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청년들, 신앙 안에 더욱 깊은 유대 맺다
가톨릭 청년들의 가장 큰 축제인 세계청년대회(World Youth Day, 이하 WYD)가 7월 22~27일 파나마에서 본대회를 개최했다. 파나마시티와 그 일대는 신앙의 열정으로 하나가 됐고 청년들은 어디서든 밝은 미소로 서로를 맞이했다. 교리교육과 상설 고해성사, 성시간 등 곳곳에서 진행된 프로그램은 청년들을 신앙 안에서 더욱 깊은 유대를 맺게 했다. 파나마에서 진행된 이번 세계청년대회의 여러 모습들을 소개한다.
■ 파나마 WYD의 한국인 순례자 교구와 수도회, 단체 등으로 구성된 400여 명의 한국인 순례자들은 파나마에서 케이팝 가수 못지않은 인기를 누렸다. 이번에 프랑스에서 온 순례자는 1500여 명, 포르투갈에서는 300여 명이 왔다. 지구 반대편에서 온 한국 순례자의 숫자만 봐도 당연히 관심이 갈 수밖에 없다. 한국 순례단이 태극기를 들고 파나마시티의 거리를 행진하면 다른 나라 순례자들이 사진을 같이 찍자고 요청하고 기념품을 교환하고자 한국인 순례자 주변으로 모였다. 한편 이번 파나마 WYD 한국인 봉사자는 총 4명이며 모두 스스로 비행기 운임을 포함해 참가비를 내고 파나마에 왔다. 이번 파나마 세계청년대회 소셜미디어팀에서 처음 봉사한 홍찬미씨는 “순례와 봉사는 확실히 차이점이 있으며 한국인들만 만나다가 다양한 배경과 문화를 가진 외국인들을 많이 만나게 돼서 기뻤다”고 소감을 전했다. ■ 한국인을 위한 교리교육과 성시간 파나마시티 한 가운데에 있는 상투아리오 성당에서 한국인을 위한 교리교육이 이뤄졌다. 본대회 기간에 교리교육은 핵심 프로그램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정한 주제인 “보십시오, 저는 주님의 종입니다. 말씀하신 대로 저에게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루카 1,38)에 맞춰 교육이 진행됐다. 염수정 추기경과 주교회의 청소년사목위원회 위원장 정순택 주교는 한국 순례자들을 위해 교리교육자로 나섰다. 그동안 WYD 교리교육이 주교들의 강의로 구성된 것과 달리 이번에는 눈에 띄는 시간도 있었다. 1월 25일 마지막 날 교리교육은 젊은이들의 주도로 진행했다. 각 교구별 순례자가 신앙 체험을 나눈 후 사제와 수도자에게 궁금한 것을 물어보는 시간이 마련됐다. 한국 순례자들의 질문은 결코 쉽지 않았다. “그리스도인으로서 사랑을 어떻게 전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 박 에밀리아나 수녀(성 바오로딸 수도회)는 “사랑과 감기는 드러내고 싶지 않아도 드러날 수밖에 없다”면서 “내 마음에 예수님 사랑이 넘치면 주변 사람들이 그 사랑을 느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답했다. 박 수녀는 많은 순례자들의 박수갈채를 받았다. 또한 이날 진행자로 나선 전성환(요셉·제주교구 화북 본당)씨는 “말끔한 진행은 아니었지만 한국 순례자들이 한데 모여 기쁜 시간을 가질 수 있어서 너무 행복했다”며 “어느 자리에서든지 이곳에서 느낀 주님의 기쁨을 실천하면서 살고 싶다”고 말했다. 이번 파나마 WYD에서 특별한 시간이 마련됐다. 국제 젊은이 신앙 단체인 ‘유스2000’의 요청으로 한국인을 위한 성시간이 파나마시티 그리스도 레이 성당에서 열렸다. 정순택 주교의 주례로 진행된 성시간은 제대 위 성체 분향, 독서 봉독, 성가를 부르는 순서로 이뤄졌다. 특히 독서와 묵상, 성가를 3회 반복하면서 한국인 순례자들은 예수님께 마음을 하나로 모았다. ■ 아메리카 최초의 성당 ‘파나마 비에호’ 순례자들이 가장 많이 찾았던 순례지는 ‘파나마 비에호’(Panama Viejo)다. 한창 유럽의 대항해 시대 때 정복자 페트로가 세운 아메리카 최초의 정착지이며 유럽식 도시다. 프란치스코 수도회, 도미니코 수도회 등 여러 수도회가 이곳에서 수도 생활을 했으며 4000여 명의 주민들 또한 이곳에서 생활했다. 또한 라틴아메리카, 중앙아메리카, 북아메리카 통틀어 최초의 성당이 여기에 있다. 지금은 해적에 의해 파괴돼 흔적만 남아 있지만 순례자들은 이곳에 방문해 과거 그리스도인들이 살았던 숨결을 느꼈다. ■ 순례자들과 함께한 파티마 성모님 특별히 포르투갈 파티마에서 온 성모상이 순례자들과 함께했다. 이 성모상은 유스페스티벌이 열렸던 오마르 공원 한쪽 경당에 모셔졌다. 순례자들은 공원 안에서 상설 고해성사, 성소 박람회 등 여러 프로그램에 참여한 후 자연스레 파티마 성모상이 있는 경당으로 발길을 옮겼다. ■ 예루살렘에서 온 순례자 묵주 파나마 WYD에 참가하는 모든 순례자들에게 순례자 용품이 지급된다. 매번 가방과 티셔츠, 물통, 순례 안내 책자 등이 지급된 것과 달리 이번에는 특별한 순례자 용품이 있었다. 예루살렘의 가난한 사람들이 만든 올리브 나무 묵주다. 파나마대교구는 교황청 재단 고통받는 교회돕기(ACN)와 협력해 이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이 묵주를 통해 순례자들이 기도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경제적으로 어려운 예루살렘의 그리스도인들을 도왔기 때문에 중요한 의미를 지녔다.이주현 임시특파원rn박민규 기자 pmink@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