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현장에서] 누구를 위한 교회인가 / 성슬기 기자

성슬기 기자
입력일 2019-02-19 수정일 2019-02-19 발행일 2019-02-24 제 3133호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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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해·요” “영원한 우리의 연인 김수환 추기경님”

고(故) 김수환 추기경의 서울대교구장 은퇴 미사 당시 피켓에 적힌 말이다. 본지 1면(1998년 6월 28일자)에는 당시 분위기를 “김 추기경은 신자들의 사랑에 흠뻑 젖은 하루를 보냈다”고 표현했다. 그가 얼마나 많은 사랑을 받았는지 느껴지는 대목이다.

올해 선종 10주년을 맞는 김 추기경은 신자들은 물론 전 국민에게 사랑과 존경을 받았다. 많은 사람들이 그를 추모하며 “우리 사회의 큰 어른이 사라져 아쉽다”고 말한다. 지난 한 달 동안 선종 10주년 기념행사 현장에서 만난 이들도 그랬다. 그가 받은 사랑을 우리 교회가 다시 받을 수는 없을까.

그의 삶에 답이 있다. 김 추기경은 6·25전쟁 직후 폐허가 된 수녀원에서 엄마와 단둘이 살며 굶주린 8살 꼬마 소녀에게 “더불어 식구로 살자”고 말했다. 성매매 피해 여성들을 만나러 갈 때에는 그들과 친해지기 위해 농사짓다 온 큰아버지 차림으로 그들을 방문했다.

완전히 남을 위해 마음이 열려 있는 삶이었다. 어려움에 처한 이들을 외면하지 않았으며, 기꺼이 그들 곁에서 함께 가슴 아파하고 슬퍼했다. 그들을 가족처럼 여기고 그들에게 힘을 보태줬다.

이제는 교회가 김 추기경의 사랑을, 나눔 정신을 그리고 정의를 살아내기 위해 마음을 열어야 한다. 그리고 ‘모든 이를 위하여’ 살아가야 한다.

“그리스도께서 완전히 남을 위해 있었듯 교회는 완전히 남을 위해 있어야 합니다. 가난한 이웃, 고통받는 이웃을 위해 교회의 마음이 참으로 열려 있을 때 교회는 참 교회입니다.”(김수환 추기경 잠언집 「바보가 바보들에게」3권)

성슬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