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상담백과] 91 청소년 - 교사의 편애

조순애ㆍ시인ㆍ선일여고교사
입력일 2019-01-23 수정일 2019-01-23 발행일 1991-03-10 제 1745호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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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처벌 땐 차별대우 말아야

이질감 안 느끼도록 배려
편애 때문에 일어난 갈등 같은 걸 놓고 상담하는 경우에 대체로 어른 쪽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아이들은 민감하거든요 그리고 또 정확하니까요” 어머니들이 변명해 볼 기회마저 뺏고 나는 단죄(?)를 서슴지 않았었다.

그런 내가 금희의 편지를 받았다. 주먹만 한 울화가 목구멍까지 치미는 걸 간신히 누르며 끝까지 읽었다. 한마디로 내가 아이들을 심하게 편애한다는 것이다. 일·이·삼·사 번호를 붙여서 사례를 열거해 놓았다. 그 중에 아침자율에 늦는 아이들 중에서 옥자에게만은 내가 관대했다는 얘기는 기가 찼다.

그날은 참고 그냥 하루를 넘기고 금희와 얘기를 하기 위해 일주일동안 점심시간에 만났다.

우선 옥자는 단 한 번의 지각이었지만 금희는 열 번도 넘는 상습지각생이었다는 것부터 자인시켜야만 했다.

그리고 옥자는 금희보다는 가까운 거리에 살고 있지만 아침밥을 지어서 동생과 자신의 도시락을 싼다. 어머니가 계시지만 건강 때문에 가사를 포기한 상태였다.

옥자는 이런 가정얘기를 친구들이 알기를 싫어했지만 금희에게만은 얘기할 수밖에 없었다.

금희가 이해 못할 리가 없는데도 얼어붙은 마음이 풀어지질 않았다. 애가 탔다. 야단을 심하게 쳐도 끄떡도 않는다. 사흘째 되는 날은 내가 꺾여 내 진심을 표현하는데 성의를 다 했다.

“금희야 그날 너만 반성문을 사흘 동안 써 오도록 한 건 내가 경솔했었다는 생각이 드는구나. 어쨌든 그날 지각한 사람들 속에는 너와 옥자가 다 같이 있었지. 그러니 두 사람이 같은 벌을 받아야 한다는 네 주장을 인정한다”

그때의 내 말은 솔직한 내 심정이라고 생각한다.

금희와 나는 이 일이 있은 후 크게 가까워지진 못했지만 내가 편애하는 교사라는 굴레에서 벗어난 것만은 확실했다.

감수성이 예민한 아이들에겐 한결같이 대해주어야 한다는 교훈을 다시 한 번 크게 체험한 것이다.

조순애ㆍ시인ㆍ선일여고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