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으로 인간존중과 사랑 드러낸 추기경” 현대에도 영향 끼치는 영성 조명
스스로를 ‘바보’라고 부르며 가난한 이들의 친구가 돼 준 고(故) 김수환 추기경. 김수환추기경연구소(소장 박승찬 교수)는 김 추기경의 10주기를 맞아 기념 특강을 열고, 김 추기경의 삶이 현대사회에 던지는 메시지를 짚어 봤다.
특강은 1월 25~26일 이틀에 걸쳐 서울 혜화동 동성고등학교 100주년 기념관 소강당에서 열렸다. 발표자로는 박승찬(엘리야) 소장을 비롯해 서울대교구 구요비 주교(해외선교담당 교구장 대리), 손인숙 수녀(성심수녀회), 권길중(바오로) 전 한국천주교 평신도사도직단체협의회(이하 한국평협) 회장, 박일영(요한 사도) 전 김수환추기경연구소 소장이 참석했다. 발표자들은 각각 가난한 이들을 향한 사랑을 비롯해 사랑과 정의를 바탕으로 한 교육, 참된 평화 등에 대한 김 추기경의 가르침을 전했다. 김수환 추기경의 삶은 선종한 지 1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우리에게 큰 울림을 주고 있다. 발표자들은 현대인들에게 이러한 김 추기경은 ‘멘토’이자 ‘가이드’ 역할을 해줬다는 데 의의가 있다고 입을 모았다. ‘김수환 추기경을 기억하는 이유’를 주제로 발표한 박승찬 소장은 김 추기경의 삶은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삶의 의미’와 ‘참된 행복’을 깨닫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김 추기경의 가르침은 현대사회의 위기에서 가톨릭 사상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알려 준다”며 “추기경님의 가장 중요한 가르침은 인간 존중과 사랑이고, 그 배경에는 하느님 사랑이 있다”고 밝혔다. 노동사목 현장을 누벼온 구요비 주교와 서울 상계동 빈민가에서 빈민 활동을 해온 손인숙 수녀는 당시 만난 김 추기경의 모습을 더욱 생생하게 전했다. 구 주교와 손 수녀는 김 추기경을 ‘도움을 청하면 거절하지 않으신 고마운 분’이자 한국 종교지도자의 역할을 알려 준 큰 어른으로 기억했다. 구 주교는 ‘가난과 정의의 편에 선 참된 목자’를 주제로 한 발표에서 “1970년대 암울한 사회 속에서 김 추기경님의 메시지는 큰 울림을 줬다”며 “사제로서 사명감을 갖고 노동자들을 위해 사목하는 데 큰 힘이 됐다”고 밝혔다. 또 김 추기경이 가톨릭시보사(현 가톨릭신문사) 사장 시절, 청년 노동자들의 활동을 관심 갖고 보도해 줬다는 점도 짚었다. ‘가난한 이들의 친구이신 분’을 주제로 발표한 손 수녀는 ‘가난한 이들의 가장 큰 설움은 배고픔이 아니라 얼굴(자존심)’이라는 김 추기경의 가르침이 인상 깊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김 추기경님은 가난하고 아픈 사람들에게 가장 먼저 달려가시고 그들을 형제로 받아들이신 분”이라며 “앞으로 우리 사회에도 이렇게 함께해 주고 울어줄 수 있는 지도자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아울러 권길중 회장은 ‘생명을 살리는 교육의 주창자’를 주제로, 박일영 전 소장은 ‘정의와 사랑의 열매인 평화’를 주제로 각각 발표했다. 앞서 한국평협 손병선(아우구스티노) 회장은 축사에서 김 추기경의 선종 당시 기억을 떠올리며 “참된 목자로 살아가셨던 추기경님은 본인을 100점 만점에 40점이라고 낮추시던 겸덕의 아이콘”이라며 “한 해 동안 진행될 추모 프로그램이 단순한 행사가 아니라 우리가 그분의 삶을 살아내는 그리스도인이 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성슬기 기자 chiara@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