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군복음화 현장을 찾아서] 해병대 제2사단 청룡오리정본당

박지순 기자
입력일 2018-12-31 수정일 2019-01-02 발행일 2019-01-06 제 3127호 20면
스크랩아이콘
인쇄아이콘
바다 건너 섬까지 장병들 신앙 돌보는 사목 구심점
김포·강화 일대 서해 도서 지역 담당
관할 구역 넓어 인근 본당과도 협력
본당 미사와 위문활동 중심으로 사목

군종교구 청룡오리정본당 주임 권호섭 신부가 2018년 12월 5일 해병대 제2사단 화생방대대에서 인성교육을 하고 있다.

군종교구 청룡오리정본당(주임 권호섭 신부)은 해병대 제2사단을 사목하는 본당이다. 해병대 제2사단은 경기도 김포와 강화 일대 전 지역에 부대가 흩어져 있어 청룡오리정본당의 사목구역은 김포와 강화, 말도와 볼음도 등 서해 도서까지를 포함한다. 청룡오리정본당에서 거리 상 가까운 제17보병사단 수도포병여단 등 일부 육군과 해군 장병들도 해병대 제2사단 장병들과 같은 공동체를 구성해 신앙생활 하고 있다.

본당 사목활동은 크게 본당에서 봉헌되는 미사와 주임신부가 장병들을 직접 찾아가는 위문활동으로 구성된다. 부대 관할이 민간본당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넓기 때문에 성당에 오고 싶어도 못 오는 장병들이 필연적으로 있을 수밖에 없다. 성당에 찾아오지 못하는 장병들을 찾아가 그들을 신앙적으로 돌보고 고충 상담을 하는 것은 청룡오리정본당 사목의 필수적인 부분이다.

본당 미사의 경우 주일 오전 9시45분에는 해병대 제2사단 군인신자들과 그 가족 외에도 김포지역 육군과 해군 병사들도 참례하며, 거동이 불편한 동네 신자들도 함께 미사를 드린다. 수요일과 금요일 오전 10시30분에 드리는 미사에는 군인신자들의 가족들이 주로 참례하지만 역시 인천교구 김포 통진성당까지 이동하기 불편한 신자들이 꾸준히 미사에 나오고 있다.

청룡오리정본당은 주일 오후 3시30분에는 강화도 하점면에 위치한 인천교구 하점성당을 빌려 강화도에서 군복무하는 해병대 제2사단 장병들을 위한 미사를 봉헌하고 있다. 하점본당 주임 김석훈 신부가 물심양면으로 도움을 주고 있으며 이전 하점본당 주임신부들도 해병대 장병들의 미사 봉헌을 지원해 왔다. 군종 본당과 민간 본당 사이의 모범적인 협력 모델이라고 볼 수 있는 사례다.

군종교구장 유수일 주교가 2018년 9월 30일 청룡오리정본당에 사목방문 한 뒤 본당 신자들과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군종교구 청룡오리정본당 제공

청룡오리정본당과 하점본당 미사 모두에 참례하지 못하는 해병대 제2사단 장병들도 많다. 권호섭 신부는 “김포와 강화 지역 전체에 부대가 있다 보니 모든 부대에 자주 찾아 갈 수 없어 위문 계획을 세울 때 격오지에 속하는 부대를 우선적으로 선정한다”며 “교동도나 석모도는 다리가 개통돼 언제라도 갈 수 있는 데 비해 배를 타고 가야 하는 도서 지역에는 한 해에 2회 정도 위문을 가고 있다”고 말했다. 위문 시에는 간식을 전달하고 부대 상황에 따라 인성교육을 실시한다. 군대 생활을 막 시작한 이병 계급 병사들을 따로 모아 고충 상담을 할 때도 있다.

또한 주일미사에 참례한 병사들을 대상으로 신청을 받아 그 병사가 지내고 있는 생활관을 방문한다. 권 신부는 “하느님을 대신해 제가 찾아간다는 생각으로 방문하고 있다”며 “주로 일과 시간이 끝난 저녁을 이용해 맛있는 간식을 준비해 생활관 모든 병사들에게 나눠 주고 승용차 안 같은 조용한 장소에서 고해성사를 주기도 한다”고 말했다. 방문 활동은 비신자 병사들에게는 간접 선교가 되고 있다.

권 신부는 “군종교구에는 경제적으로 자립하기 힘든 본당이 많은데 다행히 많은 신자분들이 군종후원회를 통해 도움을 주고 계시고 인천교구에서도 전폭적인 지원을 해 주고 계셔서 감사한 마음을 전하고 싶다”고 밝혔다.

■ 해병대 제2사단 청룡오리정본당 주임 권호섭 신부

“군인이기 이전에 사제로서 병사들과 거리 좁히려 노력”

“깨끗한 마음과 나를 태우는 희생으로 빛을 내겠습니다.” 군종교구 김포 해병대 제2사단 청룡오리정본당 주임 권호섭 신부 카톡을 열면 가장 먼저 보이는 문구다. 2013년 사제서품을 받을 때 정한 서품 성구를 약간 수정한 것이다.

2016년 7월 군종장교로 임관해 이제 군종신부로 사목한 지 3년이 돼 간다. “깨끗한 마음과 나를 태우는 희생으로 빛을 내겠습니다”라는 문구를 바라볼 때마다 권 신부는 사제서품 때의 첫 마음을 되새기며 군사목에 임하곤 한다.

언젠가 군인 신자 한 사람이 권 신부에게 “신부님, 저희 신자들이 신부님께 바라는 것은 영적인 것입니다”라는 말을 했다. 권 신부는 “아마도 제가 영적인 성숙보다 눈에 보이는 일들에 더 많은 노력을 기울였나 보다”며 “눈에 보이지 않는 하느님의 일이 분명히 있음에도 겉으로 드러나는 실적을 내지 못하면 스스로 불안해 진다”고 말했다. 부대 장병들을 찾아가는 위문과 인성교육 횟수를 부대에서는 중요시하다 보니 아무래도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다.

권 신부는 “‘내가 사제로서 열심히 잘 살고 있는가?’ 하는 의문을 갖게 되는데 사제로서의 삶과 공무원(군종장교)으로서의 삶을 동시에 살아야 하기에 그 균형을 잘 잡는 것이 작은 어려움”이라고 밝혔다. 이어 “사제여서 군대에 다시 왔고, 사제여서 대위 계급장을 달았기 때문에 사제로서의 신분이 군인보다는 우선인 것은 의문의 여지가 없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사제복을 안에 입고 사제복 밖에 전투복을 입는 것도 사제가 본질적인 신분인 점을 드러낸다”고 덧붙였다.

권 신부는 군본당에서 사목하며 군대라는 조직 특성상 병사와 간부 사이에 좁히기 힘든 거리가 있음을 발견한다. 병사와 간부 모두 소중한 공동체 구성원들이어서 그들 사이의 거리를 좁히는 노력은 중요하다. 군종장교인 권 신부는 이에 대해 “입대 전부터 신앙생활을 해 온 병사들은 저를 사제로 먼저 보고 쉽게 다가오지만, 입대 후 훈련소에서 세례를 받았거나 비신자인 병사들은 저를 장교로 먼저 본다”며 “그런 측면에서 제가 병사로 군복무를 마친 경험들을 바탕으로 병사들과의 거리를 좁히려고 노력한다”고 말했다.

권 신부는 끝으로 “입대를 앞둔 청년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서 “‘가장 힘든 곳에서 고생 한번 해 보자!’는 생각으로 입대하면 전역할 때는 훨씬 성숙돼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청룡오리정본당 전경.

■ 해병대 제2사단과 청룡오리정본당은…

해병대 제2사단 사목을 담당하는 청룡오리정본당(주임 권호섭 신부) 역사는 1961년 10월 20일 김병도 신부(서울대교구)가 초대 주임으로 부임하면서 시작됐다. 당시는 해병대 제1사단 1연대를 근간으로 한 임시여단 장병들을 대상으로 사목했다. 해병대 제2사단은 서부전선을 방어하고 수도권으로 이어지는 한강 하구를 사수하는 중요한 임무를 수행하는 최정예 부대다. 언론에도 자주 등장해 국민들에게 친숙하다.

본당과 부대 별칭인 ‘청룡’은 해병대 제2사단의 의지를 나타낸다. 베트남전쟁 파병 당시 부대 이름을 청룡부대라 지었는데 청룡이 상징하는 힘과 용기, 기백과 위용을 통해 천하무적의 부대임을 나타내고자 한 것이다. ‘오리정’은 ‘5리(약 2㎞) 떨어져 있는 정자’를 뜻하는 말로 조선시대 김포 통진부 관아로부터 5리 떨어진 곳에 휴게소 목적으로 세운 정자다. 현재 청룡오리정본당은 오리정 인근에 자리한다.

청룡오리정본당은 본당 설립 후에도 오랜 동안 성당 건물 없이 부대 시설을 빌려 미사를 봉헌하는 힘겨운 시기를 보냈다. 1981년 8월 부임한 제13대 주임 박호영 신부(원주교구)는 1983년 12월 18일 200명 수용 규모의 첫 성당 축성식을 거행했다. 박 신부는 성당 완공을 위해 제대 명령을 받고도 복무를 1년 연장하는 열정을 보였다.

제23대 주임 백승호 신부(전주교구)는 1998년 8월 부임해 성당이 사단 중심부에서 벗어나 장병들이 미사에 참례하는 데 많은 문제점이 있다는 사실을 인식했다. 백승호 신부는 사단 중심부인 오리정에 300석 규모의 새 성당을 건축해 2000년 6월 15일 당시 군종교구장 이기헌 주교와 전주교구장 이병호 주교 주례로 축성식을 열었다.

박지순 기자 beatles@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