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주교회의 사형제도폐지소위, 헌법소원 청구

박민규 기자
입력일 2019-02-19 수정일 2019-02-20 발행일 2019-02-24 제 3133호 1면
스크랩아이콘
인쇄아이콘
“이제는 사형제 폐지”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 위원장 배기현 주교(왼쪽에서 네 번째)가 2월 12일 오후 3시 헌법재판소 정문 앞에서 열린 사형제도 헌법소원 청구 기자회견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 사형제도폐지소위원회(위원장 배기현 주교, 이하 사폐소위)는 2월 12일 오후 3시 서울 재동 헌법재판소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형제도를 규정한 현행 법률에 대한 헌법소원심판 청구서를 헌법재판소에 제출했다.

기자회견에서 배기현 주교(마산교구장)는 “과거 헌재는 두 번에 걸쳐 사형제도에 대해 합헌 결정을 내렸다”며 “법의 이름으로 집행되더라도 인간의 생명만큼은 함부로 다룰 수 없기 때문에, 사형제도 폐지를 다시 한 번 엄숙히 청원한다”고 말했다. 이어 “역대 교황들도 사형은 인간 생명의 불가침과 인간 존엄에 대한 모욕이라며 사형 제도는 결코 용납할 수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고 덧붙였다.

사폐소위 총무 김형태(요한) 변호사는 “다수의 현직 헌법재판관들이 후보자 시절 인사청문회에서 사형제도가 폐지돼야 한다는 의견을 밝힌 만큼 현명한 결정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헌재는 사형제도에 대한 1996년 헌법소원심판 청구에 대해 합헌7 대 위헌2, 2010년 위헌법률심판 제청에 대해서는 합헌5 대 위헌4로 두 차례 합헌 결정을 내린 바 있다. 9명 헌법재판관 중 6명 이상이 위헌 의견을 내면 헌법소원심판 청구가 인용돼 사형제는 폐지될 수 있다. 1996년 헌법재판관 위헌 의견이 2명에서 2010년 4명으로 늘어난 흐름과 문재인 정부 들어 임명된 헌법재판관들의 후보자 시절 의견과 성향을 볼 때 이번 헌법소원심판 청구가 인용될 가능성은 그 어느 때보다 높다는 것이 대체적 시각이다.

김 변호사는 “15~19대 국회에도 사형제 폐지 법안을 냈지만 진행이 안 되고 있다”면서 “앞서 두 번의 헌재 결정에서 위헌 의견이 늘어나고 있는 만큼, 헌재의 사형제 폐지 결정이 국회의 입법보다 빨리 나오길 바란다”고 호소했다. 이어 “사회 일각에서 사형제도의 목적이 강력 범죄의 예방에 있다고 하지만, 여러 연구에 따르면 다른 형벌에 비해 사형제도가 보다 효과적인 범죄억지력이 있다는 가설은 입증되지 않고 있다”며 “유엔은 이 연구 결과를 공식 입장으로 채택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사폐소위는 존속살해 혐의로 구속 기소된 A씨를 지원하기로 했고, 김 변호사가 헌법소원심판 청구를 대리하고 있다. 인천지방법원 부천지원 제1형사부(정철민 부장판사)는 지난해 12월 A씨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하면서 “사형은 가장 강력한 범죄억지력을 가지고 있다”며 위헌법률심판제청 신청을 기각했다. 이에 A씨는 이번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기에 이르렀다.

헌법소원심판 청구서에는 ▲우리 헌법이 사형제를 인정하고 있는지 여부 ▲사형제가 인간의 존엄성과 생명권을 침해하는지 여부 ▲사형제가 생명권에 대한 과잉제한인지 여부에 대한 질의와 헌법해석을 통한 사형제 폐지의 필요성 등을 명시했다.

사폐소위는 “참혹한 범죄에 대해 참혹한 형벌로 응징하는 폭력의 악순환을 끊기 위해 헌법재판소의 결단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박민규 기자 pmink@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