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리

[더 쉬운 사회교리 해설-세상의 빛] 10. 대화와 상생, 공익 지향하는 노동조합 (「간추린 사회교리」 305~309항)

이주형 신부 (서울대교구 노동사목위원회 위원장)
입력일 2019-03-05 수정일 2019-03-06 발행일 2019-03-10 제 3135호 16면
스크랩아이콘
인쇄아이콘
헌법에서 보장하는 노동권 지킬 수 있도록 도와
국내 노조 조직률 10%에 불과
취약 노동 계층 위해 장려 필요
노사 이분법 편가르기 삼가야

박 형제: 신부님 어제 제가 아들과 논쟁을 했습니다. 제 아들이 우리나라는 노동조합의 파업 때문에 망한다며 노동조합이 다 없어져야 한다고 하지 않습니까? 물론 노동조합의 활동들이 일부 비판받을 여지도 있지만 노동조합 자체는 헌법에서 보장하는 것이고 가톨릭 사회교리에서도 노동조합 결성을 권고하잖습니까?

이 신부: 아, 그러셨군요.

■ 노조는 불필요하다?

노사갈등은 첨예한 문제이며 인류의 오랜 역사에서도 노사문제는 대립의 역사로 흘러 왔습니다. 노동조합이 과격하다고 인식하는 분들도 계십니다. 반대로 사업하는 분들을 자본가, 악덕 기업주라며 나쁘게 보는 분들도 계십니다. 하지만 그런 주장들은 너무 극단적입니다.

우리에게 먼저 필요한 것은 이분법적 사고를 지양하고 균형 잡힌 시각을 갖는 것입니다. 어떤 분들은 일부 노조의 파업과 투쟁, 지나친 정치 관여에 대해 부정적으로 생각합니다. 분명히 대기업, 고임금 노조의 일부 편파적 행보도 비판의 여지가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 노조 조직률은 10% 정도에 불과합니다. 선진국처럼 노조의 경영참여도 전무합니다. 또한 우리나라는 노조활동이 제한받는 경우가 많으며 국제노동기구(ILO) 2014년 발표 자료를 보면 우리나라의 노동권 등급은 최하 수준인 5등급입니다.

■ 노동조합에 대한 올바른 인식 필요

헌법 제33조에서도 보장된 노동 3권을(단결권, 단체교섭권, 단체행동권) 무조건 거부하는 것은 옳지 않습니다. 또한 계층과 신분처럼 노동자와 사업자를 나눠 서로를 적대시하는 사고 또한 올바르지 않습니다. 결국 우리의 지혜로운 시각이 필요합니다. “노조 조직률과 중산층이 함께 줄어들고 노조 조직률과 상대적 빈곤율이 서로 반비례한다”는 연구 결과만 봐도 노조 조직률은 건강한 사회를 위한 중요한 척도입니다. 프랑스와 독일은 노조 조직률은 낮지만 단체 협약 적용률이 각각 60%, 90%이기에 상대적 빈곤률이 낮습니다.

한국인의 노조 가입률이 타국에 비해 낮다는 것과(북유럽의 경우 평균 70%), 노조 가입률이 낮은 나라는 노동 환경이 열악하다는 사실을 고려할 때 노동조합의 결성은 건강한 사회를 위해 매우 중요한 문제입니다. 가톨릭교회도 명백하게 노동조합의 필요성을 이야기합니다.(「간추린 사회교리」 305항)

■ 노동조합은 사회적 약자에 대한 공익집단으로서 역할 해야.

무엇보다 노동조합은 미조직화된 취약 노동 계층을 위해 필요합니다. 기간제 근로와 비정규직을 포함한 미숙련, 저학력 노동자, 어린이와 청소년, 노년층과 여성과 장애인, 외국인들은 노동법을 잘 모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분들은 자신들의 권리를 주장하기 힘든 데다 빈곤과 고용불안까지 겪기에 반드시 노동조합이 필요합니다. 또한 노동환경 자체도 기술발전과 함께 더 복잡해지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노동조합의 결성을 통해 사회 취약계층에 대한 안전망과 제도적 보호를 강화해야 합니다. 그리고 노동조합은 공익집단으로서 역할을 해야 합니다. 특정조합의 기득권 층만이 아니라 고용이 불안한 모든 사회적 약자들도 혜택과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하고, 나아가 건강한 노사발전과 노동조합 문화의 정착 및 사회적 상생을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교도권은 다양한 직종에 고용된 노동자들의 기본적인 권리를 옹호하기 위하여 결사나 노동조합을 결성할 권리와 관련하여 존재하는 노동조합의 근본적인 역할을 인정한다.”(「간추린 사회교리」 305항. ‘노동조합의 중요성’ 중)

이주형 신부 (서울대교구 노동사목위원회 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