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성

[주님 만찬으로의 초대] (29) ‘영성체 예식’

김기태 신부 (인천가톨릭대 전례학 교수)
입력일 2019-03-05 수정일 2019-03-05 발행일 2019-03-10 제 3135호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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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님 몸과 피 받아모시며 ‘일치’ 이루다

파스카 잔치인 미사의 영성체를 통해 주어지는 가장 큰 선물은 빵과 포도주의 형상으로 받아 모시는 그리스도와의 일치만이 아니라 하나의 빵을 먹음으로써 한 몸을 이루는 우리의 일치다.(1코린 10,17 참조) 이 거룩한 잔치에 참여하기 위한 합당한 준비 예식으로 주님의 기도, 평화 예식, 빵을 나누는 예식이 있다. 이 가운데 「로마 미사 경본 총지침」의 내용을 따라서 우리가 좀 더 주의를 기울여야 할 부분에 대해서 살펴보자.

■ 평화 예식

“이 예식에서 교회는 자신과 온 인류 가족의 평화와 일치를 간청하며, 신자들은 성체를 모시기 전에 교회의 친교와 서로의 사랑을 드러낸다. 평화의 인사를 나누는 방법은 주교회의가 민족의 문화와 관습에 따라 정한다. 그러나 모두 가까이 있는 이들하고만 차분하게 평화의 인사를 하는 것이 좋다.”(「로마 미사 경본 총지침」, 82항)

영성체를 위한 준비로서 평화의 인사를 나누는 예식은 예수님께서 수난 전날 제자들에게 하신 말씀으로 시작된다. “너희에게 평화를 두고 가며 내 평화를 주노라.”(요한 14,27 참조) 평화와 일치를 기원하는 이 기도는 직접적으로 그리스도를 향해 있다. 부활하신 주님께서는 두려움에 사로잡혀 있었던 제자들에게 나타나시어 “평화가 너희와 함께!”라고 하시며 이 약속의 실현을 드러내셨다.(요한 20,19-23 참조) 평화는 그리스도의 죽음과 부활로 말미암아 우리에게 주어진 구원의 선물이다. 사도 바오로는 그리스도의 죽음에 감추어진 이 신비에 대해서 이렇게 말했다. “그리스도는 우리의 평화이십니다.”(에페 2,14) “그분 십자가의 피를 통하여 평화를 이룩하시어 땅에 있는 것이든 하늘에 있는 것이든 그분을 통하여 그분을 향하여 만물을 기꺼이 화해시키셨습니다.”(콜로 1,20) 교회는 성찬례를 거행할 때마다 평화 예식을 통하여 주님께서 당신 교회에 주시는 이 평화의 은사를 기억하고 증언한다. 평화의 인사는 단순한 세속적인 인사가 아니라 머리이신 그리스도와 일치를 이루기 위한 조건으로서 그 지체들이 나누는 사랑과 화해의 예식적 표현인 것이다. 그러므로 영성체에 앞서 지나치게 과장된 몸짓으로 회중의 분위기가 산만해지지 않도록 가까이 있는 사람들과 차분하게 평화의 인사를 나누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경신성사성 회람 「미사 중 평화의 은사를 나타내는 예식적 표현」에서는 평화의 인사를 나눌 때 다음과 같이 과도한 것은 반드시 피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 바 있다. 로마 예법에는 존재하지 않는 ‘평화의 노래’를 도입하는 것, 신자들이 서로 평화의 인사를 나누기 위하여 자리를 이동하는 것, 사제가 신자들과 평화의 인사를 나누려고 제대에서 물러나는 것, 주님 부활 대축일이나 주님 성탄 대축일과 같은 일부 상황 또는 여러 예식 미사에서 참석한 이들에게 축하, 기원, 또는 위로의 말을 전하기 위하여 평화의 인사를 나누는 것이 이에 해당한다.

한 어린이가 성혈에 적신 성체를 받아 모시고 있다. 교회는 양형 영성체로 성찬 잔치의 표지가 한층 더 완전하게 드러난다고 말한다.

■ 양형 영성체

“영성체는 성체와 성혈 양형으로 할 때에 표지로서 더 충만한 형태를 지닌다. 양형 영성체로 성찬 잔치의 표지가 한층 더 완전하게 드러나고, 하느님의 뜻에 따라 새롭고 영원한 계약이 주님의 피로 맺어졌다는 사실이 더욱 뚜렷이 표현되며, 성찬 잔치와 아버지 나라에서 이루어질 종말 잔치의 관계가 더욱 분명히 나타나기 때문이다.”(「로마 미사 경본 총지침」, 281항)

새 「로마 미사 경본 총지침」은 충만한 성사적 표지로서 양형 영성체가 허락되는 경우를 더욱 분명히 밝히면서 교구장 주교는 자기 교구를 위하여 양형 영성체 규범을 정할 수 있다고 명시하였다. 우선 신자들에게 양형 영성체를 집전하려면 성사가 모독될 어떤 위험도 없도록 여러 가지 상황을 충분히 고려하여야 한다. 신자들은 성체 교리에 대하여, 곧 가톨릭 신앙이 가르치는 대로 한 가지 형상만의 영성체로도 그리스도를 참된 성사로 온전히 다 모시는 것임을 잘 알고 있어야 한다. 영성체하는 이들의 수가 너무 많거나 다른 까닭으로 예식 진행이 어렵다고 판단될 때에는 양형 영성체를 분배하지 않는 편이 더 나을 것이다. 양형 영성체 분배는 다음의 두 가지 방식 가운데 하나를 선택한다.(「로마 미사 경본 총지침」, 284-287항 참조)

성혈을 성작에서 직접 마시는 경우 : 영성체할 사람이 성체를 받아 모신 다음에 성작 봉사자에게 가서 그 앞에 선다. 봉사자는 “그리스도의 피”라고 말하고 영성체 하는 사람은 “아멘”이라고 응답한다. 이어서 봉사자가 성작을 건네주면 영성체하는 사람은 두 손으로 성작을 잡아 입에 대고 조금 마신다. 그 다음에 성작을 봉사자에게 돌려주고 물러난다. 봉사자는 성작 수건으로 성작 가장자리를 닦는다.

축성된 빵을 성혈에 적셔서 모실 경우 : 사제는 성합을 들고, 그 옆에 봉사자가 성작을 들고 선다. 사제는 성체를 집어 한 부분을 성작의 성혈에 적신 다음 그것을 보이면서 “그리스도의 몸과 피”하고 말한다. 영성체하는 사람은 “아멘”하고 응답하고 사제에게서 성체와 성혈을 모신 다음 물러난다. 이때 신자는 사제가 주는 성체를 입으로만 받아 모셔야 하며, 자신이 직접 성체를 성작에 넣어 적신 다음에 영해서는 안 된다.(「구원의 성사」 104항 참조)

신자들에게 다소 복잡하게 여겨질 수도 있는 이러한 세부 지침들은 영성체가 단순히 일상의 음식을 먹는 행위가 아니라 하느님에게서 주어지는 선물, 곧 그리스도께서 직접 자신의 몸과 피를 우리의 영적 양식으로 내어주시는 행위임을 알려준다. 따라서 사제의 손으로부터 성체와 성혈을 받아 모시는 동작이 지닌 깊은 의미를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김기태 신부 (인천가톨릭대 전례학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