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발로 뛰며 교회사 연구한 마백락 선생 선종

주정아 기자
입력일 2019-01-29 수정일 2019-01-30 발행일 2019-02-03 제 3131호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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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선조 향한 존경심으로 순교 흔적 찾아다니며 기록
대중 강연과 선교에 힘써
영남 지역 교회사 연구의 대들보로 헌신해온 마백락(클레멘스·81) 선생이 1월 27일 81세를 일기로 영원한 안식에 들었다.

마 선생의 장례미사는 대구대교구장 조환길 대주교 주례로 30일 경북 칠곡군 신동성당에서 봉헌됐다.

이날 미사 참례자들을 비롯해 한국교회사 관계자 등은 마 선생을 추모하며 “우리 모두는 그야말로 발로 뛰어 교회 역사를 찾고 기록한 그의 선구자적인 모습을 기억하고 본받아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미소 가득한 눈빛, 누구에게나 먼저 건네는 인사. 한 번이라도 마백락 선생을 만난 이들이라면 그의 참된 겸손함에 저절로 고개가 숙여진다고 말한다. 그러한 마 선생의 시선이 평생 머무른 곳은 바로 한국교회사의 발자취였다. 마 선생은 한국교회사, 무엇보다 영남교회사 연구에 헌신했다.

마백락 선생(가운데)의 교회사 연구 50주년을 기념해 2011년 12월 9일 열린 기념논총 봉정식에서 대구대교구장 조환길 대주교(맨 왼쪽), 전 안동교구장 두봉 주교(맨 오른쪽) 등 참석자들이 축하 케이크를 자르고 있다. 가톨릭신문 자료사진

그는 1961년 세례를 받은 후 대구대교구 칠곡과 신동본당 전교회장으로 활동하면서 대구와 마산, 안동, 부산, 제주 지역에 흩어져 있는 옛 교우촌과 순교자들의 흔적을 찾아 현양하는 일에 최선을 다했다. 한티 순교자들의 묘소를 찾고 김수환 추기경 조부 등 수많은 이들의 순교내력을 조사하고, 한티·신나무골·여우목·진목정 등 곳곳의 성지를 발굴, 성역화 하는 데에도 기여했다. 그의 주변인들과 교회 관계자들은 영남 지역 순교자 후손 중 마 선생을 만나보지 않은 이가 없었고, 교회가 남긴 어떤 흔적에도 마 선생의 발걸음이 거쳐 가지 않은 곳이 없다고 말한다. 지난 2011년 마 선생의 교회사 연구 50주년을 기념하며 봉정된 기념논총의 제목 또한 「발로 쓰는 한국 천주교의 역사」였다.

그는 학술적인 전문 과정을 거친 학자가 아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앙선조에 대한 깊은 존경과 복음을 전하겠다는 열정 하나로 한 길을 걸었다. 마 선생 스스로도 생전에 한국 근대사 안에서 빛나는 교회사 연구자 김구정 선생(이냐시오)의 삶 등에 감화돼 교회사 연구에 더욱 빠져들게 됐다고 말한 바 있다.

기념논총 봉정에 앞서 조환길 대주교는 “학계에서 활동하신 분들도 기념논총을 받는 일이 어려운 세상인데, 평생 교회에서만 일해 오셨고 제자를 길러본 적이 없는 선생님께 봉정될 논총이 만들어졌다”면서 “쟁쟁한 연구자들이 기고하고 가까운 후학들이 뜻을 모으게 된 까닭은 교회사에 대한 선생님의 열정과 온유한 인품이 크기 때문”이라고도 치하했다.

특히 그는 교회사 연구와 순교신심을 대중화하기 위한 강연, 즉 연구와 선교 모든 분야에서 ‘지극한 인내와 정성’으로 활동했다고 평가받아왔다. 발로 뛴 활동 외에도 「경상도 교회와 순교자들」, 「성 김대건 신부 가문의 순교자와 증거자들」, 「부산경남지방의 순교자들과 증거자들」, 「서상돈 아우구스티노 회장」 등 각종 저서와 공저, 논문, 기고 등을 남겼다. 한티성지를 대중들에게 소개한 대표적인 소설 「성 금요일 오후」를 시작으로 3권의 소설과 1권의 시집도 펴냈다.

선교사로 시작해 교회사 연구에 바친 그의 일생은 한국교회 신앙의 뿌리 위에 더 큰 열매로 남았다.

주정아 기자 stella@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