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길’ 주제로 은경축 기념전 마산교구 최재상 신부

박경희 기자
입력일 2019-02-19 수정일 2019-02-19 발행일 2019-02-24 제 3133호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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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자가의 길, 우리가 가야할 길이죠”
3년 전 위암 수술 후 죽음 묵상하며 작업한 14처
사제이며 예술가로서 삶… 교회에 봉헌하고 싶어

십자가의 길 14처 작품 앞에 선 최재상 신부는 “3년 전 위암 수술 후 삶과 죽음을 묵상하며 작업한 작품이라 의미가 있다”고 말한다.

“누구나 자신의 길을 걷고 자신만의 발자국을 남깁니다. 그것이 인생이 됩니다. 사제로서 걸어온 25년, 결코 짧은 세월이 아님에도 왜 그리 빨리 지나왔는지 모르겠습니다. 25년의 길을 돌아보며 제 삶을 정리해보고 싶었습니다.”

최재상 신부(마산교구 창원 명서동본당 주임)는 올해 사제수품 25주년 은경축을 맞아 다섯 번째 개인전을 갖는다. 주제는 ‘길’. 그 가운데서도 ‘십자가의 길’이다. 주님의 길이며, 우리가 가야할 길, 오늘도 걸어가는 길이기에.

3월 1일까지 창원 파티마병원 파티마갤러리에서 도유화와 타일화, 도예작품으로 표현한 14처를 선보인다. 각기 다른 재료들이지만, 단순하고 상징적인 형상으로 예수님의 고통을 전한다.

도유화와 타일화는 같은 스케치인데도 느낌이 사뭇 다르다. 파스텔로 색을 입힌 타일화는 부드러운 반면 1000℃ 불에서 얻어진 오묘한 색감의 도유화는 강렬하다.

최 신부는 “흙을 빚어 구워내는 도예작업을 하며 원하는 색이 나오지 않으면 가끔 아크릴 물감을 입히기도 하는데, 불이 만들어내는 빛깔과는 다르다”고 말한다.

이번 전시작들은 최 신부에게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2016년 5월, 위암 수술을 받고 작업한 작품들이기 때문이다.

“암 선고를 받고 두려웠죠. 죽음에 대해서 진지하게 생각하게 됐습니다.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고민하며 작품에 더 몰두했습니다.”

청주교구 가톨릭청소년센터와 마산교구 함안 칠원성당에 설치된 14처가 그때 만들어졌다.

병원에서 전시를 여는 것도 환자들과 그 가족들에게 위안이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다. 각 처마다 묵상글을 적어 신앙을 떠나서 각자 가야할 길을 새겨보도록 했다.

“길은 누구나 가야합니다. 혼자 가는 길도 있고, 함께 가는 길도 있고, 그 길에서 우여곡절이 있을 수 있어요. 그간 지나온 길과 나아갈 길을 생각해보는 기회가 됐으면 합니다.”

사제이며 예술가인 최 신부, 회화에서 건축까지 이력도 다채롭다.

1994년 사제품을 받은 후 2000년 대구가톨릭대학교 미술대학 동양화과를 졸업하고, 2013년 경상대학교 공과대학 건축학과 대학원을 졸업했다. 전공인 한국화를 비롯해 도유화, 도예, 스테인드글라스, 조각, 목판화까지 다양한 작업영역 안에서 작가로서 완성하고픈 길은 무엇일까.

최 신부는 “마지막 숙제는 ‘건축’이 아닐까 싶다”면서 “교회건축 안에 작품들을 넣기 위해서 여러 재료를 다루고 있다”고 말했다.

“결국엔 제가 하는 모든 작업들이 교회에 도움이 되기 바랍니다.”

박경희 기자 july@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