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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이산화탄소 단식’ 운동을 제안한다

황종열(레오·두물머리복음화연구소)
입력일 2019-03-05 수정일 2019-03-06 발행일 2019-03-10 제 3135호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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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님과 우리 자신과 온 창조물의 ‘공동 부활’을 지향하며

겨울이 지나고 봄의 문턱에서 사순 시기를 맞았다. 우리는 이 시기에 식사를 줄이거나 즐기는 것들을 절제하고 불편을 기쁘게 감수하는 전통을 살아 왔다. 단식과 금육은 단순히 경제적인 절약이나 건강 때문에 하는 것이 아니다. 특히 사순절 단식은 첫째, 주님의 수난에 참여함으로써 주님을 향한 사랑의 연대를 실천한다. 둘째, 이 세상에서 고통받는 사람들의 아픔을 함께 져주는 사랑의 동반을 추구한다. 셋째, 이렇게 절약한 것으로 주님이 사랑하시고 주님이 당신과 동일시하신 가난한 이들을 향한 사랑의 연대를 지향한다.

그런데 우리는 산업 개발과 편리한 생활로 지구가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환경을 심각하게 파괴하면서 수많은 생명들을 멸종시켜 가고 있다. 기업들의 경제 활동과 시민들의 도시 문화 생활로 많은 이산화탄소를 발생시키면서 하느님이 창조하신 자연 생태계를 파괴하고, 그 과정에서 오늘 우리가 겪는 기후 변화 현상들이 나타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은 2015년에 생태 회칙이라고도 불리는 「찬미받으소서」를 발표했다. 교황은 여기서 하느님이 창조하신 아름다운 자연을 지키기 위해서는 ‘생태적 회개’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2019년 사순 시기에 이런 호소에 응답해 ‘이산화탄소 단식’을 함께 실천하면 어떨까?

■ ‘이산화탄소 단식’이란?

‘이산화탄소 단식’은 그리스도인들이 하느님의 창조계에 대한 관심과 사랑에서 21세기에 들어서 실천하기 시작했다. 일반 단식은 식사나 즐기는 것들, 혹은 흥겨운 행사 등을 줄이는 것이라면, 생태적 단식이라고 할 수 있는 ‘이산화탄소 단식’은 기업이나 일상 활동에서 이산화탄소를 덜 발생시키는 것을 뜻한다. 이 실천은 지구 온난화와 기후 변화가 나타나는 이 시대에 하느님의 창조 질서를 보전하는 복음적 실천이 될 수 있다.

■ 지금 자라나는 어린이들에게 어떤 세상을 물려주고 싶습니까?

우리는 숨을 들이쉬면서 산소를 받아들인다. 이렇게 받아들인 산소로 뇌 작용을 비롯해서 온 몸의 작용이 가능해진다. 이 과정에서 일종의 부산물로 이산화탄소가 발생하는데, 숨을 내쉬면서 이것들을 몸 밖으로 내보낸다. 그런데 숨만이 아니라 우리가 사용하는 에너지와 물품들을 생산해 내는 과정에서도 어마어마한 이산화탄소가 배출된다. 우리가 산업 발달 과정에서 그리고 이제는 필수품이 되다시피 한 자동차를 이용하면서 과도하게 이산화탄소와 초미세먼지를 발생시키고 있다.

하지만 창조계는 말도 하지 못한 채 고통을 겪다가 지구 온난화와 기후 변화를 일으키고 초미세먼지가 가득 찬 대기 속에서 신음하는 중이다. 기후 변화가 나타나고 초미세먼지가 발생하면 가난한 사람과 약한 사람들, 병자와 노인들이 가장 먼저 고통받는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찬미받으소서」에서 “지구의 울부짖음이 가난한 사람들의 울부짖음과 하나로 이어져 있다”(49항)고 말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일반 단식이 현세의 가난한 사람들을 돌보는 것을 지향해 왔다면, 생태적 회개와 ‘이산화탄소 단식’은 현재의 자연과 가난한 사람들은 물론 후세대의 자연과 후세대 전체를 돌보는 사랑의 연대가 될 것이다. 교황은 “지금 자라나는 어린이들에게 어떤 세상을 물려주고 싶습니까?” 하고 묻는다. 그리고는 “우리는 미래 세대가 살 만한 지구를 물려주는 것에 관심을 보이는 첫 세대”라고 말하면서(160항), ‘세대 간 정의’를 요청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설명한다.(159항)

교황은 2015년에 미국과 유엔을 방문해 생태적 회심과 생태적 실천을 요청했다. 같은 해 말에 프랑스 파리에서 세계 195개국의 정치 지도자들이 모여 기후변화 정상회의를 열고 이산화탄소를 덜 발생시킬 대책을 마련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7년에 탈퇴했지만, 이것은 국제적인 수준에서 ‘이산화탄소 단식’을 결의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우리나라도 정부 차원과 기업 차원에서 이산화탄소를 덜 발생시킬 정책과 기술을 개발하면서, 햇빛 발전과 태양 전지, 전기차와 수소차 등에 대한 정치적, 경제적, 과학적 지원을 시도하는 중이다.

이런 시대 상황에서 신앙인들이 ‘이산화탄소 단식’을 일상생활과 연결해 지속적으로 실천하는 것은 자기 복음화와 사회 복음화, 생태 복음화 모두를 위해서 뜻깊은 일이 될 것이다. 이것은 하느님께서 창조하시고 “보시니 참 좋았다”(창세 1,31)고 하신 그 아름다운 창조 세계를 지켜서 우리가 행복하고 우리 후손들 역시 행복하게 살 기본 생활 조건을 마련해 가는 위대한 사랑의 실천이 되리라고 확신한다. 이번 사순 시기에 우리 신앙인들이 먼저 생활 속에서, 그리고 기업을 운영하는 이들이라면 기업체와, 교육자라면 학교 공동체와, 그리고 공무원이라면 자기 조직과 더불어 ‘이산화탄소 단식’, ‘생태적 단식’을 실천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

■ ‘이산화탄소 단식’ 방법과 ‘소확행’

그러면, 우리의 일상에서 어떤 것을 실천할 수 있는가? 뜻있는 모든 사람이 이미 ‘이산화탄소 단식’을 해 왔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소소한 그러나 확실한 생태적 행동 사례들을 제안한다. “예를 들어, 플라스틱이나 종이의 사용을 삼가고, 물 사용을 줄이고, 쓰레기 분리수거를 하고, 적당히 먹을 만큼만 요리하고, 생명체를 사랑으로 돌보며, 대중교통을 이용하거나 승용차 함께 타기를 실천하고, 나무를 심고, 불필요한 전등을 끄는 것입니다. 뜻깊은 동기에서, 물건을 쉽게 내버리지 않고 재활용하는 것은 우리 자신의 존엄을 표현하는 사랑의 행위가 될 수 있습니다.”(211항)

참으로 ‘이산화탄소 단식’은 낯선 것이 아니다. 우리가 일상에서 기쁘게 할 수 있고 또 해 온 일들이다. 그동안 서울대교구를 비롯해서 여러 교구와 뜻있는 생태인들이 생활 속에서 비닐 사용 줄이기나 종이컵 사용 안 하기나 걸어서 성당 가기 등 ‘불편한 즐거움’ 운동을 펼쳐 왔다. ‘소확행’(小確幸)은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을 뜻하는 말인데, 우리는 이것을 ‘소소하지만 확실한 생태 행동’으로 바꾸어서 생태 운동 캠페인으로 삼을 수 있겠다. 불편한 즐거움이나 소확행이나 모두 하느님의 창조 질서를 지키는 일에 참여함으로써 그분과 우리의 집인 지구와 온 창조물을 살리는 실천이다. 위에서 본 것처럼,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런 모든 노력들이 우리 자신의 존엄을 표현하는 사랑의 행위라면서 기쁘게 실천할 것을 요청한다.

■ ‘나라도’가 ‘나라’를 바꾼다 ‘하느님 나라’로!

우리는 그동안 ‘나 하나쯤이야’ 하는 생각에서 하느님의 창조 질서를 어그러뜨려 온 면이 있다. 이제는 ‘나라도’라는 의식으로 ‘나라’를 바꾸고 지구를 바꿀 수 있다는 믿음이 필요하다. 이 복된 사순 시기를 맞으면서 우리 신앙 공동체가 하느님의 숨을 받아서 사는(창세 2,7) 하느님의 모상(창세 1,27)답게 하느님의 ‘공동 창조자’의 길을 함께 기쁘게 걸을 수 있기를, 그리하여 예수 그리스도의 빛나는 부활의 현존 안에서 하느님의 온 창조물들과 함께 기쁨을 나눌 수 있기를 기원한다.

황종열(레오·두물머리복음화연구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