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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알 하나] 3·1운동 100주년 기념 마라톤 / 현재봉 신부

현재봉 신부 (제2대리구 목감본당 주임)
입력일 2019-03-05 수정일 2019-03-05 발행일 2019-03-10 제 3135호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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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운동 100주년을 기념한 마라톤 대회에 참가하기로 했다. 어떤 대회보다도 그 의미가 커서 몸을 제대로 만들지도 못했는데 덜컥 신청부터 하고 말았다. 이번 대회는 일제의 강압적인 식민통치를 거부하고, 국내외로 ‘대한독립’을 선언한 3·1정신을 시대를 초월해 동참하기 위해 마련됐다. 진정한 독립은 아직도 현재진행형이다. 남북의 완전한 통일이 3·1절 정신의 완성이라 하겠다.

마라톤의 백미는 완주에 있다. 완주하기 위해선 몸이 만들어져야 한다. 내가 얼마만큼 준비하느냐에 따라 건강과 재미를 다 얻을 수 있다. 그래서 마라톤은 과학적이고 정직한 운동이다. 혹자는 너무 고되 도전조차 하지 않는다고 하지만 단거리 5~10㎞부터 시작해서 차츰 거리를 늘리다 보면 21㎞ 하프~42.195㎞ 풀코스마저 뛸 수 있다. 기초체력과 평상시 운동이 필요하기에 자신의 건강을 지키는 좋은 운동이다.

가끔 마라톤이 건강을 해친다고 오해하는 분들이 있다. 그런 분들에게 말한다. 가령 내가 평상시 1시간 정도 걸리는 등산코스를 1시간30분 정도로 늘리면 부상 없이 안전하게 등산을 마칠 수 있는 것처럼, 풀코스 기준 5시간 이내로 들어올 수 있을 정도로 여유 있게 뛰면 안전하게 운동을 마칠 수 있게 된다.

그러면서도 풀코스를 뛰다 보면 사점(死點)이란 순간을 맞이한다. 중간에 레이스를 포기하고 싶을 정도로 숨이 차거나 근육경련이 일어날 수 있다. 그래서 페이스 조절이 필요하다. 완급을 조절하다 보면 위기의 순간을 이겨낼 수 있다. 물론 중간중간 물과 당 섭취도 이뤄져야 한다. 응원도 힘든 순간을 이겨내게 하는 중요한 요소다. 연도에 늘어선 시민과 봉사자들의 아낌없는 격려와 박수는 없던 힘도 솟아나게 한다. 물론 기도의 힘은 가장 힘든 순간 여지없이 발휘된다. 보통 35㎞ 이후 구간부터는 체력보다는 정신력으로 뛴다.

사실 작년 상반기 마(魔)의 35~37㎞ 구간에서 근육경련이 와서 거의 다리를 끌다시피하며 고통스럽게 뛴 적도 있다. 기도가 절로 나왔다. 성모송만 줄기차게 바쳤다. 그러자 거짓말처럼 경련이 풀리고, 마침 뒤바람까지 불어와 무사히 완주할 수 있었다.

인생을 마라톤에 비유하곤 한다. 삶에서 죽을 만큼 어려운 순간(死點)도 뛰다 보면 사라지고, 근육경련이 일어날 만큼 가슴 아프고 고통스러운 순간도 있지만 이 역시 뛰다 보면 사라진다. 중요한 것은 포기하지 않고 풀코스를 완주했을 때 얻는 기쁨은 세상을 다 얻은 것처럼 크다.

사순 시기가 시작됐다. 예수님은 죄와 죽음이라는 노예상태에서 우리를 해방시켜 주시고자 이 세상에 구세주로 오셨다. 부활을 맞이하기 전 고통과 죽음을 거쳐야 하는 것처럼, 나 자신도 구세주 예수님의 은총에 힘입어 내 삶의 사점(死點)을 극복하고 3·1독립정신으로 마라톤 풀코스에 도전해본다.

현재봉 신부 (제2대리구 목감본당 주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