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성

[하느님 안에서 기쁨 되찾기] 죽음이 두렵습니다

이찬 신부 (성 골롬반외방선교회·다솜터심리상담소장)
입력일 2018-12-31 수정일 2019-01-02 발행일 2019-01-06 제 3127호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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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려움은 당연한 현상… 나약함을 하느님께 바쳐 보세요

【질문】죽음이 두렵습니다

70대 중반의 남성입니다. 주위의 친구들이 하나둘씩 세상을 떠나는 모습을 보면서 새삼스럽게 죽음이 두렵게 느껴집니다. 나이 들면서 자연스럽게 신앙에 매달리고 있지만 그래도 여전히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벗을 수가 없네요. 믿음이 부족한 걸까요?

【답변】두려움은 당연한 현상… 나약함을 하느님께 바쳐 보세요

매스컴을 통해서 많은 연예인들이 공황을 경험했다는 내용을 접하고 안타까운 마음을 갖게 됩니다. 좋아하는 연예인뿐 아니라, 지인이 이런 병에 걸리면 너무 마음이 아프게 됩니다. 공황이라는 단어는 이미 경제용어로 사용이 되어 잘 알고 계실 것이고, 요즘 많은 이들이 경험하고 어려움을 겪는 공황이란 갑자기 발병해서 몇 분이면 정점에 달하는 일종의 급격한 공포감이라고 합니다. 공황발작이 나타나면 사람들은 이대로 있다가는 당장 죽을 것 같은 공포감에 휩싸여서 응급실로 가곤 합니다. 이런 이야기를 정리해보면 인간에게는 가장 무서운 것이 죽음에 대한 두려움일 것이라고 생각을 합니다.

연세가 드시면서 또 주변의 친구분들이 세상을 떠나는 것을 보시면서 더욱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 커지신다는 것은 당연한 현상이 아닐까 생각을 해 봅니다. 신앙심이 부족하다고 느끼시겠지만, 그렇지는 않을 것입니다. 종교 심리학자들에 의하면 노년들에게 신앙이 죽음의 공포를 많이 낮추어 준다는 결과를 보고하고 있습니다. 즉 교회가 정신적인 지주의 역할을 한다는 뜻입니다. 더 낮추어 준다는 말이 전혀 없애준다고 이해하실 필요는 없을 것입니다.

공황장애에 대해서 조금 더 설명을 드리면, 죽을 것 같은 느낌이 들면 사람들은 두말할 것 없이 병원 응급실을 떠올리게 됩니다. 그리하여 응급실에 도착하여 기다리다가 수액 주사 등을 맞고 몇 가지 검사를 하고 나면 점차 나아지기도 하는데 대부분은 의사들에게서 아무런 이상이 없다는 말을 듣고 그냥 돌아오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왜 응급실에 갔을까 생각이 드는 경우가 많지만 그렇다고 응급실에 가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 이해되고, 그것이 반복되는 아픔이 있다는 것입니다. 안타깝지만 공황은 쉽게 사라지지 않습니다. 약물치료와 심리치료가 병행되어야 합니다.

상담자들은 상담을 받으러 오시는 분들이 지니고 있는 우울감, 불안감, 그리고 죽음에 대한 절망감 및 공포감을 함께 나누며 아픔을 부여안고 살아가고 있습니다. 특히 죽음에 대해서는 절망감도 많지만 동시에 분노감 등도 나타나기에 잘 다루어야 할 주제이기도 합니다. 가까운 사람들의 죽음에 대해서는 분노가 나타나는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자녀들을 잃는 경우가 바로 그러합니다. 하느님에 대한 원망과 절망감이 너무 힘들게 하는 경우입니다.

폴 틸리히라는 사람은 ‘죽음을 피할 수 없는 무능력에 대한 불안’이라고 정의를 했다고 합니다. 내가 어찌할 수 없기에 화가 나는 것도 당연할 것입니다.

믿음이 부족하신 것 같다고 말씀하셨는데, 「가톨릭교회 교리서」의 말씀을 한 번 참고해 보고 싶습니다. 「가톨릭교회 교리서」에 의하면 육체의 죽음은 자연적인 것이지만, 신앙의 눈으로 보면 죽음은 “죄가 주는 품삯”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그리스도의 은총을 간직하고 죽은 사람들은 주님의 죽음에 들어가는 것이니, 그리스도의 부활에 참여하게 될 것이라고 죽음 건너편의 부활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예수님은 하느님의 아들이지만 고통이나 죽음을 말살하거나 초월하지 않고 그대로 받아들일 뿐만 아니라, 가장 잔인한 십자가형이라는 형태로 적극 수용하는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그리하여 우리에게 예수님의 사건을 통해서 죽음과 부활을 제시하고 계시는 것입니다. 우리의 이런 나약함과 어려움을 하느님께 바쳐드리는 자세가 필요하지는 않겠습니까?

“하느님은 우리의 힘, 우리의 피난처, 어려운 고비마다 항상 구해 주셨으니 땅이 흔들려도 산들이 깊은 바다로 빠져들어도, 우리는 무서워 아니하리라.”(시편 4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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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찬 신부 (성 골롬반외방선교회·다솜터심리상담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