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김수환 추기경 선종 10주기 맞아

성슬기 기자
입력일 2019-02-19 수정일 2019-02-21 발행일 2019-02-24 제 3133호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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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종 10년… ‘바보 추기경’ 추모 열기 뜨거웠다
서울 명동과 생가 터 군위 등 그리움 달래려 추모객 몰려
생전에 강조했던 사랑·나눔 불의에 맞섰던 용기 되새겨

“고맙습니다. 서로 사랑하세요.”

10년 전 2월 16일, 스스로를 바보라 부르던 김수환 추기경은 마지막 말을 남기고 우리 곁을 떠났다. 김 추기경의 선종 10주년을 맞아 영하의 추위에도 고인의 뜻을 기리는 추모 열기는 어느 때보다 뜨거웠다.

서울대교구는 2월 16일 서울 주교좌명동대성당에서 추모미사를 봉헌했다. 제대 앞에는 사진 대신 김 추기경이 스스로 ‘바보’라고 쓴 자화상이 놓였다. 서울대교구장 염수정 추기경이 주례하고 한국교회 주교단과 사제단이 공동집전한 이날 미사에는 수도자를 비롯해 정치인, 평신도 등 3000여 명이 참례해 김 추기경을 추모했다.

주교좌명동대성당은 물론 꼬스트홀과 소성전, 지하성전 등 700석이 넘게 다 찼으며, 성당 뒤편에 위치한 성모동산에 마련된 400여 석의 야외석도 가득 찼다.

염 추기경은 강론에서 “하느님께서 김 추기경님을 통해 사랑과 나눔이 우리 시대에 얼마나 필요한 가치인지 보여주셨다”며 “‘고맙습니다, 서로 사랑하세요’라는 추기경님의 메시지를 기억하며 서로 용서하고 더 많이 사랑하고 또 나누자”고 당부했다.

주한 교황대사 알프레드 슈에레브 대주교는 추모사에서 “김 추기경이 그리스도의 제자이자 목자로서 남겨준 영적, 사회적 유산은 시간이 흘러도 사라지지 않고 한국교회의 사명을 지속적으로 밝혀줄 것”이라고 말했다.

문재인(티모테오) 대통령은 김용삼 문화체육관광부 1차관이 대독한 추모사를 통해 “제가 천주교인권위원회 등에서 오래 활동하면서 불의와 타협하거나 힘과 권력에 굴복하지 않는 용기를 김 추기경님에게 배웠다”고 전했다.

주교회의 의장 김희중 대주교(광주대교구장)는 “김 추기경님은 한국의 가난하고 불의한 역사와 묵묵히 함께하셨다”며 “근래 5·18 광주민주화운동에 대한 모욕적이고 반역사적인 발언도 서슴지 않는 일부 정치인들의 모습을 보신다면 김 추기경님은 그들에게 어떻게 말씀하실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미사 중에는 재단법인 바보의나눔(이사장 손희송 주교)이 진행하고 있는 특별 모금 캠페인 ‘0216 이음’의 모금액을 봉헌하기도 했다. 지난해 11월부터 진행된 이번 모금에는 총 418명이 3900여 만 원을 기부했다.

고인을 추모하는 발길은 곳곳에서 이어졌다. 같은 날 대구대교구는 교구장 조환길 대주교 주례로 주교좌계산성당에서 추모 미사를 봉헌했다. 김 추기경이 어린 시절을 보낸 생가 터에 조성된 경북 군위 ‘김수환 추기경 사랑과 나눔 공원’ 스테파노 경당에서도 이날 추모 미사가 봉헌됐다.

성슬기 기자 chiara@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