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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알 하나] 단식과 금육의 참된 정신 / 현재봉 신부

현재봉 신부(제2대리구 목감본당 주임)rn
입력일 2019-03-12 수정일 2019-03-12 발행일 2019-03-17 제 3136호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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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순 시기 우리는 두 번의 단식(재의 수요일, 성금요일)과 매주 금요일 금육을 한다. 물론 환자나 노약자는 예외이다. 단순히 한 끼를 굶고 육식을 안 하는 것으로만 의무를 다 했다고 할 수 있을까? 무엇 때문에 단식과 금육을 하는지를 정확히 알고 실천하면 좋지 않을까?

사실 난 이번 재의 수요일에 한 끼 식사만 했다. 요즘 하루 두 끼만 먹고 있기에 그중 한 끼를 굶은 결과이다. 예수님께서는 광야에서 40일간 단식했다. 큰일과 사명을 앞두고 단식을 행한 것이다.

그렇다면 성경에 나타난 단식의 정신은 뭘까? 이사야서가 그 답을 주고 있다.

“내가 좋아하는 단식은 이런 것이 아니겠느냐? 불의한 결박과 멍에 줄을 끌러 주는 것, 억압받는 이들을 자유롭게 내보내는 것이다. 네 양식을 굶주린 이와 함께 나누고, 헐벗은 사람을 보면 덮어 주는 것이 아니겠느냐? 그리하면 너의 빛이 새벽빛처럼 터져 나오고, 너의 상처가 곧바로 아물리라.”(이사 58,6-8 참조)

성경에서의 가르침이 우리 삶과 연결되는 데 있어 약간의 괴리감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우리의 현실을 직시하고, 문제를 고민해 본다면 그 답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2018년 한 해 우리나라에서 버려진 음식물 쓰레기양은 약 68만 톤이다. 그중 설과 추석 9일 동안 배출된 양만 2만여 톤이다. 즉 2200만㎏의 삼겹살 양이며 이는 약 1억 인분, 대한민국 전 국민이 2인분씩 먹을 수 있는 엄청난 양이다. 음식물 배출량의 30%정도가 업소인 반면, 70%가 가정에서 나온다는 점이 큰 문제다.

세계적으로 보면 한 해 동안 10억 톤 이상의 음식이 버려지고 있다. 여기서 UN세계식량계획(WFP)의 호소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한 해 버려지는 음식물 쓰레기만 줄여도 세계적인 영양결핍 상태를 해결할 수 있는데, 그걸 액수로 환산하면 7500억 달러에 달한다. 음식물 쓰레기 문제를 해결하면 90억 명의 인구를 충분히 먹여 살릴 수 있다.”

그리고 WFP에서는 ‘재난을 위한 조리법 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냉장고에서 유효기간이 얼마 남지 않은 재료를 선택하라! ▲선택된 재료로 음식을 만들라! ▲세계식량계획에 5파운드씩 기부하라!

바로 이것이다. 이사야서에서 밝힌 주님께서 즐겨 하실 단식의 정신을 실천해야 할 것이다. 음식물 쓰레기 배출을 줄임과 동시에 그 남은 몫은 “굶주린 이와 함께 나누고”, ‘사순절 헌금통’ 등에 단식과 금육의 몫을 봉헌할 때 우리 안의 선행의 새벽빛이 터져 나와 세상을 밝힐 것이다. 아울러 음식물 쓰레기 문제와 같은 세계적인 곪은 상처 또한 아물 수 있을 것이다.

현재봉 신부(제2대리구 목감본당 주임)r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