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새 영화] 난민 이야기 담은 ‘가버나움’

이승훈 기자
입력일 2019-02-12 수정일 2019-02-12 발행일 2019-02-17 제 3132호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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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이 본 지옥같은 현실

영화 ‘가버나움’ 한 장면. 그린나래미디어 제공

“왜 고소했죠?”

“나를 태어나게 해서요.”

영화 ‘가버나움’은 출생기록조차 없이 살아온, 이제 10살을 조금 넘긴 ‘자인’이 부모를 고소하는 장면을 시작으로 난민이 살아가는 실제 현장에 관객들을 초대한다. 영화 ‘가버나움’은 칸영화제에서 심사위원상을 수상하고, 2019 골든글로브 외국어 영화상 후보, 제91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 외국어영화상 후보에 오르는 등 세계의 이목을 끌고 있다. 국내에서도 1월 24일 개봉한 이 영화는 상영관이 100곳도 안되지만, 벌써 누적관객 9만을 넘기며 입소문을 타고 있다.

‘가버나움’은 성경에 등장하는 도시 ‘카파르나움’의 다른 표기다. 영화의 번역자가 외래어표기법이 정해지기 이전의 표기를 사용하는 개신교 성경을 그대로 따른 것이다. 성경에서 카파르나움은 예수가 공생활을 펼친 중심지이자, 예수의 수많은 기적이 행해진 도시다.

그러나 영화는 레바논 난민의 삶을 적나라하게 스크린에 비춘다. 마을에는 비위생적이고 안전하지 못한 생활환경은 물론이고, 담배를 피며 전쟁놀이를 하는 아이들, 마약을 밀반입하는 사람들, 돈을 위해 갓 10살을 넘긴 딸을 시집보내는 부모, 하루 종일 길거리에서 일하고 구걸하는 어린 아이들의 모습이 당연하다는 듯이 펼쳐진다. 기적은커녕 인간의 기본권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혼돈의 도가니다.

영화가 주목받는 이유 중 하나는 주인공 ‘자인’에서부터 아역배우와 연기자들을 실제 레바논 지역에 거주하는 난민을 캐스팅했다는 점이다. 그래서 이 영화는 영화지만, 마치 한 편의 다큐멘터리처럼 보인다.

지속적으로 난민에 대한 관심을 촉구하는 프란치스코 교황도 “난민은 통계나 숫자가 아니라 사람”이라며 “희망을 공유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자”고 촉구한 바 있다. 희망을 어떻게 공유해야 하는가. 영화는 감옥에 갇힌 난민들에게 다가가는 선교사들의 모습도 그린다. 모든 것을 잃은 난민들은 선교사들의 환대에도 공허한 눈을 부릅뜬다. 처절한 난민의 삶을 담은 영화 곳곳에 등장하는 묵주와 십자가가 사무친다. ‘평범한 일상’이야말로 이들에겐 기적이다.

이런 난민들의 삶을 담은 영화의 제목 ‘가버나움’, 바로 카파르나움은 그 자체로 신자들에게 메시지를 던진다. “너 카파르나움아, 네가 하늘까지 오를 성싶으냐? 저승까지 떨어질 것이다. 너에게 일어난 기적들이 소돔에서 일어났더라면, 그 고을은 오늘까지 남아 있을 것이다.”(마태 11,23)

이승훈 기자 joseph@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