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생활성가의 기쁨] 박소정

신동헌 기자
입력일 2019-03-05 수정일 2019-03-05 발행일 2019-03-10 제 3135호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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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들 때마다 노래하는 다짐 “아멘”

■ 미사

-“제 힘으론 할 수 없단 걸 누구보다 잘 아는 날 받아주소서”

누구나 실수를 한다. 하지만 실수를 달가워할 사람은 많지 않다. 완벽하고 싶고 잘하고 싶지만 마음대로 되지 않을 때, 부족한 자신을 질책하는 경우가 더러 있다. 박소정(알비나)씨 또한 그랬다. 부산교구 주교좌 남천본당 청년밴드 R.O.D(Revolution of Domino)에서 활동하고 있는 박씨는 언제나 완벽하고 싶었고 혹여나 실수하지 않을까 연습에 매진했다.

“청년미사에서 반주나 노래를 할 때 실수하는 것이 가장 싫었어요. 항상 조바심 내고 연습에 또 연습을 하며 완벽한 음악을 선보여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죠. ‘음악이 전례의 전부가 아니다’는 말을 들을 때면 머리로는 이해가 되는데 마음으로 받아들이지 못했어요. 오히려 살짝 화가 났었죠. 저의 노력과 수고가 무시당하는 것 같았거든요.”

그러던 중 전례를 주제로 한 피정에 참가하면서 자신이 무엇을 내려놓아야 하는지 발견했다. 음악적 완벽만을 추구하는 것은 하느님께 다가가는데 방해가 되며 음악적 실력이 아니라 하느님을 향한 마음이 중요하다는 것을 느낀 순간이었다. 하느님께서는 바라시는 것은 완벽한 음악이 아니라 온 마음을 담은 찬미였다.

“피정에 다녀온 후 ‘미사’라는 곡을 만들었어요. 하느님께서 부족한 저를 받아주시길 바라는 마음에서 만들었죠. 화려한 선율은 피하고 여백을 느낄 수 있게 했습니다. 하느님의 공간을 마련하고 싶은 마음에서였죠. 하느님을 향해서만 노래하고 싶다는 간절한 마음을 담아 만든 성가입니다. 이런 마음이 ‘미사’를 듣는 모든 이들에게도 전달되길 바랍니다.”

■ 센다(Senda)

-“주의 말씀 따라 사는 길 그 길 위에 함께 하는 이”

타인을 온전히 이해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렇기에 때로는 사랑이 미움으로 되돌아오기도 하고 작은 오해가 쌓여 돌이킬 수 없는 관계가 되기도 한다. 박씨는 이러한 경험을 하며 진정한 사랑과 믿음은 오직 하느님에게서만 온다는 것을 깨달았다.

“‘센다’(Senda)는 스페인어로 길 또는 좁은 길이라는 뜻이에요. 하느님을 향해 걸어가는 그 길을 표현하고 싶었습니다. 센다의 가사처럼 ‘믿음이 아픔으로 돌아오고, 사랑이 상처로 돌아온다’하더라도 실망하지 않고 하느님께 향하는 길을 걸어가고 싶습니다.”

힘들고 어려워도 포기하지 않겠다는 결심은 후렴에서 잘 드러난다. 후렴의 가사는 ‘아멘’이 전부다. 여러 번 아멘을 반복하며 좁은 길을 포기하지 않겠다고 다짐하는 것이다.

“하느님께로 다가가는 길은 좁고 험하지만 이 길을 벗어나고 싶지 않습니다. 삶의 자리에서도 신앙의 향기가 드러날 수 있도록 하느님을 향해 ‘아멘’이라 외치며 이 길을 걸어가겠습니다.”

신동헌 기자 david0501@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