨는 “의식 없는 아이에게 약물 투여하면서 병원에 두는 게 부모 욕심이 아닌가 라는 생각도 들었다”라며 “하지만 의식 없는 와중에도 몇 번의 위험한 고비를 넘기는 은서를 보면서 조금이라도 더 엄마, 아빠와 함께 있고 싶어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애교 많고 예쁜 아이였다”고 은서양을 소개한 김씨는 “자기 전 동화책을 읽어주면 옹알거리며 따라 읽던 모습, 차를 타면 뒷자리에서 노래를 부르던 모습, 세수를 시켜주면 비누칠하기 싫다고 칭얼거리던 모습까지 은서의 모습이 이렇게 생생하게 남아있는데, 다시는 은서가 밝게 웃는 모습을 보지 못할 거라고 생각하니 가슴이 찢어질 것 같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은서양의 아버지 홍성필씨 역시 “일 때문에 야근이 많았음에도 은서는 밤 10시, 11시까지 잠들지 않고 저를 기다리고 있다 놀아달라고 애교를 부리곤 했다”면서 “피곤하다고 놀아주지 못하고 빨리 자라고 아이에게 했던 말이 가장 후회가 된다”고 딸에 대한 기억을 털어놨다.

사고가 난 뒤, 은서양의 가족은 많은 게 변했다. 은서양의 아버지는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아이 치료에 매달렸고, 은서양의 어머니도 육아휴직을 하고 병원에서 함께 지내고 있다. 동생의 사고를 직접 목격했던 은서양의 언니는 외상후 스트레스성 반응을 보여 정신과 치료가 필요한 상태다.

현실적인 문제도 발목을 붙잡고 있다. 김씨는 “큰 일이 있을 거라는 생각을 안했기에 다섯 살이 되면 보험을 들려고 했고, 현재 은서 앞으로 들어둔 보험이 없어 보험금을 탈 수 없는 상황”이라며 “병원비로 1500만원이 넘게 나온데다 아파트가 모두 불에 타 거처할 곳도 없어 앞으로 살길이 막막하다”고 호소했다.

힘들게 하루하루를 버텨내고 있지만, 은서가 생명의 끈을 놓지 않기에 은서양의 부모 역시 희망을 버릴 수 없었다. 김씨는 “가장 큰 바람은 은서가 깨어나 밝게 웃는 기적이 일어나는 것이지만, 은서가 누워있는 동안 덜 힘들고 덜 아팠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성금계좌※

우리은행 1005-602-318915

국민은행 651001-01-404206

농협 301-0182-7723-61

예금주 사회복지법인 인천가톨릭사회복지회

모금기간: 3월 13일(수)~4월 2일(화)

기부금 영수증 문의 032-765-6966 사회복지법인 인천가톨릭사회복지회

민경화 기자 mkh@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