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성

3대 종단, 고 이재복씨 사건 재발 방지·책임자 처벌 촉구

박지순 기자
입력일 2019-03-12 수정일 2019-03-13 발행일 2019-03-17 제 3136호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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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으로 내모는 노동 환경 더 이상 안 돼”

천주교, 불교, 개신교 등 3대 종교 성직자와 노동자들이 3월 6일 서울 양재동 현대제철 본사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 중 현대제철 당진제철소에서 숨진 고(故) 이재복씨 사건의 재발 방지와 책임자 처벌을 촉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서울대교구 노동사목위원회(위원장 이주형 신부)는 대한불교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정의평화위원회와 공동으로 3월 6일 오후 1시 서울 양재동 현대제철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현대제철 당진제철소에서 숨진 고(故) 이재복씨 사건의 재발 방지와 책임자 처벌을 촉구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지난해 12월 11일 충남 태안 화력발전소에서 비정규직으로 일하다 사망한 고(故) 김용균(당시 24세)씨의 어머니 김미숙씨도 참석했다.

늦은 신혼의 행복을 누리던 50대 하청노동자 이재복씨는 현대제철 당진제철소에서 근무 중 2월 20일 오후 5시20분쯤 컨베이어벨트에 끼어 사망했다. 현대자동차 그룹 계열사인 현대제철 당진제철소에서는 지난 13년간 36명의 노동자들이 목숨을 잃어 노동계에서는 ‘죽음의 공장’이라 불리고 있다.

이주형 신부는 기자회견 발언을 통해 “우리 사회 취약계층인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자신의 실수에 의해서가 아니라 위험한 노동 환경에 의해 다치거나 죽는다”며 “한국에서 1년에 산업재해로 사망하는 1900명의 노동자들은 한 가정의 소중한 부모나 자식이고 우리 이웃이자 형제”라고 말했다. 이어 “1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 시대라고 자화자찬할 것이 아니라 약자를 돕는 건강한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고 밝혔다.

천주교, 불교, 개신교 성직자들은 기자회견에서 ▲현대제철은 유족과 노동자들 앞에 사죄하고 사고수습과 진상규명, 재발방지 대책 마련에 최선을 다할 것 ▲정부와 국회는 노동자들의 생명을 집어삼켜 돈을 토해 내는 죽음의 공장을 당장 멈추고 철저한 진상조사를 통해 책임자에 대한 엄중한 처벌을 단행할 것 ▲비정규직 노동자에 대한 직접고용 등 위험의 외주화를 끝장낼 수 있는 구체적인 대책을 시급히 세울 것 등을 요구했다.

현대제철 최고경영진은 이날 3대 종교 성직자들의 면담 요청을 거절했다.

박지순 기자 beatles@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