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성

[세상살이 신앙살이] (472) 간절함의 힘

강석진 신부(한국순교복자성직수도회)
입력일 2019-02-12 수정일 2019-02-12 발행일 2019-02-17 제 3132호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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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평소 잘 알고 지내는 어느 교구 부제님이 나를 찾아왔습니다. 그날 부제님과 대화를 나누는 도중에 나는 질문을 했습니다.

“이제 부제님은 사제서품만 남았는데, 평소의 꿈이었던 선교 준비는 잘 하고 있어요?”

그 부제님은 웃으며,

“지금은 부제로 살아가고 있기에 드러내 놓고 선교 준비를 하기가…. 그리고 부제가 된 이상 주교님께 순명을 해야 하고. 그러기에 제 뜻대로 뭔가를 계획하고 준비를 한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되는 거잖아요. 그래서 요즘 든 생각으로 선교에 대한 열망은 놓지 않고, 하루하루 충실하게 살아가려고요.”

“아이고, 우리 부제님은 정말 겸손하게 살고 계신다. 부제님의 이런 마음, 하느님께서는 분명 은총으로 이끌어 주실 거예요.”

“저도 그렇게 되기를 기도하고 있어요. 부제서품 피정을 하는 동안 소망을 이루기 위해서 가장 필요한 것은 간절함이라는 깨달음을 얻게 되었어요. 우리가 평소에도 신앙에 대한 간절함, 자기 믿음에 대한 간절함을 간직하며 살아간다면, 그 간절함은 하늘도 감동시키는 것 같아요.”

“부제님, 혹시 간절했던 경험이 있었어요?” “아, 예. 그게 저…. 사실은 부제서품 피정을 며칠 앞두고 저녁 식사를 하는 도중에, 갑자기 온몸에서 발진이 생기고 가렵고 두드러기가 난 적이 있었어요. 그래서 급히 병원으로 달려가 처방을 받고 약을 사 먹었어요. 그렇게 사흘이 지났는데도 증상이 낫지가 않는 거예요. 부제서품 피정도 들어가야 하는데! 그래서 다른 병원을 갔어요. 거기서 의사 선생님께 자초지종을 말했죠. 그랬더니 무슨 약을 주시는데, 그 약도 안 듣는 거예요. 주사까지 맞았는데.”

“아이쿠. 우리 부제님, 그런 일이 있었네. 그래서 어떻게 되었어요?”

“드디어, 부제서품 피정 시작 전 날이 되었어요. 이제 자칫하면 서품 피정을 못 들어갈 상황까지 생긴 거예요. 사실 서품을 앞두고 피정에 못 들어간다는 것은…. 생각하고 싶지도 않을 일이 발생하는 거잖아요. 그래서 서품 피정 들어가기 전날, 정말 하느님께 간절한 마음으로 기도를 드렸어요. 원인을 모르는 이 병, 낫게 해 달라고. 그리고 그다음 날 새벽, 눈을 뜨자마자 또다시 간절한 마음으로 기도를 드렸어요. 그런 다음, 서품 피정은 오후에 출발하니까 오전에 다시금 세 번째 병원을 찾아갔어요.”

“세 번째 병원까지? 그럼 큰 병원에 가지 그랬어?”

“큰일을 앞두고 큰 병원에 가면, 마치 내가 큰 병에 걸린 것 같아 못 가겠더라고요. 그래서 근처에 있는 병원에 갔는데, 그 병원 의사 선생님은 내게 무슨 ‘알러지’라고 하시더니, 간단하게 처방전을 주는 거예요. 간절하게 기도한 것과는 달리 너무나도 단순하게 처방전을 주시기에…. 암튼 처방전대로 약국 가서 약을 받았고 점심 식사한 후 그 약을 먹었더니, 세상에! 기적같이 몸의 모든 이상 반응이 다 가라앉는 거 있죠! 그런 다음 부제서품 피정도 편안한 마음에 잘 들어갔죠. 특히 서품 피정을 하는 동안 간절한 기도의 마음이 지속되어 그랬는지 평소 막혀 있던 생각들이 여유로워지고 동료들과의 관계도 편안해지고, 궁극적으로 나의 꿈, 희망, 미래까지도 온전히 주님께 모든 것을 맡겨야 한다는 결심까지 들게 되더라고요. 그렇게 은총의 시간을 보낸 후 부제서품을 받았더니, 이제는 모든 것에서 홀가분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어요.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던 ‘알러지’가 얼마나 무서운 건지를 알게 된 만큼, 간절한 마음의 기도가 얼마나 큰 힘을 발휘하는지도 깨닫게 되었어요.”

인간이 가지는 간절함 마음에서 나오는 기도, 그 힘은 대단한 것 같습니다.

강석진 신부(한국순교복자성직수도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