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뽀기 보고시퍼여(축복이 보고싶어요), 엉아 어디 써요(형아는 어디 있어요)?”
오늘도 갓 돌이 된 아기 동생이 보고싶다고 보챈다. 유치원에 간 형을 따라 밖에 나가고 싶어 안달이다. 그래도 엄마는 이런 보챔이 반갑기만 하다. 들릴듯말듯한 작은 목소리에 힘이 없어 발음도 어눌하지만 몇 마디라도 말할 수 있을 만큼 기운을 차린 것이기 때문이다.
2월 28일이면 이제 겨우 만 세 살이 되는 김지웅(라파엘)군. 지난해 5월 급성 림프구성 백혈병 진단을 받고 9개월째 항암치료 중이다.
오로지 지웅군을 살리는 게 우선이었다. 하지만 진단 당시, 셋째 가브리엘은 태어난 지 백일된 아기였다. 엄마 품에서 떼어놓을 수 없는 나이라 아빠가 회사를 휴직하고 병원에 머물렀다. 9개월째 병원에서 쪽잠을 자고 있는 아빠의 몸과 마음은 기진맥진한 상태다. 큰 아들 미카엘도 다섯 살, 어린 두 아들과 투병 중인 아들까지 한꺼번에 돌봐야 하는 엄마에겐 하루 24시간이 부족하다. 무엇보다 매일 수십만 원, 한 달 평균 1000여만 원이 드는 치료비 걱정에 가슴이 먹먹하다. 저축 등 가진 건 이미 다 바닥이 난지 오래다. 주사 한 대 값이 290만원, 병의 특성상 보험 처리가 되지 않는 희귀의약품을 계속 사용해야 하고 보험 지원을 받아도 기본적인 처치와 검사, 입원 등에만 매월 300~400만원의 비용을 계속 들여야 한다. 지난달엔 2300만원이 찍힌 청구서를 받아들고 어찌할 바를 몰라 날밤을 샜다.
지웅군의 치료를 위해 거주지인 포항을 떠나 대구 칠곡 지역 병원 인근으로 이사를 해야 했지만, 세를 낼 방도가 없어 부모님이 겨우 마련한 대출금으로 작은 집을 얻었다. 항암 치료 후 기운을 좀 차리자 며칠 간 퇴원을 허락받기도 했었다. 형의 손을 꼭 잡고 아기를 품에 꼭 안고 떨어지려 하지 않는 지웅군을 보면 하루라도 집에 머물게 하고 싶었다. 하지만 면역력이 약해 집에 머무는 동안 몇 번이나 응급실을 간 이후론 집으로 데려가는 것도 망설여진다.
최근엔 기관지염에 폐혈증까지 겹쳐 1인 집중치료실에 머물러야 했다. 무균실에 들어가면 부모조차 면회가 제한돼 더욱 힘겹다. 하루 2번 30분씩 허락되는 면회 시간이 끝나면 부모와 헤어지는 걸 너무 힘들어해서 병원에서 권한 조치다.
지웅군은 아들 셋 중에서 가장 순하고 늘 양보만 하는 아이였다. 주사를 맞지 않겠다고 밥을 먹기 싫다고 떼쓰지도 않고 늘 입을 앙 다물고 참는다. 어린아이가 이를 물고 참는 모습은 대견하다기 보다 너무나 측은해 차마 달래기도 어렵다. 항암 부작용으로 다리 통증까지 생겨 재활치료도 겸해야 한다. 뭐라도 좀 먹어야 기운을 차리지만, 작은 빵조각을 몇 번 오물거리는 거 말곤 먹는 데 의지를 보이질 못하는 모습도 안타까울 뿐이다.
지웅군의 부모는 아이 셋이 모두 잠든 시간에야 자리에 앉을 수 있다. 묵주기도를 봉헌하는 시간이다. 백혈병 진단을 받은 후 매일 54일 묵주기도를 이어가며 신앙의 힘으로 버텨왔다고 말한다. 하지만 앞으로도 최소 3년간 치료를 더 이어가야 한다. 단 한 순간도 원망을 해본 적은 없다. 치료를 받는다면 나을 수 있다는 희망에 감사할 뿐이다. 오늘도 이들은 지웅 라파엘과 형 미카엘, 동생 가브리엘 세 천사의 손을 꼭 잡고 기도한다.
※성금계좌※
우리은행 1005-302-975334
국민은행 612901-04-233394
농협 301-0192-4295-51
예금주 (재)대구구천주교회유지재단
모금기간: 2월 20일(수)~3월 12일(화)
기부금 영수증 문의 080-900-8090 가톨릭신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