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

[민족·화해·일치] 위기를 기회로 바꾸기 위한 ‘인내’ / 이원영

이원영 (프란치스코) 서울대 한국정치연구소 연구원
입력일 2019-01-15 수정일 2019-01-15 발행일 2019-01-20 제 3129호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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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6·12 북미 정상회담 이후 교착상태에 빠진 북미 협상에 대해 지난 연말, 북한 김정은 위원장은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에게 친서를 보냈다. 그리고 문재인 대통령에게도 친서를 보냈으며, 문재인 대통령은 올해 답서를 보냈다. 그리고 지난 1월 7일에서 10일까지 김정은 위원장은 중국을 방문해 시진핑 주석과 북중 정상회담을 했다. 이에 대해 문재인 대통령은 신년 기자회견에서 북미 정상회담의 성사에 있어 북중 정상회담이 긍정적 역할을 할 것으로 평가했다.

그런데 트럼프 대통령은 북중 정상회담에 대해 공식 석상에서든, 트위터를 통해서든 아직 구체적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작년, 북미 정상회담을 취소하면서 중국 배후론을 언급했던 것과는 사뭇 다른 반응이다. 중국 역시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에 입각한 미국과 무역전쟁을 벌이고 있지만, 전면적 대결을 원치 않고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특히 이번 북중 정상회담이 열린 시기는 무역전쟁의 해결을 위해 미중 차관급 무역협상 시기와 정확히 일치했다. 그렇다면 미국과 자신의 문제를 원만하게 해결해야 하는 중국이 북미 관계에 있어 타협을 중재하고 이후 전개될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에 자신들이 개입할 수 있는 여지를 만들어 보려는 생각을 갖지 않았을까 조심스럽게 추측해 본다.

사실 한국전쟁의 정전협정 당사자인 중국을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에서 배제할 수 없다. 따라서 북한의 비핵화와 미국의 상응 조치를 넘어 한반도 평화체제로 나아가기 위한 과정에서 남북미중의 다자 협의체, 즉 4자 회담은 불가피하다 할 것이다. 문제는 이러한 다자 대화가 트럼프 대통령이 추구하는 ‘미국 우선주의’에 부합할 수 있을까 하는 점이다. 다자 대화를 통한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의 진전이 미국이 동맹국들에게 요구하는 동맹 재조정-동맹 비용 분담 확대-에 순기능을 할 수 있다면 미국 역시 수용할 수 있을 것이다. 반면에 다자 대화를 통해 중국의 한반도 영향력이 크게 확대된다면 미국은 이에 대해 동의하기 어려울 것이다.

이러한 상황은 우리가 한미 동맹의 강화, 남북 협력의 확대 그리고 중국과의 전략적 동반자 관계의 강화라는 삼중 딜레마에 직면해 있음을 보여준다. 그렇지만 북미 협상의 진전에 우리가 얼마나 중재자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인가에 따라 이러한 삼중 딜레마가 새로운 기회로 반전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이러한 반전이 있기까지는 수많은 위기가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2019년은 위기의 순간에도 ‘어떠한 적대자도 맞서거나 반박할 수 없는 언변과 지혜를 내가 너희에게 주겠다’(루카 21,15)는 말씀을 믿고, ‘인내로써 생명을 얻으리라’(루카 21,19)는 말씀을 따르는 한 해가 되기를 소망한다.

이원영 (프란치스코) 서울대 한국정치연구소 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