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성 요셉 성월 특별기고] 기도의 모델이신 성 요셉

윤주현 신부 (가르멜 수도회 관구장)
입력일 2019-02-25 수정일 2019-02-27 발행일 2019-03-03 제 3134호 9면
스크랩아이콘
인쇄아이콘
늘 기도하고 주님 말씀엔 망설임 없이 순명하라 
■ “의로운 사람”
믿는 이에게 주어지는 의로움
약혼녀의 임신 소식 듣고도 마리아 지키려 남 몰래 파혼 결심
■ “기도의 사람”
꿈 속에서 들은 천사 메시지에 주님 뜻 받아들이고 즉시 행동
성모·예수님 지키며 기도 이어가 
■ “기도하는 모든 신자들의 벗”
성가정의 수호자로 준비된 분
요셉 성인 삶과 영성 본받아 마음 열고 기도에 충실해야 

안톤 라파엘 멩스의 ‘성 요셉의 꿈’. 요셉 성인은 꿈을 통해 주님의 메시지를 들었고 이후 주저하지 않고 그 말씀에 순명해서 실행으로 옮겼다.

3월은 성 요셉 성월로, 특별히 요셉 성인을 기리며 우리들의 신앙생활을 돌아보는 가운데 그분의 도움을 청하는 달입니다. 요셉 성인은 본격적으로 구원역사가 시작되기 전까지 예수님을 보호하고 부성 가득한 마음으로 사랑해 준 구원역사의 수호자이자 1등 공신이십니다.

이런 요셉 성인의 모습 뒤에는 이 모든 것을 가능케 한 ‘기도’가 있었습니다. 그 누구보다도 요셉 성인은 기도하는 분이셨습니다. 그분은 모든 것에 앞서 기도하시며 늘 주님의 말씀을 귀 기울여 듣고 그분께 온전히 순명하며 사셨습니다.

이런 요셉 성인을 두고 훗날 기도의 대가로 평가받는 성녀 데레사는 그분을 기도하는 모든 신자들의 수호자이자 안내자라고 소개하며, 기도하는 신자들은 늘 그분께 어떻게 기도해야 할지 전구하며 은총을 청하도록 권하셨습니다.

그러면 요셉 성인은 어떤 면에서 기도하는 신자들의 모범이 되실까?

하느님께서는 당신의 아드님을 이 세상에 보내시면서, 공생활을 하기 전까지 아드님을 보호할 성가정의 수호자로 요셉 성인을 섭리적으로 준비하셨습니다. 예수님의 잉태와 탄생에 관해 전하는 마태오 복음 1장 18-24절을 보면, 자신의 약혼녀인 마리아가 결혼해서 같이 살기 전에 임신한 소식을 들은 요셉 성인의 모습이 잘 소개되어 있습니다.

이 황당하기 짝이 없는 소식을 접한 요셉 성인에 대한 마태오 복음사가의 첫 번째 설명은 이렇습니다. “요셉은 의로운 사람이었다.” 의로우신 요셉! 그분은 의로우셨기 때문에, 자초지종도 묻지 않고 겉으로 드러난 약혼녀 마리아의 임신이라는 큰 허물을 아무도 모르게 덮어주려 했습니다. 당시 율법에 따르면, 이 경우 임신한 여인은 공개적으로 모욕을 당하고 돌에 맞아 죽어야 했습니다. 그러나 요셉은 의로웠기 때문에 당신이 이해하지 못한 성모님의 허물을 눈감아주며 용서하고 남몰래 파혼하기로 했습니다.

만일 의롭지 못했다면, 여느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임신한 자기 약혼녀에게 크게 화내며 남의 아이를 임신한 그 여인에게 복수했거나 적어도 그 여인이 돌에 맞아 죽도록 방치했을 겁니다. 그러나 요셉 성인은 그러지 않으셨습니다. 의로운 분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이러한 그분의 의로움은 어디에서 오는 걸까? 성경에 따르면(히브 11,7 참조), ‘의로움’은 믿는 이에게 주어지는 유산입니다. 요셉은 믿음의 사람이었습니다. 그분은 평소 하느님께 충실한 분이셨고 그분을 충실히 믿었던 분이셨습니다. 그래서 그분은 의로운 분이셨습니다. 요셉 성인은 하느님을 온전히 경외하던 분이셨고, 그분과 깊은 관계를 유지하는 가운데 그분의 말씀과 뜻을 늘 헤아리며 사신 분이셨습니다. 구원 역사의 수호자로 성모님과 예수님을 맡겨드리기에 충분히 준비된 분이셨습니다. 이것이 가능했던 것은 그분이 늘 하느님 앞에서 ‘기도하는 분’이셨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성모님의 임신 소식을 들었을 때, 요셉 성인은 그분을 살리기 위해 노력했고 동시에 그 사건에 숨어있을지 모를 주님의 섭리와 뜻을 헤아리기 위해 기도하셨습니다.

마태오 복음은 그런 요셉 성인이 꾼 꿈에 대해 전합니다. 요셉 성인은 꿈에 주님의 천사로부터 메시지를 전해 듣고, 잠에서 깨어나 ‘즉시’ 주님의 뜻을 알아들었으며, 들은 그대로 성모님을 맞아들이고 아이를 낳아 성심을 다해 키웠습니다. 꿈은 무의식의 영역입니다. 요셉 성인은 꿈에 하느님이 당신의 천사를 보내 말씀하실 정도로 평소에 주님을 향해 있었습니다. 그래서 ‘즉시’ 주님이 하신 말씀의 진의를 알아듣고 실천했습니다. 평소 그렇게 기도하셨고 무의식까지 주님께 온전히 열려계셨기에 가능했던 일입니다. 그런 ‘기도의 사람’이 아니었다면, 꿈속에서 주님의 천사가 전한 주님의 말씀을 들었을 때, 그저 개꿈이려니 하고 그 중요한 메시지를 흘려버렸을 것이며, 결국 성모님과 태중의 아기 예수님은 돌에 맞아 죽었을 겁니다.

동방박사들이 아기 예수님을 경배하고 돌아간 다음에도 요셉 성인은 꿈을 통해 주님의 천사로부터 중요한 메시지를 받았습니다. 아기 예수님을 죽이기 위해 혈안이 된 헤로데를 피해 이집트로 피신하라는 말씀입니다. 이때도 요셉 성인은 주저하지 않고 ‘즉시’ 그 말씀을 실행에 옮겼습니다. 성경에 따르면(마태 2,14), 요셉 성인은 꿈을 꾸고 난 바로 그 날 밤 즉시 두 분을 데리고 이집트로 갔습니다.

이집트에 피신했을 때에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역시 요셉 성인은 꿈 속에서 주님의 말씀을 듣고 ‘즉시’ 성모님과 아기 예수님을 데리고 이스라엘로 돌아가 나자렛에 정착했습니다. 이렇듯 주님의 말씀 앞에서 주저하지 않고 즉시 그 말씀에 순명해서 실행으로 옮기려면, 주님을 사랑하고 그 말씀을 경청하며 그분께 늘 마음이 가 있어야 합니다. 기도 중에 주님의 뜻을 늘 헤아리고 곰곰이 생각하며 그분을 향해 마음을 들어 높이지 않았다면, 이 모든 것은 불가능했을 일입니다. 요셉 성인께서 기도의 사람이셨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입니다.

구약의 요셉처럼, 예수님의 인간적 부친이신 요셉 성인도 꿈을 많이 꾸셨습니다. 인생의 결정적인 순간마다 요셉 성인은 꿈을 꾸었고 주님의 천사로부터 말씀을 받아 이를 그대로 실행해 옮겼습니다. 한 마디로 요셉 성인도 어찌 보면 ‘꿈쟁이’셨습니다.

하느님에 대한 꿈을 꾼 사람, 그것은 그분이 기도의 사람이었기에 가능했습니다. 평소에 기도하고 준비하는 가운데 주님의 말씀에 온전히 순명했기에, 주님에 대한 꿈, 그분께서 이루실 새로운 역사에 대한 꿈을 꿀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구원 역사의 두 주인공인 성모님과 예수님을 수호하심으로써 구원 역사가 충만히 이뤄지도록 최고의 조연 역할을 하셨습니다. 그분은 돌아가실 때까지 나자렛의 숨은 삶 속에서 목수로 일하시고 곁에서 늘 두 분을 관상하며 장차 예수님을 통해 이루어질 하느님의 일을 꿈꾸고 기도로 준비하고 동반하셨습니다.

그러기에 요셉 성인은 그 누구보다도 기도의 사람이십니다. 주님과 우리 사이의 만남이 이뤄지는 시간, 그분과의 사랑이 무르익는 시간, 주님의 뜻을 헤아리고 곰곰이 생각하며 발견하는 시간, 주님을 관상하는 시간이 기도라면, 요셉 성인이야말로 기도하는 모든 신자들의 벗이자 수호자이십니다. 그분은 그 누구보다도 여러분에게 기도의 비결을 잘 알려주실 기도의 동반자이십니다.

성 요셉 성월을 맞아 요셉 성인과 함께 주님에 대한 꿈을 꾸며 기도에 충실하시기 바랍니다. 그러면 주님께서도 여러분에게 의로움을 선사해 주실 것이며 오늘 당신의 새로운 구원 역사를 이루기 위해 여러분을 크게 쓰실 것입니다.

윤주현 신부 (가르멜 수도회 관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