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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님 계신 곳, 그 곳에 가고 싶다] 새 성당 봉헌한 광주 풍암운리본당

박영호 기자
입력일 2018-12-31 수정일 2019-01-02 발행일 2019-01-06 제 3127호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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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사중인 성당 지날때마다 화살기도… 내 집 짓듯 정성 쏟았죠”
 ‘작고 아름다운’ 하느님의 집
주일미사 참례자 200명 남짓
화려함보다는 소박함을 함께 ‘마음의 성전’을
“이해하고 용서하고 사랑하며 하느님 보시기 좋은 공동체로”

광주 풍암운리본당 새 성당 전경.

“내 집, 아니 하느님 집이다”

2015년 1월 13일, 광주 풍암운리본당이 모 본당인 풍암동본당으로부터 분리 설립된 날이다. 유난히 추웠던 그해 겨울부터 4년 남짓 지난 2018년 12월 29일 오전 10시, 광주 서구 송풍로 16번길 8현지에서 새 성당 봉헌식을 가졌다. 한참 견딜만하던 날씨가 하필이면 봉헌식 앞뒤로 기온이 뚝 떨어졌다. 바람도 많이 불어 봉헌식을 위해 성당 밖 세로로 걸어둔 플래카드가 세차게 흔들렸다.

하지만 풍암운리본당 신자들은 도무지 추위를 몰랐다. 이제 내 집, 아니 하느님의 집이 공동체를 따뜻하게 감싸주고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풍암운리본당 공동체는 자그마한 임대 건물에서 미사를 봉헌해왔다. 1층은 식당, 2층은 술집, 그 위 3층 60여 평 되는 작은 공간, 여름엔 따뜻하고(?) 겨울에는 시원한(?) 임시 성당이었다. 지역 특성상 어르신들이 꽤 많았는데, 성당에는 엘리베이터도 없었고 좁고 가파른 계단을 힘겹게 오르내려야 했다.

이날 봉헌식 전례를 앞에서 지휘한 전례부장 편난영(프란치스카)씨는 “11월 20일 새 성당에서 첫 미사를 드릴 때 온 성당이 가득 찰 정도로 신자들이 많이 참례했다”며 “비좁은 임시 성당의 열악한 환경에 대해서 한 번도 불만을 표시하지 않았던 본당 신자들에게 주신 하느님의 선물”이라고 말했다.

■ 작고 아름다운 성당

풍암운리본당 공동체는 교적 신자 수 1000여 명, 여느 본당과 마찬가지이지만 정작 주일미사에 매주 참례하는 신자 수는 불과 180~200여 명의 작은 본당이다. 인근 동부센트리빌 등 4개 아파트 단지가 주된 관할구역이다. 관할구역 자체가 넓지 않고 신자 증가율도 크게 기대되지 않은 지역 여건을 고려해 애당초 ‘작고 아름다운 성당’을 목표로 했다.

본당 주임 황규열 신부는 이렇게 말한다.

“사실 다소 불편하긴 했지만 이전의 열악한 환경의 성당에서도 할 수 있는 건 다했습니다. 작은 공동체이기에 크고 화려한 성당보다는 작고 아름다운 성당을 기본적인 컨셉트로 정했습니다.”

새 성당은 대지 면적 831㎡에 건축면적 443.84㎡, 연면적 825.42㎡ 규모이다. 지하는 없고 지상 3층의 철근 콘크리트 구조로 1층에는 교리실 등이 들어서 있고, 2층은 사무실과 성당, 그리고 3층에 사제관이 마련됐다. 대성당은 130석 규모이다.

성당 뒤편이 남향, 작은 성당으로는 드물게 스테인드글라스가 설치돼, 해의 위치에 따라서 수시로 성당 안으로 들어서는 빛의 변화가 눈에 띈다. 특히 분향을 할 때면 떠오르는 향의 그림자가 제대와 십자가를 배경으로 그림처럼 아름다운 모습을 자아낸다.

■ 온 교구가 함께 지은 하느님의 집

작지만 아름다운 성당에 더해 풍암운리본당은 ‘열린 교회’를 지향했다. 성당 바로 앞에는 작은 공원이 자리 잡고 있다. 인근 주민들이 한가롭게 거닐며 여가와 휴식을 누리고, 중고등학생들이 수시로 공을 들고 농구를 하는 작지만 여유로운 공간이다. 황 신부는 이를 염두에 두고 성당 1층에 무료 카페를 열어 간단한 음료 등을 나눌 생각을 했다. 하지만 몇 가지 법적인 어려움이 있어서 무산된 것은 아쉬운 일이다.

“오늘날 복음화는 가톨릭신자들만을 대상으로 하는 게 아니지요. 지역 주민들과 함께 삶을 나누고 공유하려는 노력이 필요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성당이 지역 사회와 주민들에게 열린 공간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풍암운리본당의 새 성당은 본당 공동체의 성전이고 본당 신자들 각고의 노력으로 세워졌지만 어찌보면 온 교구가 함께 지었다고 할 수 있다. 광주대교구는 새 성당 건축 시 교구 전체 본당에서 2차 헌금을 실시해 십시일반으로 도와준다. 본당이 속한 서부지구 15개 본당에서는 일정 기금을 모아 도와주었다. 도움을 호소하기 위해서 방문한 타 본당의 사목자와 신자들은 따뜻한 환대와 격려로 지원했다.

황규열 신부는 “새 성당 건축 과정에서 보여준 교구 사제단과 본당 공동체들의 지원과 격려는 감동적이었다”며 “교구 공동체의 끈끈한 형제애를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2018년 12월 29일 거행된 광주 풍암운리본당 새 성당 봉헌식에서 광주대교구장 김희중 대주교(왼쪽)가 황규열 주임 신부에게 성전 열쇠를 전달하고 있다. 사진 박원희 기자

축성기도와 도유예식 중 제대에 성유를 바르고 있는 김희중 대주교. 사진 박원희 기자

이날 교구 총대리 옥현진 주교를 비롯해 30여 명의 교구 사제단과 신자 500여 명이 새 성당 봉헌의 기쁨을 나누며 미사를 봉헌하고 있다. 사진 박원희 기자

■ 이제 마음의 성전을 짓는다

본당 사목협의회 박광희(스테파노) 회장은 새 성당 건축 과정이 어렵고도 보람 있는 과정이었다고 말했다.

“3층 지붕 공사를 할 때, 거의 일주일을 지붕에 오르내렸어요. 제가 고소공포증이 있는데 어떻게 그 높은 곳을 올라갔는지…. 지금 생각하면 아찔합니다.”

박 회장은 지나다니며 성당 근처만 오면 화살기도를 바쳤다고 한다. “아마 모든 본당 신자들이 마찬가지였을 것입니다. 내 집 짓는 것, 아니 그보다 더 정성과 애정을 보였지요.”

본당 주임 황규열 신부는 “물리적인 성전을 지었으니 이제는 마음의 성전을 지어야 한다”며 “앞으로 더욱 서로를 이해하고 용서하고 사랑하며 하느님 보시기에 좋은 신앙 공동체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혹시라도 새 성당을 지으며 받은 마음의 상처가 있으면 하느님 안에서 서로 보듬어주고, 이제는 각자가 하느님의 성전이 되도록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광주대교구장 김희중 대주교는 봉헌식 강론에서 이를 더욱 구체적으로 권고했다. 김 대주교는 “세례를 받고 주님의 자녀가 된 우리 자신들이 곧 성전”이라며 “새 성당을 축성하는 의미는 이 성전에서 받는 은총의 힘으로써 주님께서 그토록 강조하시는 이웃 사랑을 실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성 힐라리오를 주보성인으로 모시는 풍암운리본당은 광주시 서구 풍암동 2지구(운리, 신흥, 송풍로)와 매월동, 서창동 일부를 관할구역으로 한다.

박영호 기자 young@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