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설] 아라비아 반도에서 평화 초석 다진 교황

입력일 2019-02-12 수정일 2019-02-12 발행일 2019-02-17 제 3132호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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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치스코 교황이 2월 3~5일 아랍에미리트(UAE)를 사목 방문했다. 역대 교황으로서는 처음으로 이슬람의 본산 아라비아 반도를 찾았다. 교황의 아라비아 반도 방문은 2박3일의 짧은 기간이지만 전 세계에 종교간 화합과 평화의 중요성을 알리는 자리였다.

교황의 UAE 방문 목적은 2월 4일 아부다비 건국기념관에서 열린 ‘인류 형제애’에 관한 국제심포지엄 참석이었다. 이날 700여 명의 전 세계 종교 지도자들 앞에서 한 교황의 연설은 이번 사목방문의 핵심이었다. 종교의 이름을 내건 전쟁을 막고 평화를 위해 함께 노력하자는 교황의 메시지는 강렬했다.

이어 교황은 이슬람 수니파 최고 지도자인 이집트 알아즈하르 사원의 셰이크 아흐메드 무함마드 엘 타예브 대이맘(Grand Imam)과 함께 ‘종교 극단주의에 반대하는 인류 형제애 공동 선언’에 서명했다. 두 지도자는 신의 이름으로 자행되는 폭력의 정당성을 거부하고 다른 종교를 믿는 사람들을 존중하자고 역설했다.

이날 교황과 엘 타예브 대이맘의 모습은 800년 전 아시시의 성 프란치스코와 알 말리크 알 카밀 술탄의 만남을 연상시켰다. 십자군전쟁으로 유럽과 이슬람 세계의 대립이 극에 달했을 무렵, 성 프란치스코는 죽음을 무릅쓰고 이슬람 지도자를 찾아가 평화의 초석을 쌓았다.

이번 교황의 UAE 사목방문 모토는 ‘평화의 도구로 써 주소서’였다. 바로 성 프란치스코의 평화의 기도에 나오는 구절이다. 성 프란치스코의 이름을 딴 교황의 행보가 전 세계에 평화를 가져오는 도구가 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