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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화해·일치] 한반도 평화, 관객에서 주인으로 / 이원영

이원영(프란치스코) 서울대 한국정치연구소 연구원
입력일 2019-03-12 수정일 2019-03-12 발행일 2019-03-17 제 3136호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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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차 북미 정상회담이 성과 없이 마무리되자 다양한 반응들이 나타났다. 한반도 평화에 중요한 전기가 마련될 것이라고 큰 기대를 하고 있었던 입장에서 보인, 한반도 평화를 향한 모멘텀을 다시 살려야 한다는 반응에서부터, 북한의 비핵화 보장이 없는 상태에서 협상을 반대해 온 입장에서 보인, 결렬이 잘 된 일이라는 반응까지 반응의 스펙트럼이 매우 컸다.

그리고 언론이나 SNS에서도 북미 정상회담의 결과에 대한 정말 많은 글들이 등장했다. 대부분의 글들은 북미 정상회담에서 합의에 이르지 못한 원인을 분석하거나, 향후 북한과 미국의 대응에 대해 예측하거나, 합의에 이르지 못한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 평가하는 글들이었다. 그런데 이러한 글들에서 나타난 공통점은 현실에서 일어난 정치현상에 대해 당사자가 아니라 제3자가 쓰는 객관적 평론 같다는 것이었다.

과연 한반도 평화의 중요한 전기가 될 수 있었던 북미 정상회담에 있어 우리는 제3자였을까? 물론 회담의 두 주체는 북한과 미국이었지만, 회담의 결과가 미치는 영향을 볼 때 우리는 실질적인 당사자의 위치에 있었다. 회담이 성공해 북한의 비핵화가 진전되고, 그에 상응한 미국의 대북 제재 완화가 합의됐다면 그 결과는 남북한 교류 협력의 상당한 진전과 군사적 긴장의 상당한 완화였을 것이다. 반면에 회담이 결렬된 결과는 남북한 관계에 있어 어떤 긴장이 조성될지 가늠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벌써부터 북한은 긴장 고조를, 미국은 압박 강화로 나오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한국 정부는 북한의 비핵화와 제재 해제에 대해 다시 한 번 중재자의 역할을 하겠다고 한다. 그렇지만 상황은 결코 녹록하지 않아 보인다.

그렇다면 이제 한반도 평화를 위해 우리 시민들도 나서야 할 때가 된 것이 아닐까? 이제까지 남북한과 미국 정부 간의 협상만으로도 한반도 평화가 이뤄질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을 반성하고 우리 시민들이 할 일을 찾아 나서야 하지 않을까? 한반도 평화를 위한 일에 한국의 시민들이 세계 시민들과 함께 북한과 미국 양측에 한반도 평화를 위한 책임 있는 행동을 하라는 국제적 여론을 조성하고 압력을 가해야 하지 않을까?

한반도의 평화가 기로에 선 지금, 그리스도인인 우리들이 앞장서서 세계 시민들과 함께 한반도 평화를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간절한 마음으로 찾아보자. 주님을 경외하는 것이 ‘악을 피하고 선을 행하며 평화를 찾고 또 추구’(시편 34,15) 하는 것이다. 그런데 평화의 날이 주님의 날처럼 ‘마치 밤도둑처럼 온다’(1테살 5,2)면, 그날을 준비하기 위해 우리 그리스도인들이 깨어 있는 것은 바로 한반도 평화를 위해 세계 시민들과 함께 촛불을 드는 것이 아닐까? 우리는 한반도 평화의 관객일 수만은 없다.

이원영(프란치스코) 서울대 한국정치연구소 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