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리 올라오너라’(묵시 11,12)
칠흑같은 어둠 속에서 빛을 밝히는 십자가는 쉴 곳이 필요한 누군가에게 ‘이리 오라’며 손을 내민다.
조경희(잔다르크ㆍ57ㆍ인천 부평4동본당) 작가의 렌즈에 담긴 전국 41곳의 성지들은 이처럼 각자의 방식으로 신자들의 발길을 붙잡고 있었다. 그가 포착한 다양한 성지의 모습을 엮은 「자연과 순례」는 사진집이자 신앙의 길로 인도하는 기도모음집이다.
20대 초반, 가톨릭 신자였던 직장 상사의 권유에 못 이겨 산청 성심원 봉사를 따라다녔던 조 작가는 사진을 배우며 세례도 받고, 본격적으로 사진 봉사를 시작했다.
“좋은 일이라고 하니 거절도 못하고 주말이면 직장상사와 봉사를 시작했습니다. 사회와 격리된 곳이다 보니 그 곳에 계신 분들이 사진 한 장 찍을 여유가 없던 게 마음이 쓰여 카메라를 든 게 벌써 40년이 됐습니다.”
사진에 대한 열정이 커질수록 신앙심도 깊어졌다. 인천교구 가톨릭사진가회 7, 8대 회장을 역임하며 전국의 성지를 렌즈에 담았던 그는 2011년부터 본격적으로 순례에 나섰고, 전국 111개의 성지를 4차례나 순례했다.
“같은 성지를 네 번이나 갔는데 지겹지 않냐고 묻는 사람도 많았습니다. 성지는 봄, 여름, 가을, 겨울 계절에 따라 그리고 밤, 낮에 따라 다른 매력을 뽐내기에 저에게 몇 번을 봐도 질리지 않는 가장 아름다운 장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