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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6일 고공 농성’ 파인텍 노사 합의 도운 서울대교구 정수용 신부

박지순 기자
입력일 2019-01-29 수정일 2019-01-29 발행일 2019-02-03 제 3131호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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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을 ‘인간 문제’로 존중해 주십시오”

파인텍 협상 타결 전 과정을 중재한 정수용 신부는 대화로서 노사가 합의점에 이르도록 아이디어를 제시했다고 말한다.

정수용 신부(서울대교구 노동사목위원회 위원장)는 무려 426일간 고공 굴뚝농성이 이어졌던 파인텍 문제가 노사 합의로 일단락된 후 “아주 힘든 과정이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정 신부는 천주교를 대표해 협상 전 과정에 참여하며 노사 양측의 입장을 조율하고 중재했다. 2018년 12월 27일 시작된 파인텍 노사 협상은 올해 1월 10일부터 밤샘 협상을 거쳐 11일 오전에 타결됐다.

정 신부는 “노사 합의문 조인식은 1월 10일 오전 11시에서 11일 오전 9시 무렵까지 약 21시간 동안 한숨도 못자고 협상한 끝에 이뤄져 무척 힘들었다”며 “파인텍 문제는 거슬러 올라가면 15년이나 끌어왔다 보니 노사 양측의 미움과 불신이 너무 컸다”고 밝혔다. “노사가 협상을 위해 대화를 나누면서도 같은 단어를 서로 다르게 해석하는 등 상호 증오와 원망의 마음이 깊어 종교계 대표로서 노사 모두 극단적 선택을 피하고 대화로써 해결책을 찾도록 조율하고 중재했다”고 덧붙였다.

정 신부는 “한국사회 모든 분야가 그렇지만 특히 노사 관계는 이익을 놓고 첨예하게 대립하는 특수관계이고 기본적으로 노사 문제는 양 당사자가 풀어가야 하지 제3자가 관여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고 관여하기도 힘들다”고 진단했다. 이어 “파인텍 노사 협상 모든 과정에 참여하면서 주안점을 둔 부분은 심판이 아니라 청중의 입장에서 그들의 대화를 경청하고 대화로써 합의점에 이르도록 아이디어를 제시하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정 신부는 “파인텍 노사가 합의서에서 8개항에 합의했지만 오랜 갈등 속에서 쌓인 미움과 불신이 극복되지 않는다면 합의서는 가치를 낼 수 없고 원만히 이행되기도 힘들 것”이라며 “상호 신뢰의 바탕 안에서 합의서를 이행해 나가는 앞으로가 더 중요하다”고 내다봤다.

이번 파인텍 문제를 보도하는 언론에 대해서는 “노동자와 사용자를 선악의 이분법적 대립 구조나 진영 논리로 보면 안 되며 입장을 바꿔 생각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정 신부는 “노동을 시장에서 거래되는 상품의 문제로만 이해하고 노동 현장의 문제를 같은 시각으로 해결하려는 경향이 있지만 교회는 노동을 인간의 문제로 가르친다”고 말했다. 또한 “노동 존중 사회가 되기 위해서는 법과 제도 못지않게 노동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과 신자들의 기도, 그리스도인의 애덕 실천이 보다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박지순 기자 beatles@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