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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알 하나] 성경의 황금률과 맹자의 사단지설 / 현재봉 신부

현재봉 신부 (제2대리구 목감본당 주임)rn
입력일 2019-02-19 수정일 2019-02-19 발행일 2019-02-24 제 3133호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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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이 나에게 바라는 그대로 해 주는 것’이 이른바 성경의 황금률이다. 누군가 나에게 해주기를 바라며 기다리는 수동적 삶에서 내가 바라는 것을 이웃에게 나누고 베푸는 능동적 삶이 성경과 예수님의 가르침인 것이다.

성경의 가르침을 삶에서 그대로 실천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세상에 살고 있다. 세상 사람이 어떻게든 손해 보려 하지 않고 투자 대비 큰 수익만을 바라는 세태에서 예수님의 아낌없이 내어주는 사랑의 실천은, 참 바보 같은 삶이라고 할 수 있다.

이 바보 같은 삶을 이야기하자니 김수환 추기경의 짧은 일화가 생각난다. 추기경님은 가끔 노점상의 물건을 살 때 물건값을 절대 깍지 않고 달라는 대로 주신다고 했다. 그 이익이 노점상에게 가도록 하고 그로써 하늘에 공로를 쌓게 될 가능성을 염두에 둔 것이라 생각해 본다.

이 세상에 살면서 단순히 세상 사람들과 공생하는 단계에서 머무는 삶이 아니라 너와 내가 연대해서 더불어 행복한 ‘상생’하는 세상을 만들면 얼마나 좋겠는가? 하느님께서 세상과 인간을 선하게 창조하셨는데, 인간이 본래의 그 양심을 회복한다면 얼마나 좋을까?

이 점에 대해 동양의 선인들도 같은 지향으로 다음과 같은 가르침을 주고 있다. 중국 철학자인 맹자의 ‘사단지설’이 그것이다. 맹자는 이를 통해 인간 본래의 양심의 회복을 바랐다.

맹자는 인·의·예·지라는 덕들을 발생시킬 수 있는 요소를 단(端, 끝)이라는 단어를 사용해 표현했는데, 이는 덕을 실현시킬 시작, 혹은 바탕을 의미했다. 이제 인간이라면 당연히 갖춰야 할 네 가지 마음에 대해 알아보자.

첫째, 사람이라면 측은하게 여기는 마음(측은지심(惻隱之心))이 있어야 한다. 복음의 예수님께서 행하신 모든 치유기적과 오천 명을 먹이신 기적사화가 그 대표적이다. 둘째, 철든 사람이라면 모름지기 염치 즉 부끄러워할 줄 하는 마음(수오지심(羞惡之心))을 갖고 있어야 한다. 이 마음이 없다면 죄를 짓고도 뻔뻔하게 살게 되고, 심지어 남에게 죄를 뒤집어씌우기까지 한다. 셋째, 사람이라면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마음(시비지심(是非之心))이 있어야 한다. 사람에게서 시시비비를 제대로 가려내지 못한다면, 자기개선이나 사회 정의실현이 어려울 것이다. 넷째, 겸손한 사람이라면 사양할 줄 아는 마음(사양지심(辭讓之心))이 있어야 한다. 이 마음이 없는 사람은 교만하여 남을 낮춰 보며 이른바 ‘갑질 횡포’를 자행하여 남의 마음에 큰 상처를 주게 된다.

즉 사단(四端)은 하느님께서 인간에게 주신 본성으로서, 우리 삶에서 구체적으로 경험하고 실천하는 마음으로서 드러나며, 그것이 인간의 노력이 가미되어 안정된 덕으로 되었을 때 인·의·예·지(仁·義·禮·智)라고 명명된다. 다시 말해 측은하게 여기는 마음은 인(仁)의 단서(端)이고, 부끄러워하는 마음은 의(義)의 단서이며, 사양하는 마음은 예(禮)의 단서이고, 시비를 가리는 마음은 지(智)의 단서이다. 이 네 가지 단서(四端)를 가지고 있는 것은 마치 사람이 사지를 정상적으로 갖추고 사는 것과 같다.(공손추上6)

이와 같이 성경의 황금률과 맹자의 가르침은 사람에 대한 배려와 존중이라는 점에서 맞닿아 있다. 이번 한 주간 우리 모두 이 가르침대로 이웃사랑을 실천해 보면 어떨까?

현재봉 신부 (제2대리구 목감본당 주임)r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