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서울 명동 갤러리1898, ‘소장품 전’과 ‘신 소장품 전’ 열어

성슬기 기자
입력일 2019-01-08 수정일 2019-01-08 발행일 2019-01-13 제 3128호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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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묵에서 컴퓨터그래픽까지… 종교미술의 화려한 외출
■ 소장품 전
한국화의 멋 알리려 기획
김정자 화백 작품 위주 소개

■ 신 소장품 전
2017~2018년 기증 작품 전시
성체등·유화·조각 등 다양

김정자 화백의 ‘소나무’.

서울 명동 갤러리1898이 1월 21일까지 제2~3전시실에서 ‘한국화의 향연’을 주제로 소장품 전을 개최한다. 2000년 이후의 소장품 중 그동안 선보이지 않은 한국화 작품들 20여 점을 전시한다. 소장품 중 한국화만을 선별해 전시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국화는 정신적인 미와 상징성을 내포하는 선과 여백의 미를 중시하며 농담(濃淡)으로만 대자연의 풍광을 화폭에 담아내는 매력적인 장르다. 갤러리1898은 글로벌한 생활방식과 더불어 미술에 있어서도 서양화에 비해 비인기 분야로 폄하되고 있는 ‘한국화의 멋’을 더욱 널리 알리기 위해 이번 전시를 기획했다.

김정자 화백의 ‘천지창조’.

특히 이번 전시에서는 김정자(마리스텔라) 화백의 작품을 위주로 전시한다. 서울가톨릭미술가회 원로작가인 김 화백은 운보 김기창(베드로) 화백의 애제자로, 서양화로 미술계에 데뷔했지만 김기창 화백과의 인연을 계기로 동양화의 매력에 빠져들었다. 이후 왕성한 작품 활동을 이어간 그는 특히 가로 27m에 달하는 ‘설악산 대망(大望)’과 같은 대작으로 국내외 시선을 독차지하기도 했다.

그가 그린 한국화를 바라보고 있으면 “먹선이 좋다”는 말이 절로 나온다. 붓질에 힘이 있고 시원스럽기 때문이다. 이번에 전시하는 그의 작품들은 모두 2010년에 개인전을 끝내고 기증한 것들이다. 이번 전시에서는 한국의 아름다움을 수묵 추상화로 표현한 작품인 ‘천지창조’ 시리즈를 비롯해 가로 10m가 넘는 소나무 숲의 풍경을 그린 ‘소나무’, 부채에 그린 ‘기도’ 등을 만나 볼 수 있다.

수묵으로 표현된 천지창조는 태초의 말씀처럼 거룩하고 웅장한 아우라와 함께 자신의 신앙을 돌아보게 한다. 우리가 익히 아는 미켈란젤로의 ‘천지창조’와는 다르지만, 단순한 흑색 붓질로 화면을 가득히 채운 이 작품을 보면 창조주 하느님의 엄청난 힘과 위력 그리고 위대하심을 그대로 느낄 수 있다.

아울러 16~21일 제1전시실에서는 2017년 말부터 2018년까지 기증받은 작품들을 선보이는 ‘신(新) 소장품전’이 열린다. ‘묵상’을 주제로 작가들의 신앙이 표현된 작품들을 엄선해 전시한다. 컴퓨터그래픽을 비롯해 유화, 성체등(聖體燈), 조각 등 다양한 작품 10점을 소개한다. 특히 청년 작가들이 기증한 작품들이 늘어 눈길을 끈다.

주동현 작가의 ‘요한 20-29’.

가톨릭청년작가회 소속 주동현(마르티노ㆍ29) 작가는 요한 복음에 나오는 성경 구절을 상징적으로 조각한 작품 ‘요한 20-29’을 선보인다. 성경 구절을 창의적으로 해석해 금속 재료로 표현한 작품이다. 그의 작품에는 현대 종교미술에 대한 깊은 고민이 담겨 있는 점이 인상적이다. 그는 2017년 열린 제5회 가톨릭미술공모전에서 작품 ‘요한 3,28’로 장려상을 수상하는 등 교회 안팎으로 작품의 독창성을 인정받고 있다.

한편 갤러리1898은 1~2년에 한 번씩 소장품 전을 이어가고 있다. 현재 소장품은 250여 점이다. 갤러리1898의 소장품은 지난 20년 동안의 역사를 가늠할 수 있는 소중한 교회의 문화적 자산이다. 하지만 작품을 보관할 수 있는 제대로 된 수장고가 없어 보관에 어려움이 있다 보니 작품을 기증받을 엄두를 못 내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7월 선종한 고(故) 방오석(마르가리타) 화백이 자신의 모든 작품을 교회에 맡기겠다는 뜻을 전했지만, 보관 문제로 아직 작품을 가져오지 못했다. 갤러리1898 홍희기(미카엘라) 큐레이터는 “소장품은 보존을 위해 적극적이고 세심한 관리가 필요하다”며 “역량 있는 작가들의 작품들이 미래의 문화유산으로서 가치를 발휘할 수 있는 단초가 될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성슬기 기자 chiara@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