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를 ‘오래도록’ 기억하게 되면 그 기억은 개인에게는 추억이 되고 개인을 넘어서면 역사가 되기도 한다. 그리고 ‘지금’을 살아가는 이들에게 그 기억의 끈은 다시 오랜 인연으로 이어져 삶 자체가 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자상한 아버지, 소박한 아버지의 모습으로 김수환 추기경을 기억하는 구요비 주교(서울대교구 해외선교담당 교구장 대리)와 인재근(엘리사벳)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 이들의 기억 속에서 인간 김수환, 추기경 김수환을 만났다.
■ 서울대교구 구요비 주교 “실수도 말없이 품어주며 믿어주신 분”또 민주화 투쟁을 하며 김 추기경에 도움을 받은 일화도 소개했다. 당시 감옥에 갇힌 민청련(민주화운동청년연합)의 이을호씨가 고문 등으로 인해 정신적 쇼크를 받고 감옥에서 생활하기 어려워졌다. 그러자 인 의원은 이씨의 가족들과 김 추기경을 만나러 가 “치료가 필요한 사람이니 석방될 수 있도록 도와 달라”고 호소했다. 이후 김 추기경은 이씨를 돕기 위해 애를 썼고, 이씨는 우여곡절 끝에 석방됐다.
그는 “김 추기경님은 감옥에 갇힌 사람, 해고된 노동자, 구속된 학생 등 인권을 탄압 받는 사회적 약자들에게 항상 관심 가져 주셨다”며 “기도는 물론, 사회적으로도 목소리를 내주신 모습을 보며 큰 위안이 됐다”고 밝혔다. 더불어 견진성사 때 김 추기경을 만난 일화도 생생하게 기억난다고 전했다. “김 추기경님이 견진을 축하해 주시면서, 다른 말씀은 안 하시고 ‘내가 우리 김근태 형제에게 기대가 많다’는 말씀을 하시더라고요. 제가 ‘양심수 석방’을 외치며 싸웠던 것을 잘 아시거든요. 계속 잊지 않고 관심 가져 주신다는 생각에 든든했습니다. 제 견진성사에서 남편 얘기를 하시니 이 말씀을 절대 잊지 못합니다.(웃음)” “추기경님을 참 좋아한다”는 그는 매일 새벽 방송 미사를 보며 가족들 사진과 함께 김 추기경이 기도하고 있는 사진을 바라보면서 평화의 인사를 나눈다. 그러면서 해고 노동자들에게 자상하게 다가와 준 김 추기경의 첫 모습을 잊지 않고, 어려운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 의정활동을 하려고 다짐한다. “추기경님이 생전에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하신 것들을 기억하며 그 정신을 이어가기 위해 노력합니다. 앞으로 의원 활동을 하면서도 김 추기경님의 정신을 이어받아 추기경님을 닮은 사람이 되려고 합니다.”성슬기 기자 chiara@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