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

[민족·화해·일치] 조심하고 깨어 있어야 할 때 / 이원영

이원영 (프란치스코) 서울대 한국정치연구소 연구원
입력일 2019-01-29 수정일 2019-01-29 발행일 2019-02-03 제 3131호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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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차 북미 정상회담을 위한 준비가 분주하게 진행되고 있다. 북한의 김영철 통일전선부장이 방미해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을 만난 데 이어 트럼프 대통령을 면담했으며, 북한의 최선희 외무성 부상은 스웨덴에서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와 만났다. 폼페이오 장관은 다보스 경제포럼에서 기자들과 만나 김영철 부장의 방미에서 많은 진전이 있었으며, 비건 특별대표가 북한의 대미 실무협상 책임자인 최선희의 후임자와 워싱턴에서 만났다고 전했다. 또한 김영철 부장의 방미 결과 보고 자리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친서를 전달받은 김정은 위원장은 만족을 표시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긍정적인 사고방식을 믿고 인내심과 선의의 감정을 가지고 기다릴 것”이라며 “조미(북미) 두 나라가 함께 도달할 목표를 향해 한 발 한 발 함께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제2차 북미 정상회담의 성공을 위한 분위기가 무르익는 것 같다.

그런데 얼마 전 전당대회를 앞두고 있는 자유한국당의 당권 주자들이 국회에서 열린 한 세미나 석상에서 당론인 ‘전술핵 재배치’를 넘어 자체 핵개발에 대한 언급을 했다는 언론 보도를 봤다. 필자는 이를 전당대회에서 보수표를 끌어모으려는 정치적 발언으로 이해했다. 그러나 이 발언들은 미국이 주도하고 있는 ‘핵비확산조약’(NPT, Non-Proliferation Treaty)에 대한 정면 도전으로 해석될 수 있다.

우리 역시 국제사회의 제재를 받더라도 ‘핵비확산조약’을 탈퇴하고 핵무장을 해야 한다는 것인가? 핵무장으로 국제사회의 제재를 장기간 받고 있는 북한이 비핵화를 의제로 미국과 협상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자체 핵무장 주장이 타당한 이야기일까?

반면에 폼페이오 장관은 북한 비핵화가 잘 진행됐을 때 북한에 대한 민간 투자 가능성을 이야기했으며, 세계적인 투자자 짐 로저스도 KBS의 한 프로그램에 출연해서 북한에 대한 투자 가능성을 언급했다. 심지어 홍콩의 한 언론 보도에 따르면 김정은 위원장이 올해 당 간부들에 대한 새해 선물로 한국산 화장품을 보냈다고도 한다.

그렇다고 마냥 낙관적 분위기에 취해서 들떠 있을 때는 아니다. 지금은 북미 협상이 잘 진행돼 제2차 북미 정상회담에서 북한의 비핵화를 추동할 수 있는 방안의 도출을 기대하면서, 이를 위해 우리가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인지를 차분히 모색해야 할 때다. 지금이야말로 ‘이 세대가 지나기 전에 이 모든 일이 일어날 것’(마르 13,30)이지만 ‘그날과 그 시간은 아무도 모르기에’(마르 13,32) ‘조심하고 깨어 지켜야’(마르 13,33) 할 때다. 한반도의 평화를 위해 전 세계가, 특히 북한과 미국이 움직일 수 있도록 간절히 기도할 때다.

이원영 (프란치스코) 서울대 한국정치연구소 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