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제34차 파나마 세계청년대회(WYD) 교구대회 풍경

이주현 임시특파원rn박민규 기자
입력일 2019-01-22 수정일 2019-01-23 발행일 2019-01-27 제 3130호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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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타고 대서양을 건너… 지구 반바퀴를 날아… 젊은 신앙인 모였다

‘2019 제34차 파나마 세계청년대회’ 본 대회(1월 22~27일)에 앞서 교구대회(1월 17~21일)가 열렸다. 교구대회를 시작하며 세계 각국에서 참가한 청년들의 다양한 모습들이 속속 드러나고 여러 가지 행사가 펼쳐졌다. 이번 파나마 세계청년대회(World Youth Day,이하 WYD)에는 어떤 모습들이 담겼을까.

■ 중앙아메리카 전역에서 교구 대회 시작

제34차 파나마 WYD는 중앙아메리카에서 열린 최초의 WYD다. 이로 인해 전 세계 가톨릭 젊은이들이 중앙아메리카로 모였다. 1월 22일 개막한 본 대회에 앞서 열린 교구대회는 일반적으로 주최국 내에서 열리는 것과 달리 중앙아메리카 전역에서 열렸다.

373명의 한국 순례자들도 여러 교구에서 준비한 교구대회 프로그램에 참가했다. 서울·춘천·의정부교구는 코스타리카 카르타고에서, 대구·안동교구는 코스타리카 산호세에서, 인천교구는 과테말라 안티구아에서 그리고 광주·전주·청주·대전교구는 파나마 치트레, 제주교구는 파나마 다비드, 성 바오로딸 수도회는 파나마 산 카를로스에서 교구대회를 진행했다. 의정부교구는 코스타리카 카르타고교구에서 특별한 체험을 했다. 거동이 불편해 영성체를 할 수 없는 60여 가정에 순례자들이 1명씩 파견돼 기도하는 시간을 가졌다.

성 바오로딸 수도회 순례단으로 참가한 김현아(플로라·29·대전 판암동본당)씨는 “2016년 폴란드 크라쿠프에서 열린 WYD에 참가했던 경험으로 파나마 WYD에 자연스럽게 참가하게 됐다”면서 “WYD를 통해 무언가를 얻기보다는 마음의 짐을 덜고 하느님께 나아갈 수 있는 용기를 잃지 않고 싶다”고 말했다.

■ 특별한 방법으로 파나마에 도착한 순례자

순례자들은 다양한 교통수단을 이용해 파나마에 도착했다. 북미와 아시아, 오세아니아, 유럽 등 파나마로부터 거리가 먼 순례단은 비행기를 이용했다. 반면 콜롬비아와 코스타리카 등 중앙아메리카 순례자들은 버스를 이용해 파나마로 이동했다.

특히 프랑스의 1500여 명의 순례자 중 특별히 17명으로 구성된 순례단은 WYD에 참가하기 위한 이동수단으로 배를 선택했다.

2018년 8월 프랑스 북서쪽 카마레 쉬르 메르(Camaret-sur-Mer)에서 출발해 파나마까지 대서양을 건너 장장 약 4000㎞를 항해했다. 배로 이동한 순례자 중 마틸드(22)씨는 “돛이 갈라지고 배멀미와 장기간 공동체 생활이 힘들었지만 이 여정을 결코 후회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또 다른 순례자 프랑수아(24)씨도 “우리 순례단을 하나로 결집시키는 신앙 덕분에 이 여정을 잘 마칠 수 있었으며 이 경험이 우리를 성장시켰다”고 말했다.

5개월간 대서양을 항해한 프랑스 순례단이 1월 14일 파나마 콜론항에 도착했다.

1월 15일 파나마 성 프란치스코성당에서 봉헌된 자원봉사자 환영미사.

1월 19일 토구멘 국제공항에서 파나마 전통복장을 입은 청년이 순례자를 맞이하고 있다.

■ 국제자원봉사자와 한국 주교회의 본부팀

파나마 현지 봉사자를 포함해 2만여 명의 자원봉사자가 WYD를 준비하고 순례자들을 도왔다. 지난 1월 15일 파나마 성 프란치스코성당에서 봉헌된 자원봉사자 환영미사에서 파나마대교구장 호세 도밍고 우요아(Jose Domingo Ulloa) 대주교는 “성모님께서 ‘예’라고 주님께 대답한 것처럼 여러분이 이 대회를 위해 ‘예’라고 응답해줘서 고맙다”고 말했다.

한편 한국과 미국, 프랑스, 캐나다 등에서 온 한국인 봉사자 4명도 소셜미디어팀과 안내센터 등에서 봉사하고 있다.

특히 이번에 처음으로 주교회의 차원에서 한국 순례자들을 위한 본부팀이 파나마에 파견됐다. 주교회의 청소년사목위원회 총무 김성훈 신부와 간사, 현지 통역사, 의사, 간호사로 구성된 본부팀은 한국 순례단이 보다 원활하게 순례할 수 있도록 현지에서 돕는 역할을 한다. 김성훈 신부는 “본부팀은 순례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못하지만 파나마에 온 한국 순례자들이 아프지 않고 기쁘게 순례를 잘 마칠 수 있기만을 바라는 마음으로 봉사한다”고 말했다.

이주현(그레고리오)

가톨릭대학교 종교학과를 졸업한 뒤 가톨릭평화방송 뉴미디어 분야에서 일했다. 2016년부터 현재까지 세계청년대회 소셜미디어팀에서 봉사하며 한국어 페이스북 공식페이지를 관리하고 있다.

◆ 안내센터 봉사 맡은 캐나다 성 정하상 한인본당 이요한씨

“예수님 사랑, 세계 친구들과 나누고 싶어”

1월 22일 개막한 파나마 WYD에 봉사자로 처음 참여한 이요한(요한 세례자·22·캐나다 에드먼튼 성 정하상 한인본당)씨는 “파나마에서 매우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캐나다에서 태어나 유아세례를 받은 그는 “초등학생 때부터 복사단, 성가대를 거쳐 주일학교 교사와 청년연합회 임원까지 도맡아 본당에서 봉사해 왔다”고 밝혔다.

이씨는 “본당 주일학교 교장이었던 어머니가 2016년 폴란드 크라쿠프 WYD에 인솔자로 나서는 모습을 보고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WYD를 통해 그동안 주님을 위해 봉사했던 시간을 더 넓은 곳에서 쓰고 싶다”고 덧붙였다. 이씨는 지난 1월 14일 파나마에 도착해 매일 묵주기도와 화살기도를 바쳤고 이틀간의 봉사자 교육을 이수했다. 그는 “봉사자 교육 자료에서 봤던 ‘예수님께서 저를 사랑하시는 줄을 알고 있으니, 제가 예수님처럼 봉사할 수 있게 해주세요’라는 문장이 가슴에 와 닿아 지금도 간직하고 있다”고 말했다.

안내센터에서 봉사하는 그는 “맞이할 사람들이 순례자인지 아닌지가 중요하다기보다 도움을 요청하는 사람이면 누구든 친절하게 안내하고자 한다”며 “마음 중심에 예수님 사랑을 간직하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

비록 이씨의 숙소는 대학교 강의실의 차가운 맨바닥이지만 그의 열정을 식히지는 못했다. 그는 “캐나다 가톨릭교회는 젊은이들이 없어 힘든 상황이지만 WYD를 통해 많은 젊은이들을 봤고 교회에 희망이 있음을 확신한다”고 밝혔다. 또한 “전 세계 사람들을 통해 느꼈던 예수님 사랑을 마음에 고이 간직하고 있다”며 “지금 간직하고 있는 예수님 사랑을 교회 안에서 실천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것 같다”고 강조했다.

<이주현 임시특파원>

이주현 임시특파원rn박민규 기자 pmink@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