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성

[하느님 안에서 기쁨 되찾기] 다른 본당으로 가고 싶어요

이찬 신부rn(성 골롬반외방선교회·다솜터심리상담소장)
입력일 2019-01-29 수정일 2019-01-29 발행일 2019-02-03 제 3131호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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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화의 원인이 무엇인지, 감정적 요인 찾아보길

【질문】다른 본당으로 가고 싶어요

10년 넘게 다니던 본당에서 불화가 생겨서 다른 본당으로 옮겨 가고 싶은데, 그게 올바른 일인가 하는 생각이 들어서요. 사목위원을 하면서 본당에서 봉사활동을 하다가 몇 사람과 불화가 생겼습니다. 나름대로 억울한 생각도 들고, 굳이 불편한 관계를 계속 유지하면서 이 본당을 계속 다닐 필요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어떻게 해야 할지요.

【답변】불화의 원인이 무엇인지, 감정적 요인 찾아보길

가톨릭교회와 개신교회의 차이가 여럿 있는데 그 중에서 신앙생활을 하는 교회가 지정된다는 점입니다. 이를 가톨릭교회의 속지주의라고 표현을 합니다. 즉 이사를 하게 되면, 전에 다니던 본당이 아니라 새로 이사 간 지역의 본당에서 신앙생활을 하는 것을 원칙으로 합니다.

이사를 해서 새로운 본당 공동체에서 신앙생활을 시작하게 되면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고 또 새로운 사람들을 사귀어야 하는 어려움에 봉착하게 됩니다. 한국 사람들은 외향적인 사람보다 내향적인 사람이 많다는 통계가 있습니다. 그래서 아무리 사랑을 실천하고 서로를 받아들이려고 노력하는 신자라고 해도 처음 보는 사람과 쉽게 친해지기는 어렵습니다. 그래서 새로 전입해 온 신자들에 대한 따뜻한 배려가 절실하다고 생각합니다.

상담을 하면서 어려움을 토로하는 분들의 많은 경우가 대인관계의 어려움에 관한 것입니다. 특히 따돌림을 당한 사람의 입장에서는 살아가는 것 자체에 어려움을 지니게 됩니다. 따돌림의 행위는 모함, 소외, 경멸, 폭력, 괴롭힘 등이 있습니다. 따돌림으로 인해 학생의 경우에는 등교거부, 자살 등으로 이어지고 성인일 경우에도 여러 가지 정신적인 어려움을 갖게 됩니다.

특히 집단 따돌림은 더 큰 문제입니다. 집단에 반하는 생각이나 행동을 하는 사람을 집단이 나서서 대놓고 따돌리고 학대하는 것이 집단 따돌림입니다. 요즘에는 이지메라는 일본말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따돌림에 대한 용어는 아주 많은 것 같습니다. 은근히 따돌린다는 ‘은따’부터 ‘왕따’ 등 여러 가지 표현이 존재하는 것을 보면 따돌림의 폐해는 사회적인 문제로 등장한 것으로 파악이 됩니다.

본당 사목위원 등으로 봉사하는 과정에서 서로 마음에 맞지 않아서 불화가 생겨나는 경우는 흔한 일일 것입니다. 나와 다른 사람은 자라 온 배경이 다르고, 성격이 다르고 가치관이 다르기에 관계를 유지하기가 어렵습니다. 결혼 초기에 많은 부부들이 부부 싸움을 하는 이유도 이런 차이 때문이라고 생각됩니다. 내 의견이 받아들여지지 않고, 내가 봉헌하려는 마음이 전해지지 않으면 지치고 그 곳을 떠나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것은 인지상정일 것입니다. 그래서 억울하고 본당을 옮길 생각까지 들 것입니다.

대인관계에서 어려움을 겪을 때 앞서 말씀드린 조직적인 혹은 개인적인 따돌림을 하는 사람이나 조직은 잘못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자신에 대해서도 한 번 살펴보면 어떨까 합니다. 저도 그렇지만 타인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아주 민감하게 반응하는 특별한 사안이 있습니다.

저 같은 경우 다른 사람이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뭔가를 잘못했다고 하거나, 틀렸다고 하면 매우 화가 납니다. 그래서 분노를 표출하게 되는데, 상대방은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을 때가 있고, 본인은 그런 의미로 말을 한 것이 아니라고 강변을 할 때가 있습니다. 그러면 저도 참 당황스럽습니다. 제가 갖고 있는 문제는 뭔가를 잘 해내지 않으면 안 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는 것입니다.

봉사활동을 하면서 듣는 말씀 중에 특별히 마음에 걸리거나 쉽게 오해되는 말이나 행동이 있는지 확인해 보시기를 바랍니다. 상대의 잘못도 있겠지만, 자신의 어떤 심리적인 부분이 건드려져서 감정이 드러나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어려움에 봉착하면 장소를 옮겨가는 것도 방법이겠지만, 자신을 잘 파악하고 상대를 이해하면 대인관계의 어려움이 많이 해소될 것이라고 생각을 합니다. 신앙인의 자세로 다른 형제자매들과 깊은 사랑을 나누도록 노력하는 것도 매우 멋진 모습이리라 생각합니다.

“온순하고 관대한 사람이 되어 모든 이를 아주 온유하게 대하게 하십시오.”(티토 3,2)

※ 질문 보내실 곳 :

[우편] 04919 서울특별시 광진구 능동로 37길 11, 7층

[E-mail] sangdam@catimes.kr

이찬 신부rn(성 골롬반외방선교회·다솜터심리상담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