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환경

[주님 보시니 좋았다]

박지순 기자
입력일 2018-12-24 수정일 2019-01-15 발행일 2019-01-01 제 3126호 17면
스크랩아이콘
인쇄아이콘
생태적 회개 촉구하고 하느님 창조 영성 회복의 길 찾는다

■ 생태·환경캠페인 기획 의도

- 생태회칙 「찬미받으소서」 기초로 오늘날 환경문제 해결책 모색

- 통합 생태론적 관점으로 현상 바라봐

가톨릭신문(사장 이기수 신부)과 녹색연합(상임대표 조현철 신부)이 공동으로 환경운동 기획을 진행한다. 창조주의 피조물인 인간은 환경이라는 또 다른 피조물과는 떨어져서 살 수 없음에도 환경을 지배하고 파괴해 온 것도 사실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2015년 6월 반포한 가톨릭교회 최초의 생태회칙 「찬미받으소서」는 생태, 환경문제를 넘어 인간과 환경은 불가분의 관계이며 환경문제 안에는 경제와 사회, 정치 등 모든 현상이 얽혀 있다는 진리를 설파하는 ‘통합 생태론적 관점’을 제시한다.

가톨릭신문-녹색연합 공동 환경운동 기획은 「찬미받으소서」를 총론으로 삼아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는 환경문제의 원인과 대책, 신앙인들과 시민들의 실천과제를 찾아보고자 한다.

전체 6장, 246항과 두 개의 기도문으로 구성된 「찬미받으소서」는 생태, 환경문제에 관한 한 대헌장이라 할 만큼 지구상에서 일어났거나 현재 일어나고 있고 앞으로 일어날 가능성이 있는 모든 생태, 환경문제를 망라하고 있다. 「찬미받으소서」 도입부인 제2항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 누이(우리의 공동의 집인 지구)가 지금 울부짖고 있습니다. 하느님께서 지구에 선사하신 재화들이 우리의 무책임한 이용과 남용으로 손상을 입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지구를 마음대로 약탈할 권리가 부여된 주인과 소유주를 자처하기에 이르렀습니다”라고 일갈한다. 인간을 둘러싼 환경을 대하는 마음가짐이 어떠해야 하는지를 역설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과거에는 경제개발 우선주의에 밀려 환경은 ‘겨우 그런 정도 문제’로 치부될 만큼 도외시됐다. 지금은 사정이 다르다. 현대인들이 아침에 일어나면 휴대폰으로 제일 먼저 확인하는 사항 중에 하나가 미세먼지 수치다. 미세먼지뿐만이 아니다. 기후변화에 따른 이상고온과 이상저온, 아마존 밀림 개발 같은 국제적인 논란 거리는 물론 국내적으로는 설악산 케이블카 설치, 4대강 개발, 미군기지 주변 오염 등이 언론의 주요 보도 대상이 된 지 오래다.

「찬미받으소서」 는 제5항에서 “성인(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께서는 세계적인 생태적 회개를 요청하셨습니다. 또한 성인께서는 참다운 인간 생태론의 윤리적 환경을 보호하려는 노력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음을 지적하셨습니다”라고 말한다.

가톨릭신문-녹색연합 공동 환경운동 기획의 목표도 생태적 회개를 촉구하고 참다운 인간 생태론을 보호하는 것이다. 기획은 각론 격인 실제 환경문제를 총론인 「찬미받으소서」의 관련 항목에 비춰 바라보고 해결책을 찾는 방식으로 진행한다.

조현철 신부는 “생태계가 사회, 경제 현상과 별개가 아니라는 것, 인간 환경과 자연 환경이 서로 분리될 수 없다는 통합 생태론적 관점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 인터뷰 / 녹색연합 상임대표 조현철 신부

“환경운동, 교회 안팎에 널리 알리는 기회 되길”

시민단체 활동에 교회 지혜 더해

희망적·적극적 운동의 동기 될 것

생태계 문제, 사회 현상과도 연결

소비문화와 윤리 반성 기회돼야

녹색연합 상임대표 조현철 신부(예수회)는 가톨릭신문과 녹색연합이 새해부터 공동으로 펼치는 환경운동 기획에 대해 “교회 언론과 환경 시민단체가 협업한다는 의미에서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특히 프란치스코 교황이 2015년 6월 선포한 가톨릭교회 최초의 생태회칙 「찬미받으소서」 내용을 바탕으로 기획이 이뤄지는 것을 높이 평가했다. “가톨릭신문과 공동으로 진행하는 환경운동 기획은 앞으로 녹색연합이 더욱 희망적이고 적극적인 활동을 하는 데 동기가 될 것입니다.” 조 신부는 시민단체와 교회기관의 공동기획에 대한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녹색연합이 시민단체로서 갖는 장점과 교회 기관의 지혜가 결합해 서로 배우는 기회, 소통하는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봅니다.”

조 신부는 가톨릭신문-녹색연합 공동 환경운동 기획의 원론이자 정신적 바탕을 제공하는 「찬미받으소서」에 대한 균형 있는 시각을 요구했다. “「찬미받으소서」를 흔히 ‘최초의 생태회칙’이라고 평가하는데 좋은 의미에서는 맞는 면이 있습니다. 그러나 「찬미받으소서」를 생태만을 다룬 회칙으로 이해하는 것은 「찬미받으소서」가 담고 있는 가르침을 너무 좁히는 측면도 있습니다. 「찬미받으소서」는 생태에 관한 가르침을 넘어 ‘사회’에 대한 교회의 가르침을 더하고 있다고 이해해야 합니다. 인간을 포함한 모든 피조물이 서로 연결돼 있다는 통합 생태론이 「찬미받으소서」가 전하는 핵심 메시지라고 봅니다.”

조 신부는 「찬미받으소서」가 환경 운동가들에게 던져주는 메시지도 통합 생태론적 관점에서 찾았다. “환경운동가들이 매진하는 활동이 각론이라면 「찬미받으소서」는 환경운동가들에게 ‘큰 그림’에서 생태계가 사회, 경제 현상과 별개가 아니라는 것, 인간 환경과 자연 환경이 서로 분리될 수 없다는 사실을 알려줍니다.”

기후변화, 미세먼지 등 환경문제가 세계적으로 대두되고 있는 현실에서 「찬미받으소서」가 실제 환경운동 현장에서는 영향력이 미미하다는 일부 견해도 있다. 그러나 조 신부는 견해를 달리했다. 대표적으로 「찬미받으소서」 반포 6개월 만인 2015년 12월 열린 ‘파리 기후변화협약’에 190여 개국이 참여한 것을 들었다. “「찬미받으소서」는 적어도 교회 내에서는 상당한 영향력을 끼치고 있습니다. 환경 문제를 교회 내에서 주장할 수 있는 여지와 주장의 설득력이 함께 커졌습니다. 마구 쓰고 버리는 소비문화가 만연돼 있는 한편으로 반대편에서는 많은 이들이 굶주리고 있다는 사실에 대해서도 「찬미받으소서」는 각성을 촉구합니다. 비윤리적인 소비문화가 환경문제와는 동떨어져 있다고 여길 수도 있지만 환경 훼손의 가장 직접적인 피해자가 가난한 이들이라는 점에서 「찬미받으소서」는 인간 윤리의 뿌리를 건드리고 있다고 봐야 합니다.”

조 신부는 “환경을 대하는 자세는 유아기 때 받은 교육에 크게 좌우되는데 어린아이 손에 스마트폰이 아닌 흙을 쥐여주면 아이들은 흙과 그 안에서 숨쉬는 생명체에 본능적으로 관심을 갖게 된다”며 유아 생태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녹색연합은 정부와 기업에 비판적인 목소리를 내기 위해 정부나 기업으로부터 지원금을 받지 않다 보니 재정적으로 열악하다”며 “시민들이 녹색연합 활동에 지지와 후원을 보내주시면 감사하겠다”고 말했다.

서울 성북동에 위치한 녹색연합 전경.

■ 녹색연합 소개

정부·기업 지원 없이 자발적으로

시민이 주인인 환경 운동단체

한국사회를 대표하는 환경운동 시민단체인 녹색연합은 1991년 환경문제의 대안을 연구하는 배달환경연구소와 생활인들이 주축이 된 푸른한반도되찾기시민의모임, 대안정치를 꿈꾸던 녹색당창당준비위원회가 모여 만들었다. 이들 각각의 단체가 1994년 4월 통합하며 배달녹색연합으로 재창립했고, 현재 녹색연합이라는 이름을 갖게 된 것은 1996년 4월이다.

녹색연합의 4대 강령은 ▲생명존중 ▲생태순환형 사회의 건설 ▲비폭력 평화의 실현 ▲녹색자치의 실현이다. 이상 4대 강령에서 알 수 있듯 녹색연합이 펼치는 사업은 환경 분야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중요 세부 사업으로는 설악산케이블카 저지, 백두대간 보전, DMZ 보전, 멸종위기종 산양 모니터링, 로드킬 방지, 미세먼지 모니터링, 제로 웨이스트(쓰레기 없애기), 탈핵 운동, 기후변화 대처 등 광범위하다.

녹색연합 활동이 실제로 정부나 지자체 정책, 입법으로 이어진 성과도 다양하다.

2001년 꾸준히 미군기지 환경오염문제를 제기함으로써 SOFA협정에 환경조항이 들어가도록 했고, 2005년 여의도 면적의 35배에 달하는 울진군 왕피천 지역을 자연생태계 보전지역으로 지정하도록 하는 성과를 올렸다.

2004년 이후 우리나라 웅담 채취용 곰사육 정책 폐지를 위한 활동을 펼쳐 2014년부터 환경부가 사육곰 증식금지를 시행했다. 최근 12월에는 사육되는 곰 중 3마리를 구출해 청주 동물원에 새 보금자리를 마련해 주기도 했다. 2007년부터 현재까지 4대강 사업의 환경파괴와 경제성 문제를 알리는 중이다.

녹색연합에는 상임대표 조현철 신부(예수회)를 포함하는 공동대표 4명, 본부 녹색연합 30명, 지역 녹색연합 28명, 전문기구 14명이 근무하고 있으며, 녹색연합 전국 회원 수는 1만5000여 명이다.

박지순 기자 beatles@catimes.kr