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성

[하느님안에서 기쁨 되찾기] 믿음과 행동이 다른 종교인

황미구 원장 (상담심리전문가·헬로스마일 심리상담센터장)rnrn
입력일 2019-01-22 수정일 2019-01-23 발행일 2019-01-27 제 3130호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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섣부른 단죄도 문제… 스스로 깨우치도록 기도해주길

【질문】믿음과 행동이 다른 종교인

말과 행동이 다른 종교인들의 모습을 하루이틀 본 건 아닌데요. 그런 모습을 하도 많이 보다 보니 저 자신의 신앙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 같습니다. 주위의 신자들 중에서도 미사 참례 열심히 하고 기도 생활도 잘하고 봉사도 자주 하지만 정작 일상 생활에서는 바람직하지 않은 모습을 보이는 분들을 봅니다. 이런 모습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요.

【답변】섣부른 단죄도 문제… 스스로 깨우치도록 기도해주길

우리는 살이 찐다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어느새 고칼로리의 치킨과 족발을 먹고 있는 경우가 있습니다. 또한 담배나 술이 몸에 나쁘다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자신도 모르게 담배를 피거나, 폭음을 하기도 합니다. 이처럼 자신의 믿음과 생각이나 가치에 반하는 행동을 하면서 마음이 불편해지고, 이를 어떻게 해서든지 일치시켜 보려고 노력을 하게 됩니다. 즉, “한 번 먹었는데 그렇게 살이 찌겠어!” 또는 “이번 딱 한 번만 술을 마시는 건데 문제가 있을라고?” 하면서 스스로 합리화합니다.

심리학에서 이를 인지부조화(cognitive dissonance)라고 합니다. 즉, 두 가지 이상의 반대되는 믿음이나 생각, 가치를 동시에 지닐 때 개인이 받는 정신적 스트레스나 불편한 경험 등을 말합니다. 심리학자 레온 페스팅거(Leon Festinger)는 이러한 불일치를 겪고 있는 개인은 불일치를 최대한 줄이고자 노력하고, 그러다보니 공격적이 되거나 자기합리화, 퇴행, 고착과 같은 방어기제를 사용하게 된다고 합니다.

아마도 일상생활에서 바람직하지 않은 행동을 하다 보니, 오히려 미사 참례를 열심히 하고, 기도 생활도 열심히 하고, 봉사도 좀 더 열심히 하면서 “이렇게 열심한 신자가 되려고 노력하는데 하느님도 내가 한 잘못을 용서하실 거야!”라고 스스로 합리화하면서 부조화를 일치시키려 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일상생활과 불일치가 되는 열심한 신자들의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우리도 인지부조화가 일어납니다. ‘하느님께서는 원수를 사랑하라고 했는데, 같은 신자를 비난하면 안 되는데. 그러나 하느님도 저들을 미워하실 꺼야’라고 생각하면서, 우리 마음 속에서 생겨나는 분심과 미움을 스스로 정당화할 수도 있습니다.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하시는 말씀 중에 중요한 한 가지가, 비록 문제가 있더라도 자신과 타인을 수용하라는 것 아닌가 합니다. 하느님은 죄를 지은 사람에 대해서 그 죄에 대해서 묻기도 하지만, 동시에 그 죄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도 알려주고 계십니다.

우리가 죄를 짓는 것도 문제지만, 죄에서 벗어나는 것을 잘 못한다는 것이 더 문제인 듯합니다. 그건 아마도 죄를 지은 사람이 성찰하고 회개하고 용서를 구하는 것을 쉽게 포기하지 말아야 하는데, 우리가 죄를 지은 사람에 대해서 너무 쉽게 단죄해 버리기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신학자인 라인홀트 니부어(Karl Paul Reinhold Niebuhr)가 쓴 ‘평온을 부르는 기도’에서는 “주여, 우리에게 우리가 바꿀 수 없는 것을 평온하게 받아들이는 은혜와 바꿔야 할 것을 바꿀 수 있는 용기, 그리고 이 둘을 분별하는 지혜를 허락하소서”라고 했습니다. 그저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이 그들을 위한 ‘평온의 기도’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들이 자기 합리화에서 벗어나서 스스로 깨우치고 용서를 받을 수 있도록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진심어린 기도가 아닌가 모르겠습니다.

나쁜 사람들도 착한 일을 하듯이, 선하지만 죄를 짓기도 합니다. 어느 한 면을 보고 한 사람의 전부를 설명할 수도 없습니다. 더욱이 어느 누구도 한 사람의 인생 모두를 알 수가 없습니다. 그들도 하느님이 품어 준 사람인데, 무엇인가 하느님께서 깊은 뜻이 있을 거라 생각해 봅니다. 그러니 우리는 하느님의 뜻을 잘 알 때까지 기도하고 성찰함으로써, 우리에게는 ‘마음의 평화’를 가지고 죄지은 자가 회개하기를 기다려주고, 죄를 짓는 분들에게는 ‘버릇이 된 죄’를 깨닫게 되는 시간이 주어지길 바라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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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미구 원장 (상담심리전문가·헬로스마일 심리상담센터장)rnr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