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가톨릭 커뮤니케이션 협력 다지는 ‘한·일 시그니스’

성슬기 기자
입력일 2019-01-08 수정일 2019-01-09 발행일 2019-01-13 제 3128호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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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체 규모와 활동방식 달라도 “복음화 실현” 지향점은 같아
2021년 서울서 개최되는 ‘시그니스 월드’ 총회 협력
한·일 오가며 정기교류도

가톨릭커뮤니케이션협회 시그니스(SIGNIS) 한국과 일본이 앞으로 정기적인 교류를 이어가기로 했다. 같은 동아시아 국가로서 양국 시그니스가 걸어온 역사와 활동 내용 등을 비교하고 이번 교류의 취지와 앞으로의 전망 등을 짚어 봤다. 특히 이번 교류를 적극적으로 제안해 온 시그니스 일본의 츠치야 이타루 회장 인터뷰를 통해 작지만 내실 있는 시그니스 일본이 커뮤니케이션을 통한 복음화를 이루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 지 들어봤다.

한국과 일본의 가톨릭커뮤니케이션협회 시그니스(SIGNIS)가 제1회 ‘한·일 시그니스 회의’를 개최했다.

시그니스 일본 츠치야 이타루 회장과 마치다 츠네아키 사무국장은 1월 4~6일 한국을 방문해 회의에 참석하고 경복궁, 절두산순교성지, 임진각평화누리공원, 서울 주교좌명동대성당 등을 돌며 한국 문화와 가톨릭의 역사를 눈으로 확인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번 교류는 지난 2017년 도쿄에서 진행된 시그니스동아시아대회 기간 중 열린 한·일주교회의를 보고 한·일 시그니스 단체도 정기적으로 교류하자는 제안이 나온 데 따른 것이다.

4일 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한 회의실에서 진행된 회의에는 시그니스 일본 회장단을 비롯해 시그니스 한국 임주빈(모니카) 회장과 전용오(베드로) 사무국장, 시그니스 아시아 김승월(프란치스코) 이사, KBS 교우회 이상익(에드와르도) 회장 등이 참석했다.

제1회 ‘한·일 시그니스 회의’에 참가한 한국과 일본의 시그니스 회장단이 1월 4일 서울 여의도에서 회의를 하고 있다.

양국 시그니스 회장단은 회의에서 같은 동아시아 국가로서 일치와 화해 그리고 친교를 실현해나갈 것을 다짐했다. 특히 정기적인 만남을 통해 협력해 나가기로 했다. 이에 따라 내년에는 한국 회장단이 일본을 방문하기로 했다. 아울러 2021년 8월 서울 서강대학교에서 열리는 세계가톨릭커뮤니케이션협회 ‘시그니스 월드’(SIGNIS World) 총회를 앞두고 협력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 나가기로 했다.

임주빈 회장은 “한국과 일본은 시그니스뿐 아니라 모든 면에서 사고방식이나 생활양식 등에서 차이가 있는 것이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며 “가톨릭 정신을 우리의 삶 속에서 실현하고자 노력한다는 같은 지향을 두고 서로 이해하고 좋은 점들을 배우고 협력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시그니스 한국과 일본은 활동 내용과 구성원에는 차이가 있지만 역사적으로는 비슷한 길을 걸어왔다. 시그니스 한국은 UNDA(가톨릭국제방송인협의회) 한국과 OCIC(가톨릭국제영상인협회) 한국이 통합된 단체다.

가장 먼저 1970년 라디오, 텔레비전에서 일하는 가톨릭 방송인들의 조직 UNDA 한국이 발족했다. 이어 1974년 12월 10일에는 영상인들의 조직인 OCIC 한국이 모습을 드러냈다. 두 조직은 방송과 통신 융합 시대에 맞는 평신도 기구 설립을 요청한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의 뜻에 부응해 세계커뮤니케이션협회(시그니스 월드)로 통합됐다. 이에 따라 한국 조직도 2002년 12월 5일 한국가톨릭커뮤니케이션협회(시그니스 한국)로 새 출발했다.

일본은 같은 단체들이 한국에 비해 2~3년 늦게 출범했다. UNDA 일본은 1973년, OCIC 일본은 1976년 각각 발족했다. 그러나 시그니스 일본으로 통합된 것은 한국보다 1년 앞선 2001년 11월이다. 시그니스 일본의 역사에서 한국과 가장 큰 차이점은 1977년 제1회 ‘가톨릭 시네마 어워드’(Catholic Cinema Award)를 개최한 점이다. 이후 시그니스 일본은 ‘일본 가톨릭 필름 어워드’(Japan Catholic Film Award)로 이름을 변경해 1982년을 제외하고 현재까지 해마다 시상식을 이어오고 있다. 전년도 상영작 중 가톨릭 가치와 메시지를 담은 영화 1작품을 선정해 시상한다.

현재 시그니스 한국은 회원수 760여 명으로, 방송사를 비롯해 광고인협회, 방송기술인협회 등 각 교우회를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다.

각 교우회에서 정기적으로 사내미사를 봉헌하고 있으며, 새 영세자와 신자를 대상으로 교리공부와 성경공부 등을 진행하고 있다. 이에 비해 일본은 7개 기관에 회원 12명인 소규모 단체다. 일본에서는 법적으로 언론사에서의 종교 활동을 금지하고 있어 우리와 같은 교우회 활동이 불가능하다. 대신 인터넷을 통한 선교에는 제한이 없어, 미디어 특히 소셜네트워크(SNS)를 통해 복음을 효과적으로 전하기 위한 고민과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점이 특징이다.

김승월 이사는 이번 교류를 계기로 시그니스 한국이 국제적인 활동을 넓혀가길 바란다고 전했다. 김 이사는 “시그니스 한국은 규모나 잠재력에 비해 국제적인 활동이 약하다”며 “같은 신앙을 가진 세계 여러 나라 국가들과 더욱 활발한 교류를 이어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 인터뷰 / 시그니스 일본 츠치야 이타루 회장

“12명 회원 모두 SNS 통한 선교에 집중 ”

일본의 복음화율은 불과 0.3%다. 시그니스 일본의 회원 수도 전부 12명이다. 한국의 복음화율(2017년 기준 11%)에 비하면 현저히 낮은 수치다. 하지만 지난 4일 한국을 방문한 시그니스 일본 츠치야 이타루(토마스 아퀴나스·71) 회장은 “복음화율은 그다지 신경 쓰지 않는다”며 “우리가 할 수 있는 일(미디어를 활용해 복음을 전하는 것)에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원래 가톨릭계 중·고등학교에서 종교를 가르치던 교원이었다. 2003년 제1회 인터넷 세미나 강사로 초빙되면서 시그니스 활동을 시작했다. 일본은 우리와 달리 미디어가 아니라 교육을 통해 복음화에 힘써 온 나라다. 하지만 1970년대 이후 10~20대 학생들의 세례율이 급감했고, 교회를 떠난 사람들도 많아 전체적인 신자 수도 함께 감소했다.

현재 시그니스 일본이 가장 중점을 두고 진행하고 있는 일은 ‘소셜네트워크(SNS)를 활용한 복음화’다. 맨 처음 수도원이나 성당의 홈페이지를 만드는 것에서부터 시작한 시그니스 일본은 미디어 환경이 변하면서 SNS에 집중하기로 했다. 2년 전에는 자체적으로 비전과 미션, 전략을 설정하는 등 이를 실현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또 매주 토요일마다 인터넷 라디오 방송 ‘가토라지’(KATORAJI)를 진행하고 있다. 선교를 위해 젊은 회원들이 중심이 돼 만든 프로그램으로, 30분 정도 생방송으로 진행한다.

츠치야 회장은 “SNS는 복음을 전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복음화를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신앙생활과 이어질 수 있는 콘텐츠”라며 “신자들은 물론 비신자들이 모두 함께 공유할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 고민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시그니스 일본의 규모는 작아도 한국과 함께 하고자 하는 마음은 큽니다. 두 나라의 문화적 배경은 비슷하지만 불행한 역사도 공유하고 있습니다. 이런 것을 같은 신앙으로 극복하고 한층 더 깊은 교류를 기대합니다.”

성슬기 기자 chiara@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