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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인의 눈] 불타는 용산 망루는 누구 책임일까요 / 김형태

김형태 (요한) 변호사
입력일 2019-01-22 수정일 2019-01-22 발행일 2019-01-27 제 3130호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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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억 넘던 우리 아파트, 중개사가 값 4억 내리래요.”

아무리 서울 강남 잠실이라지만 한 50평은 넘는 큰 집 이야기인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더군요. 아니, 세상에 자기 땅도 거의 없이 공중에 닥지닥지 닭장처럼 붙어 있는 불과 25평짜리 아파트가 18억 원이라니. 한 채 값이 7000만 원이 아니라 1평 값이 그렇답니다. 그런데 더 놀라운 건 이 아파트가 불과 4년 전에는 8억이었다는 겁니다.

딱 10년 전 2009년 1월 20일 새벽, 용산 남일당 옥상 불타던 망루가 떠오릅니다. “이 시대의 지옥도. 우리가 만든 무간지옥(無間地獄).”

남섬부주 지하 4만 유순 아래, 고통이 간격 없이 지속되는 지옥, 옥졸들이 살가죽을 벗기고 벌건 쇠스랑에 팔 다리며 배를 끼워 불에 던지는 지옥.

바로 지금 여기가 거깁니다. 망루 안에서 50대서 70대 사이 아저씨, 할아버지 등 철거민 5명과 30대 한창 나이의 진압 경찰 1명이 불타 죽었습니다.

당시 나는 망루에서 살아남아 구속된 농성 세입자들을 변론했더랬습니다. 재판의 법적 쟁점은 크게 두 가지였습니다.

첫 번째는 화재 원인. 당시 맨 앞쪽 진압경찰들은 좁은 4층 망루 안 2, 3층 계단에서, 불과 1, 2미터 머리 위 4층 농성자들과 대치 중이었습니다. 그런데 이들은 농성자들이 자신들을 향해 화염병을 던지는 걸 전혀 보지 못했다고 거듭 증언했습니다. 망루 안에는 발전기 연료용 세녹스가 증발해서 생긴 유증기가 가득 차 있어서 사람들 몸에서 일어나는 정전기의 1000분의 1 정도로도 발화가 된다는 국과수 감정인의 증언도 있었습니다. 그런데도 검찰과 법원은 이런 증거들에 눈 질끈 감고, 살려고 올라간 농성자들이 자신들도 죽으려고 바로 발아래 경찰에게 화염병을 던졌다는 식으로 모든 책임을 세입자들에게 떠밀었습니다.

두 번째 쟁점은 당시 경찰의 공무집행이 정당한가였습니다. 사건 직후 경찰 수백 명이 동원돼 망루농성을 도심테러로 인터넷 여론조작했던 사실이 얼마 전 밝혀지기도 했지요. 초기에는 수사검사도, 주변상황이 조용했는데 오히려 경찰이 불법행위를 유도하고 이를 빌미로 진압에 들어간 게 아니냐고 경찰책임자를 강하게 추궁했었습니다. 테러범 섬멸에나 동원돼야 할 경찰특공대가 동네 상인들 농성에 투입되고, 조합이 고용한 용역들과 합동작전까지 펼쳤습니다. 그들은 사전에 위험물질인 세녹스가 60여 통이나 있는 것도 파악 못했고, 1차 진입 과정에서 이를 알고 나서도 2차 진입을 강행했습니다. 그런데도 검찰은 경찰 지휘부들이 과잉진압의 잘못을 자백한 초기 검찰수사기록을 감추기까지 했지요. 이렇게 감춘 기록을 나중에 확인하고 나서도 끝까지 정당한 공무집행이라 우긴 판사들은 또 어떤가요. 최종 주심 대법관은 양승태였고요.

당시 한 증권사에 따르면 용산 재개발로 삼성물산은 1조4000억 원을 번다는 거였습니다. 땅이나 건물을 가진 조합원들은 한 사람당 5억4000만 원. 그런데 수십 년 상권을 발전시켜 부동산 가치를 크게 올린 세입자들은 평균 2300만 원의 보상금으로 끝이었습니다. 처음 들인 시설투자비의 반도 안 되는 액수였고 인근으로 이전할 경우 필요한 수천에서 수억 원에 이르는 권리금은 언감생심.

나는 최후변론에서 판사, 검사 당신들이나 변호사인 나 그리고 이 자리의 그 누구도 이런 처지에 빠지면 망루에 안 올라가겠느냐고 반문했습니다.

망루에서 6명이 불타죽고, 살아남은 이들은 4, 5년간 감옥살이. 죽음의 진압작전을 강행했거나, 이를 죄 없다 판단한 이들은 다들 진급하고 국회의원 되고 대법원장이 됐습니다. 그리고 그 망루 자리에는 이제 으리번쩍 고층건물들이 들어섰습니다.

지금도 재개발로 수조 원 대 이익을 꿈꾸는 대재벌, 재개발 이익의 공정한 배분 역할을 제대로 못하고 있는 정치권과 법제도, 가진 사람들 편들기 바쁜 언론이며 경찰, 검찰, 법원 같은 법 집행기구들 그리고 마지막으로 25평 아파트 하나로 4년에 10억을 벌고픈 우리들.

불타는 용산 망루, 이 무간지옥은 대체 이들 중 누구 책임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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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태 (요한)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