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

[밀알 하나] 미사전례 / 남승용 신부

남승용 신부 (대건청소년회 법인국장)
입력일 2018-12-31 수정일 2019-01-02 발행일 2019-01-06 제 3127호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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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태신앙이었던 저는 어릴 적부터 주일미사에 참례하는 것을 당연한 것으로 여기면서도, 부모님 몰래 성당에 빠지곤 했습니다. 아무래도 긴 시간의 미사가 어린 저에게는 힘들었나 봅니다. 그래서 자주 친구들과 놀고 싶은 마음에 이곳저곳을 다녔습니다.

대부분 초등학교 3학년 때에 하는 첫영성체를 5학년이 되어서야 하게 됐습니다. 첫영성체를 겨우 마친 저는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뒤늦게 철들어 중학생 때부터 열심히 신앙생활을 하게 됐습니다. 중고등부에 등록한 저는 전례부 활동을 시작하게 됐습니다. 전례부 활동 전까지, 미사는 재미없고 빨리 끝나면 교리 후에 간식을 먹고 친구들과 어울리는 것에만 집중되어 있었던 저였지만, 전례부 활동을 하면서 저의 마음이 변하기 시작했습니다.

전례에 대해 교육을 받고, 준비하는 과정에서 미사 전례에 대한 여러 의미를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독서를 처음으로 맡아 선포하게 됐을 때에는 기쁘기까지 했습니다. 하지만 미사 전례 안에서 독서를 선포한다는 것은, 중학생 당시 수줍음이 많던 저에게 참으로 힘든 일이었습니다. 처음으로 독서를 할 때, 제단 위로 올라가는 한걸음도 발을 뗄 수 없을 정도로 부들부들 떨었습니다. 그리고 독서를 선포하면서 두근거리는 심장소리는 저를 더 떨게 만들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모든 과정 안에서 저는 독서를 잘 선포할 수 있었습니다.

미사 전에 수없이 읽어보며 연습한 후에, 독서 말씀을 선포하고 내려올 때면, 왠지 모를 보람과 기쁨을 느끼곤 했습니다. 무엇보다도 신기한 것은 독서를 선포하게 되는 그 순간에는 뭔가 모를 전율과 함께, 제가 독서를 힘차게 선포할 수 있는 그 ‘무언가’의 힘을 체험하곤 하였습니다. 그리고 그 기쁨으로 다음 독서 차례가 기다려지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그 ‘무언가’는 저에게 항상 큰 물음이었습니다. “도대체 이 감정은 무엇일까?” 성가를 부를 때에도 이와 같은 체험을 하곤 하였습니다. 미사 때마다 기쁜 마음으로 성가를 부르고 있는 저를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이렇게 전례 봉사를 하고 성가를 부르면서, 전례에 참여하는 저의 마음이 하느님께로 방향 지어지게 됐습니다. 독서 선포 시에 체험과 성가를 부르면서 갖는 기쁨을 통해 저는 항상 성당에 가는 길이 가벼웠습니다. 전례 안에서 선포되는 내용이 제 마음에서 숨 쉬고 살아, 주님의 가르침대로 살아가려는 저를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결국 저는 그렇게 전례를 통해 하느님의 자녀로 성장되어 가고 있었고, 사제의 길을 걸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사제가 되어서도 미사경문을 읽으면서, 교우분들과 성가를 부르면서, 성령 안에 함께 하고 계신 주님을 체험합니다. 이런 전례 안에서 저는 하느님의 함께하심을 깨닫곤 합니다.

미사 전례는 “교회의 활동이 지향하는 정점이며, 동시에 거기에서 교회의 모든 힘이 흘러나오는 원천”(전례헌장, 10항)입니다.

남승용 신부 (대건청소년회 법인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