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김수환 추기경 선종 10주기] 김수환추기경연구소 심포지엄

성슬기 기자
입력일 2019-02-19 수정일 2019-02-20 발행일 2019-02-24 제 3133호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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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보 같은 사랑, 바보의 나눔… 세상을 변화시킨다

2월 14일 서울 주교좌명동대성당 꼬스트홀 2층에서 열린 제8회 김수환추기경연구소 심포지엄 종합 토론에서 노연희 교수가 의견을 말하고 있다.

교회를 넘어 많은 사람들이 그리워하고 있는 고(故) 김수환 추기경. ‘혜화동 할아버지’였던 김 추기경이 우리 곁을 떠난 지 10년의 세월이 흘렀다. 이제는 김 추기경에 대한 존경과 사랑이 단순히 그리움에만 머물러 있어서는 안 된다. 김 추기경의 정신을 본받아 우리의 삶으로 구현해 내야 한다.

지난 2월 14일 오후 1시 서울 주교좌명동대성당 꼬스트홀에서 열린 제8회 ‘김수환추기경연구소 심포지엄’은 지난 10년을 돌아보며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모색하는 자리였다.

김수환추기경 선종 10주년 기념위원회(위원장 염수정 추기경)와 김수환추기경연구소(소장 박승찬 교수)가 공동주관한 이번 심포지엄은 ‘김수환 추기경의 나눔 정신에 대한 고찰과 앞으로의 방향’을 주제로 열렸다.

서울대교구 총대리 손희송 주교는 ‘김수환 추기경의 나눔 정신’을 주제로 기조강연을 했으며, 가톨릭대학교 김남희(엘리사벳·김수환추기경연구소 기획위원) 교수가 ‘김수환 추기경과 가톨릭시민’를 주제로 발표를 이어갔다. 또 서강대학교 생명문화연구소 심현주(율리아나) 책임연구원과 가톨릭대학교 노연희(모니카) 교수 등이 발표자로 나서 김 추기경의 나눔 정신을 잇는 단체들의 실태에 대해 발표했다.

“스스로를 내어준 사랑 우리도 그 정신 새기며 재물과 권력 좇는 대신 하느님의 가치 증거하길”

손희송 주교

“이주민과 난민 등 신빈곤층에 관심을 재화는 하느님의 것 모든 이에게 분배돼야”

심현주 연구원

“가톨릭 사회복지는 사회정의와 맞물려 (재)바보의나눔 활동 나눔문화 확산에 기여”

노연희 교수

“웃음의 카리스마는 희생과 연대 뜻해 우리도 삶에서 살아가려 노력해야”

김남희 교수

■ 김수환 추기경의 나눔은 진정한 사랑의 실천

나눔은 그리스도인들이 삶으로 하느님을 증거할 수 있는 좋은 방법 중 하나다. 특히 각자의 자리에서 김수환 추기경의 나눔 정신을 구현해 낼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하다. 손희송 주교는 기조강연에서, 돈 때문에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현 시대적 상황에서 나눔은 그리스도인들에게 ‘주님의 명령’으로 다가온다고 강조했다.

손 주교는 “김 추기경님의 나눔 정신이 우리 마음 안에 깃들었으면 좋겠다”면서 “돈과 재물을 최고의 가치로 떠받드는 이 세상에서 더 많은 이들이 하느님을 증거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이어 “선행과 나눔을 소홀히 하지 마십시오. 이러한 것들이 하느님 마음에 드는 제물”(히브 13,16)이라는 성경 구절을 소개하며, 현대 사회에서 나눔 실천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특히 나눔은 여유 있는 자들만의 몫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몫이라고 설명했다. 또 거창한 것이 아니라 하느님의 자녀인 우리가 각자 자기 자리에서 실천할 수 있는 것부터 시작해 점점 나눔 문화가 확산되길 바란다고도 밝혔다.

아울러 김 추기경이 스스로를 바보라고 부르며 진정한 사랑을 실천했던 것처럼, 우리도 그리스도의 손발이 돼 하느님께 영광을 드릴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손 주교는 “진정한 사랑은 자기가 가진 바를 내놓는다”며 “우리 모두는 하느님의 발이 돼 그분을 필요로 하는 곳으로 가야 하고, 그분이 원하는 손길을 내밀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진정한 사랑’은 세상을 변화시키는 힘이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가진 것을 나누는 데 인색한 오늘날 자본주의 사회의 현실을 지적하기도 했다. 손 주교는 “안타깝게도 하느님을 피난처로 삼기보다는 자신의 많은 재산을 믿으며 사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며 “사람들은 우리 사회에서 큰 힘을 지닌 재물과 권력을 얻기 위해 발버둥을 친다”고 꼬집었다.

■ 김 추기경의 나눔 정신 구현 방안

지난 10년간 김 추기경에 대한 그리움이 깊어진 만큼, 김 추기경의 정신을 이어받은 나눔 단체들은 많이 성장해 왔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단체들이 앞으로 김 추기경의 정신을 제대로 구현하기 위해서는 한국 사회의 새로운 나눔 문화 형성을 위해 고민해야 하며, ‘사회적 공공성 운동’과 연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수환 추기경의 나눔 정신을 잇는 단체들의 실태조사’를 주제로 발표한 심현주 책임연구원과 ‘재단법인 바보의나눔의 변화와 사업성과 분석’을 주제로 발표한 노연희 교수는 우선, 동정심에 기반을 둔 나눔 문화가 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양극화가 심해지는 현 상황에서 빈곤을 사회가 정의롭지 못해 생겨난 문제로 받아들이며, 빈곤을 예방할 수 있는 형태의 보편 복지로 나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가톨릭 사회복지는 사회 정의를 이루는 방향으로 변해야 한다고도 했다.

더불어 김 추기경의 정신에 따라 한국 사회의 지향점에 대해 고민하며 다른 나눔 단체들과 차별화해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심 연구원은 특히 신(新)빈곤층에 대한 대응을 강화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는 “이주민과 난민, 노인, 주거빈곤, 여성빈곤 등 다양화되는 빈곤의 형태들을 주목해야 한다”면서 “빈곤예방과 평등한 시민권 차원에서 공유재화 분배에 관련한 정치적 해결방안에도 적극 참여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편 심 연구원이 제안한 ‘사회적 공공성 운동’은 모든 재화는 하느님의 것이며, 그 재화를 모두 누릴 수 있도록 모든 사람에게 사회적 재산이 분배돼야 한다는 것을 전제로 전개하는 운동이다.

아울러 노연희 교수는 (재)바보의나눔은 현재 사회를 변화시키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며, 재단이 안정적으로 성숙기에 접어들기 위해서는 합리적인 인사 관리체계가 필요하고 기획 역량과 홍보 활동을 강화해야 한다고 요청했다.

■ 김 추기경 카리스마 확산하는 ‘가톨릭 시민’

진정한 사랑을 실천해 온 김 추기경은 선종 이후에도 한국 사회의 영향력 있는 인물로 선정되고 있다. 2018년 시사저널이 실시한 설문조사 ‘누가 한국을 움직이는가’에서 김 추기경은 ‘가장 영향력 있는 종교인’ 1위에 올랐다. 김남희 교수는 예언자적이고 성자적인 ‘웃음의 카리스마’가 김 추기경이 오랫동안 사람들에게 존경받고 사랑받는 이유라고 분석했다.

김 교수는 김 추기경 카리스마의 핵심을 ‘웃음’이라고 밝혔다. 특히 자연스러운 유머와 함께 감동을 전한 김 추기경의 웃음을 이웃을 위해 자기를 희생할 줄 아는 ‘자기 비움’의 웃음이자 ‘연대’의 웃음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바람 잘 날 없었던 현대 한국 사회에서 김 추기경은 등대와 같은 역할을 보여줬다”며 “사람들은 김 추기경이 세상을 비추는 등대 역할에서 지도자로서의 카리스마를 느꼈고, 가난한 이들을 위로하는 모습에 담긴 따뜻한 미소를 봤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김 교수는 김 추기경의 카리스마를 확산시키기 위해서는 ‘가톨릭 시민’으로 살아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가톨릭 시민은 자신의 삶 안에서 행동으로 김 추기경의 카리스마가 드러나는 신자를 일컫는다. 김 교수는 “김 추기경님의 카리스마는 신자들이 가톨릭 시민으로서 살아가고자 노력할 때 비로소 구현될 것”이라며 “가톨릭 시민교육의 장(場)에서 지속적이면서도 다양하게 공공성과 시민성에 대해 활발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수환추기경연구소는 2010년 설립된 이후 시민교육과 청소년 및 청년교육 등 교육 활동을 활발히 벌이고 있으며 다양한 사회 조직 계층을 만나 추기경의 영성과 가르침을 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성슬기 기자 chiara@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