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

[인터뷰] 성지 사진집 「자연과 순례」 펴낸 조경희 작가

민경화 기자
입력일 2019-02-12 수정일 2019-02-13 발행일 2019-02-17 제 3132호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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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8쪽/1만2000원/포토닷
“성지가 겪은 시간을 렌즈에 담고 싶었어요”
전국 41곳 순례하며 작업
계절마다 다른 매력 담기 위해 같은 성지 여러 번 방문하기도
“신앙의 길 이끄는 묵상집 되길”

조경희 작가는「자연과 순례」가 성지에 가지 못하는 분들이 기쁘게 기도하고 묵상할 수 있는 책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이리 올라오너라’(묵시 11,12)

칠흑같은 어둠 속에서 빛을 밝히는 십자가는 쉴 곳이 필요한 누군가에게 ‘이리 오라’며 손을 내민다.

조경희(잔다르크ㆍ57ㆍ인천 부평4동본당) 작가의 렌즈에 담긴 전국 41곳의 성지들은 이처럼 각자의 방식으로 신자들의 발길을 붙잡고 있었다. 그가 포착한 다양한 성지의 모습을 엮은 「자연과 순례」는 사진집이자 신앙의 길로 인도하는 기도모음집이다.

20대 초반, 가톨릭 신자였던 직장 상사의 권유에 못 이겨 산청 성심원 봉사를 따라다녔던 조 작가는 사진을 배우며 세례도 받고, 본격적으로 사진 봉사를 시작했다.

“좋은 일이라고 하니 거절도 못하고 주말이면 직장상사와 봉사를 시작했습니다. 사회와 격리된 곳이다 보니 그 곳에 계신 분들이 사진 한 장 찍을 여유가 없던 게 마음이 쓰여 카메라를 든 게 벌써 40년이 됐습니다.”

사진에 대한 열정이 커질수록 신앙심도 깊어졌다. 인천교구 가톨릭사진가회 7, 8대 회장을 역임하며 전국의 성지를 렌즈에 담았던 그는 2011년부터 본격적으로 순례에 나섰고, 전국 111개의 성지를 4차례나 순례했다.

“같은 성지를 네 번이나 갔는데 지겹지 않냐고 묻는 사람도 많았습니다. 성지는 봄, 여름, 가을, 겨울 계절에 따라 그리고 밤, 낮에 따라 다른 매력을 뽐내기에 저에게 몇 번을 봐도 질리지 않는 가장 아름다운 장소입니다.”

조 작가의 성지에 대한 애정은 사진에서도 드러난다. 낙동강 변에 자리한 마산의 명례성지는 작고 소박한 외관이지만, 조 작가의 손을 거치자 숭고한 분위기가 덧입혀졌다. 노란 단풍잎에 둘러싸인 원주의 풍수원성당은 가을의 문턱을 함께 넘고 싶을 만큼 운치 있는 모습으로 책에 담겼다.

가장 기억에 남는 성지를 묻자 조 작가는 ‘강화 일만위순교자 현양 동산’을 꼽았다.

“2004년 축성식에서 봤을 땐 투박한 돌 형상에 불과했던 무명 순교자상이 7년 뒤 다시 찾으니 거룩하게 순명한 이 땅의 순교성인들의 모습과 겹쳐지며 가슴이 뜨거워졌습니다. 성지를 방문하는 것은 눈에 보기 좋은 것 이상의 신앙적으로 황홀한 순간을 경험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합니다.”

화려하고 예쁜 모습보다는 성지가 겪어온 시간과 사연을 담고자 했던 조경희 작가는 이 책이 누군가에게 신앙의 빛이 되고 시작이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조경희 작가는 “신자들이 순교성인들의 발자취를 따라 마음에 여유를 갖고 한번쯤 자연과 순례하며 성지를 찾아봤으면 하는 바람으로 책을 내게 됐습니다. 뿐만 아니라 성지에 못가는 분들도 사진을 보고 기쁘게 기도하고 묵상했으면 좋겠습니다”고 말했다.

민경화 기자 mkh@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