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생활성가의 기쁨] 황건택씨

신동헌 기자
입력일 2019-01-15 수정일 2019-01-16 발행일 2019-01-20 제 3129호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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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정, 바오로 정원에선 5분이면 됩니다”

■ 내 마음속 씨앗

“내 마음속에 씨앗 어느 틈엔가 날아와서”

인천교구 청소년사목국에서 근무하던 황건택(바오로)씨는 이직을 하며 4년간 냉담을 했다. 직장 일로 바쁘기도 했지만 작은 오해에서 비롯된 상처로 인해 성당에 가기 꺼려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하느님께서는 황씨를 그냥 두지 않으셨다.

“4년 만에 미사에 참례했고 그날 복음이 마태오 복음의 ‘씨 뿌리는 사람의 비유’였어요. 강론을 듣는데 제 모습을 돌아보게 됐어요. 신앙생활을 방해하는 사람도 없고, 환경도 나쁘지 않은데 냉담을 하고 있었죠. 제 안의 가시덤불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근심과 걱정이 복음의 씨앗이 자라지 못하도록 방해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죠.”

미사에 참례한 그 날 밤 자신의 묵상을 바탕으로 성가를 만들었다. 그 곡이 바로 ‘내 마음속 씨앗’이다. ‘내 마음속 씨앗’은 가사와 선율의 조화가 돋보이는 곡이다. 은유적인 표현의 가사에선 신앙에 관한 깊은 성찰이 느껴진다. 황씨는 제11회 CPBC 창작 생활성가제에 이 곡으로 출전했고, 우수상을 받았다. 이를 계기로 ‘성가인’으로 활동하기 시작했다. 2014년에는 세월호 참사를 애도하며 가톨릭 문화사업에도 뛰어들었다.

“2014년 세월호 희생자를 위한 길거리 미사에 참례했을 때 그곳에서 예수님의 모습을 보았습니다. 또한 성경에서 일어나고 있는 모든 일들이 그곳에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저 또한 이 일에 어떻게든 동참해야겠다는 생각도 들었고요. 그래서 영상으로 그 현장을 기록하기 시작했습니다. 잊히지 않아야 한다는 생각에서였어요. 그렇게 시작된 것이 ‘바오로 정원’입니다.”

‘바오로 정원’은 황씨가 시작한 가톨릭 문화사업의 일환으로 시작한 프로젝트다. 유튜브와 페이스북, 인스타그램에 다양한 영상 콘텐츠를 올리고 있다. 특히 바오로 정원의 ‘5분 피정’은 황씨가 가장 공을 들이고 있는 콘텐츠다.

“‘5분 피정’은 보시는 분들이 일상 속에서 잠시 기도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만들었습니다. 가톨릭 예술인들과 협업을 통해 제작하고 있죠. 5분 피정은 저 혼자만의 힘으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물질적으로, 영적으로 후원해 주시는 분들이 계십니다. 그분들의 기도와 정성으로 이 일을 계속해 나가고 있습니다.”

돈을 벌기 위해 하는 일이 결코 아니다. 후원금 전액은 출연하는 가톨릭 예술인의 지원비로 사용된다. 제작비를 얻기는커녕 사비를 털어 제작하다 보니 때론 힘들기도 하지만 포기할 수 없다.

“‘내 마음속 씨앗’의 가사처럼 제 안의 근심과 걱정이 주님을 향한 나무를 때리고 찌르고 모질게 내몰았지만, 주님께서는 저를 내버려 두지 않으셨습니다. 마치 봄이 오는 것을 막을 수 없듯이 자연스럽게 주님을 바라보게 하셨죠. 더는 고민하지 않고 제가 할 수 있는 일을 하려고 합니다. 그것이 저의 나무가 주님을 향하는 길이라 생각합니다.”

신동헌 기자 david0501@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