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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님 세례 축일 기획] 유아세례 미루고 계시나요

우세민 기자
입력일 2019-01-08 수정일 2019-01-08 발행일 2019-01-13 제 3128호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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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어난 아기에게 세례의 은총을…
부모의 결심 위해 사목적 배려 필요

저출생 위기, 교회의 미래도 예외는 아니다. 이미 태어난 아기에 대해서도 유아세례를 미루는 사례가 많아, 부모에 대한 신앙 재교육과 사목적 대처가 절실하다.

어느새 교회 공동체에는 유아세례를 받는 아이들을 보는 것이 손에 꼽을 정도다. 주교회의가 발표한 「한국천주교회 통계」 가장 최근 자료인 2017년 현황을 보면 0~4세 유아 신자는 5만9254명으로, 90세 이하 연령층 가운데 가장 적은 수다. 인구 대비 신자 비율도 2.8%로 전 연령 수치 중 가장 낮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젊은 부모들은 자녀의 유아세례를 미루고 있다. 이름을 밝히지 않은 한 서울대교구 신자는 “아이가 크면 종교는 스스로 선택하도록 해야죠. 부모가 강요하면 되나요?”라고 이유를 밝혔다. 실제로 사제들은 일선 사목현장에서 이런 생각을 가진 젊은 부모들을 많이 만난다고 말한다.

이러한 위기에서도 본당 상당수가 유아세례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은 듯 여겨진다. 많은 본당에서 어른들의 세례식은 그야말로 큰 축제인데 비해 유아세례는 그저 한 달에 한 번, 주로 토요일 어린이미사 전 예식만 간단히 진행될 뿐이다. 세례를 신청하는 부모들도 극소수인데다 본당 신자들은 유아세례식이 있는지 관심조차 없다.

서울대교구 청소년국 유아부 박종수 신부는 부모들이 유아세례를 자녀 선택으로 미루는 행위에 대해 “우리가 부모를 선택할 수 없는 것처럼, 하느님을 선택한다는 것은 무지에 의한 오해”라며 “명백한 불신앙으로, 교회법에는 자동 파문제재에 해당한다”고 경고한다. 실제로 교회법 제867조 1항에는 “부모는 아기들이 태어난 후 몇 주 내에 세례 받도록 힘써야 할 의무가 있다”고 명시돼 있다.

또한 제226조 2항에는 “부모는 자녀들에게 생명을 주었으므로 그들을 교육할 지극히 중대한 의무와 권리가 있다”며 “부모는 우선적으로 교회의 전승된 가르침에 따른 자녀들의 그리스도교적 교육에 힘써야 하는 소임이 있다”고 강조한다.

교회 가르침도 명백하다. 「가톨릭교회 교리서」는 “어린아이들도 원죄로 타락하고 더러워진 인간의 본성을 지니고 태어나므로, 어둠의 세력에서 해방되어, 하느님 자녀들이 누리는 자유의 영역으로 옮겨 가기 위해 세례로 새로 나야 한다”(1250항)고 설명한다. 프란치스코 교황도 지난해 4월 “우리가 한 아이에게 세례를 주면, 성령께서 그 아이 안에 들어가 아이 안에 그리스도인으로서 성덕을 자라나게 하고 번성하게 돕는다”며 유아세례의 중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결국 사목적 대처가 필요하다. 박 신부도 유아세례 의무가 교회 공동체 안에 확실히 자리 잡으려면 젊은이들을 비롯한 전 연령층의 신자 재교육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특히 사목자의 역할이 가장 중요하다며 “부모가 자녀들의 신앙을 책임질 수 있도록 다양한 사목적 배려가 요구된다”고 말했다.

박 신부는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의 권고 「현대의 교리교육」에 대해 강조하며 “부모에 의한 신앙교육은 자녀가 아주 어린 나이에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68항)는 내용을 인용했다. 권고는 특히 “아주 어린 아이가 부모나 가정환경에서 최초의 교리교육 내용을 받아들이는 시기는 결정적으로 중요한 시기 가운데 하나”라며 “그 내용이라야 하늘에 계시는 착하시고 다 보살피시는 아버지께 관한 소박한 계시에서 그칠 것이지만, 아기는 그분에게 마음을 기울이는 법을 배우게 된다”(36항)고 밝힌다.

최근 본지가 소개한 청주 사천동본당 사례(2018년 10월 21일 5면 보도)처럼, 박 신부는 “교중미사 때 유아세례식을 하는 것도 좋은 본보기”라며 “본당 공동체의 축복 속에 세례를 받을 수 있고, 공동체 일원으로 초대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우세민 기자 semin@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