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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에세이]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것? / 장호균

장호균 (다미아노·제1대리구 대천동본당)
입력일 2019-02-19 수정일 2021-12-20 발행일 2019-02-24 제 3133호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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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을 되찾는 데에는 의로운 한 사람으로 충분합니다!”(「찬미받으소서」 71항)

「찬미받으소서」 원문에서는 하느님께서 노아를 통해 인류에게 다시 시작할 수 있는 기회를 주신 것을 일컫고 있지만, 환경운동의 역사에서도 한 사람의 역할이 빛을 발한 순간을 자주 발견할 수 있습니다.

매월 셋째 주 토요일에 안성지구 생태사도직 공동체를 위한 미사가 있습니다. 사람 속은 모르는 것인지, 지역 환경운동 단체에서 함께 활동해왔던 선배가 오랫동안 ‘생태 영성’을 독학(?)해온 내력을 밥 먹고 어울리면서도 까맣게 모르고 있었습니다. 저의 강권에 못 이겨 이번 미사 후 강의를 맡아주고 후속 강의 주제 목록까지 보내줬습니다.

생각지도 않은 선물처럼 이렇게 제격인 분이 내 곁에 계셨다니! 물질만능주의 세상에서 검소한 생활습관을 형성하는 내면의 동력은 그리스도교 영성의 유산에서 찾을 수밖에 없다고 보기 때문에 더욱 뜻하지 않은 감동으로 다가옵니다.

새해부터 주보 4면에 교구 환경위원장 양기석 신부님의 ‘생태에세이’가 연재되고 있습니다. ‘북극곰이 나랑 무슨 상관인가?’라는 제목의 글은 ‘지금 할 수 있는 걸 당장 해야 합니다’라는 결어로 끝납니다.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것? 우선 ‘생태에세이’를 꾸준히 읽어보시기를 권합니다. 생태 영성도 기본적인 문제의식에서 싹틀 수 있습니다.

‘즐거운 불편 24 운동’ 중에 할 수 있는 것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근본적 해결은 국가적인, 세계적인 수준의 합의가 필요한 것도 사실이지만 “작은 일상적 행동으로 피조물 보호 임무를 수행하는 것으로는 세상을 바꿀 수 없다고 생각하지 말아야 합니다”라는 교황님의 허를 찌르는 지적 또한 부정하기 어렵습니다.(「찬미받으소서」 211, 212항 참조) ‘가정·생명·환경분과’는 본당 공동체의 일치된 참여를 이끌 수 있을 것입니다.

‘아빠, 아버지’께 ‘오늘 저희에게 일용할 양식을 주시’기를 청원할 때, ‘주님, 은혜로이 내려주신 이 음식과 저희에게 강복’을 청할 때, 성찬례에서 ‘그리스도의 몸과 피’가 된 빵과 포도주를 영할 때 ‘하느님께서 창조하신 모든 존재’를 통하여 찬미와 감사를 드리고, ‘존재하는 모든 것과 내적 일치’를 느낄 수 있다면 우리는 생태사도직의 직무를 수행하고 있는 것입니다.

새로운 것 같지만 본질은 같은 사도직 활동, 생태적 문제의식과 참여 그리고 기도 지금 할 수 있습니다.(「그리스도인들이 피조물과 함께 드리는 기도」 참조)

<다음 주에 계속됩니다>

장호균 (다미아노·제1대리구 대천동본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