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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에세이] 미래세대 환경소송은 계속된다 / 장호균

장호균 (다미아노·제1대리구 대천동본당)
입력일 2019-02-25 수정일 2019-02-26 발행일 2019-03-03 제 3134호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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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환경운동 한다면서) 코팅 필름이 얼마나 환경에 나쁜지 아세요?”

안성지구 생태사도직 공동체를 위한 미사에 쓰일 기도문 코팅작업을 아내에게 맡겼더니, 우리 집 아이들과 함께 작업을 했나 봅니다. “여러 번 쓸 거니까 (매번 미사 때마다 기도문을 출력하는 것보다) 그게 낫지.” “아빠! 플라스틱 쓰레기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지 몰라요?” 청소년들이 그렇듯이 목적과 수단의 불일치를 못 견디는 것도 이해가 되고, 아빠가 하는 일을 이 녀석들이 도왔구나 하는 흐뭇한 생각에 말문을 닫았습니다.

다음 달에는 생애 처음으로 결혼식 주례를 서게 됩니다. 본당 청소년위원장을 할 때 주일학교 교사였던 가브리엘의 배우자 가족이 교우가 아닌가 봅니다. 초등부·중고등부 미사를 참례할 때면 울컥할 때가 있습니다. 앳된 아이들이 성장하여 주일학교 교사로 활동하는 늠름한 모습을 볼 때 그렇습니다. 쉰 살이 조금 넘었는데 아직 주례 설 나이가 아니라고 아내는 말리지만 흔쾌히 주례를 서기로 약속했습니다.

미래세대 환경 소송, 시작은 필리핀이었습니다. 90년대 초 필리핀 어린이들이 숲을 개발하지 말아달라고 소송을 내 이겼습니다. ‘기후변화로 가장 잃을 것이 많은 세대는 바로 우리 청소년들입니다.’ 우르젠다 재단이 청소년을 주축으로 900명의 시민을 모아 진행한 네덜란드 최초의 기후변화 소송에서 승소했고, 2016년 미국 청소년들이 연방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기후변화 소송에서 승소했습니다. 현세대가 누리고 있는 자연자원은 미래세대로부터 신탁받은 재산이라는 ‘공공신탁법리’ 위반이라는 것입니다.

우리나라에서도 2000년 새만금 갯벌지킴이 어린이 1백 명이 소송을 제기했으나 패소했습니다. 그때 소송인단 대표였던 세 명의 아이들이 벌써 20~30대 초반이 되었습니다. ‘우리는 기후변화보다 뜨거워.’ 급기야 벨기에 3만5000명의 청소년들이 매주 목요일마다 학교에 가지 않고 시위를 벌이고 있습니다. 기성세대들이 기후변화를 ‘진짜 문제’로 인식해달라는 것입니다.

올해 중학교에 진학하는 막내 발렌티나는 생태 위기는 심각하지만 상황이 좋아질 것 같지는 않다고 합니다. 내달에 결혼하는 가브리엘에게 자녀를 많이 낳으라고 축복을 해도 되는 건지, 앞으로 계속될 미래세대 환경소송에 과연 무슨 답을 할 수 있을지? ‘공동의 집’ 아이들에게.

<끝>

장호균 (다미아노·제1대리구 대천동본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