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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에세이] 여섯 번째 대멸종 때에 보내는 희망 메시지 / 장호균

장호균 (다미아노·제1대리구 대천동본당)
입력일 2019-01-29 수정일 2019-01-30 발행일 2019-02-03 제 3131호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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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안성지구 생태사도직 공동체를 위한 첫 미사가 봉헌됐습니다. 미사를 집전하신 안성지구장 문병학 신부님께서도 다른 본당에서 생태사도직 활동을 해본 적은 있지만 미사는 처음이라는 소회를 밝히기도 했습니다. 무언가를 처음 한다는 것은 막막하고 두렵기까지 한 일이지만 ‘야훼 이레’, ‘주님의 산에서 마련된다’(창세 22,14)는 말씀처럼 여러 도움의 손길이 함께 봉헌된 미사였습니다.

생태 위기가 이 시대의 가장 절박한 문제이기는 하지만 생태사도직의 비전을 명확하게 제시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실제로 1990년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께서 세계평화의 날 담화문 ‘창조주 하느님과 함께하는 평화, 모든 피조물과 함께하는 평화’에서 요청하신 ‘생태적 각성’과 ‘구체적인 계획과 사업’을 받아들인 가톨릭 공동체는 거의 없었고, ‘지구에 대한 책임을 가르치는 교육’과 ‘지구 자원 관리를 위한 국제적 협력’도 실현되지 못했습니다.

‘그동안 펼쳐왔던 사업은 모두 실패였고, 남은 것은 사람뿐입니다.’ 10여 년 이상 지역 환경운동 단체에 참여해온 저의 솔직한 고백입니다. 4대강도, 미산리 골프장도, 안성 가현 취수장도 그렇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는 이렇게 단호하게 말씀하십니다. ‘유감스럽게도 환경 위기에 대한 구체적 해결책을 찾으려는 많은 노력은 효과가 없는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힘 있는 자들의 반대뿐만 아니라 그 이외의 사람들의 관심 부족 때문입니다.(중략) 여기에는 문제 자체의 부인과 무관심, 냉정한 체념이나 기술적 해결에 대한 맹목적 확신이 있습니다.’(「찬미받으소서」 14항)

유난히 오래 남는 대화가 있습니다. 한 젊은 신부님께서 생태사도직의 비전을 물어보셨지만 제대로 답변하지 못했습니다. 무언가 끙끙거리고 있는 게 안쓰러웠는지 아내 소피아가 “그런 건 말로 설명하면 안 되고 영화 같은 걸 보여줘야 해”하면서 환경재난 영화 ‘인 더 더스트’를 권합니다. 생태사도직 공동체를 위한 미사가 있던 그날 실시간 검색어에 오른 미세먼지 영화입니다. 당면한 문제의 긴급성을 인식하는 데는 도움이 되는 영화였지만 그 원인을 성찰하는 데는 한계가 있는 영화였습니다.

과학자들이 여섯 번째 대멸종을 예고하고 있는 때에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는 ‘상황이 변할 수 있다’는 희망의 메시지를 띄웁니다. “창조주께서는 사랑의 계획을 결코 포기하지 않으시고 우리를 창조하신 것을 후회하지 않으십니다. 인류는 여전히 우리의 공동의 집을 건설하는 데에 협력할 능력이 있습니다.”(「찬미받으소서」 13항)

<다음 주에 계속됩니다>

장호균 (다미아노·제1대리구 대천동본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